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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도묘 시리즈의 시작 - 도묘필기(盗墓笔记)

새로운 모험은 언제나 즐거운 법

 

시작은 중계지극해청뢰였다. 주일룡의 신작 반응이 좋길래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고 얼레벌레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워낙 긴 시리즈라 배경 설명이 불친절한편) 익숙해지고 나니, 아 이것이 도굴의 맛! 뜨거운 형제애의 맛이라니! 정말 다채롭고 흥미로운 세계가 아닐 수 없었다.

중국 드라마에 빠져 지낸 지 어언 2년 째. 너무 길어서 보기 꺼려했던 고장극도 이젠 손쉽게 보고, 더불어 다양한 장르도 섭렵하게 됐다.

여전히 중국어는 못 알아듣지만 영자막만 있으면 눈치껏 알아 듣는 지경에도 이르렀다. 너무 보고싶다는 열망이 언어의 장벽을 부수고 있는게다.

이게 다 도묘 시리즈 덕분이다.

원작과 드라마의 상관관계

 

'도묘필기'는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며, 이 시리즈가 연재된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다.(첫 작품이 2007년에 연재되었다고 함. 현재도 후속작은 계속 연재 중임)

소설의 상당 부분이 거의 드라마/영화로 제작되고 방영되었으며, 매 시리즈마다 같은 역할을 다른 주연 배우가 맡아 연기한다.(심지어는 같은 배우가 다른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원작자(남파삼숙)가 같고 원작이 시리즈인 것은 분명하지만, 드라마마다 특색이 달라서 '도묘필기'라는 거대한 세계관 아래 이어지는 속편이자 외전이라고 생각하면 보기 편하다.

2021년 기준, 드라마 시리즈의 기본 전개 순서는 이러하다.(아직 안 나온 드라마도 많다는 것이 함정)

1. 도묘필기1 (총 12화) - 2015년作
2. 도묘필기2 : 노해잠사&진령신수 (총 40화) - 2019년作
3. 종극필기(총 37화) - 2020년作
4. 사해 (총 53화) - 2018년作
5. 중계지극해청뢰(시즌1 32화, 시즌2 30화) - 2020년作
그 외. 오사가 주인공이 아닌 전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노구문(2016년作)'도 있다.

나는 중계를 먼저 봤기 때문에, '도묘필기'부터 다시 순서대로 보는 게 편했는데 도묘필기2(노해잠사&진령신수), 사해가 한글 자막이 없어서 길을 잃을 뻔했다.(유튜브와 viki에 영자막 있긴 함)

다행히 첫 작품인 '도묘필기'는 웨이브와 티빙에 한글 자막이 있으며, 종극필기도 아이치이에서 볼 수 있어 중간에 좀 건너 뛰어도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다.

나오는 인물들도 웬만하면 겹치고, 고묘에 들어가 신비한 모험을 하게 되는 전개 과정이 거의 비슷해서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은 원작을 보면 이해가 좀 될지도? 하지만 원작도 한국에 정식 출간되지 않았다ㅠㅠ)

무튼 볼수록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서, 파도 파도 끝도 없는 이 도묘의 늪에 영원히 상주하고 싶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도묘필기, 철삼각의 시작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확실하게 굳힌 건, 드라마 <도묘필기>부터다.

물론 중간에 갑자기 잉?하고 끝나버리고. 연출도 뒤이어 나오는 작품들에 비해 엉성하지만, 그래도 도묘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도묘필기>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우시에는 독일에서 청나라 유물을 보전해서 국기 기관에 넘기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고대 무덤의 지도가 담긴 백서를 발견한다. 우시에는 셋째 삼촌인 우싼싱과 함께 고대 유물들을 가로채려고 하는 도굴단과 맞서고, 고묘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칠성노왕궁에 가게 된다.

사실 내용은 전형적인 모험 이야기지만, <도묘필기>는 캐릭터 설정과 서사가 매우 흥미롭다.

일단, 주인공 오사(우시에)를 연기한 이역봉이 너무 잘생겼다. 우시에는 강아지 같이 곱고 귀엽게 생겼지만, 말 안 듣고 고집센 공주님(우가 도련님🤴)같은 구석이 있다.

우시에는 위기의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총명함을 지녔다. 뭣보다 주인공답게 운이 좋고, 명이 길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로 중국의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며, 우가 집안이 대대로 유명한 도굴 집안이라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충이 솔잎먹듯 그 길을 가게 된다. 

우시에가 고묘의 비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삼숙의 영향이 크다. 어려서부터 온갖 모험을 하고 다니는 삼숙을 동경하기도 했고, 삼숙은 항상 우시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밀스런 흔적들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여우같은 구석이 있는 삼숙 우싼싱과 다르게 우시에는 별명이 '천진(티엔전)'이다. 더러운 속세와는 어딘가 거리가 있고, 깨끗한 이슬만 먹고 살았을 것 같은 그런 PC하고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 의심할 줄 모르고, 자길 공격한 상대에게도 손을 기꺼이 내밀며(이 때문에 아닝과 묘한 로맨스기류 흐름), 3천년 된 시체도 함부로 못 죽인다.(이미 죽었는데??)

이런 모습을 답답스럽게 여긴 팡즈가 '너 정말 순진하다.(천진하다)'라고 비꼰 것이 별명의 어원이 된 듯 하다.

양양은 역시 양양이다. 촌스럽고 이상한 앞머리를 뚫고 나오는 잘생김이라니.

캐릭터의 매력은 과묵한 철벽(민유병) 브라더(샤오거)도 한몫한다. 흑금고도를 맨 채 냉랭한 분위기만 풍기지만, (우시에 전용) 백마탄 왕자처럼 우시에가 위기에 처하면 그를 구해주는 역할이다.

둘이 언제부터 사이에 불꽃이 튀었나 궁금했는데, <도묘필기>에서는 만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어색한 긴장감이 흐르긴 한다. (하지만 둘은 곧 뜨거운 형제애를 불태우는데...)

샤오거의 정체는 도묘필기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유달리 긴 손가락을 이용하여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수법으로 고고학 탐사대에 합류한다.

또한 샤오거의 피에는 기린혈이 있어서 벌레에도 물리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여러 가지로 호위무사로서 제격인 셈이다. 

아니 왜 한국어만 사랑해요ㅋㅋㅋㅋㅋ

잘생기고 젊은 둘과는 온도차가 있지만, 어떤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않는 왕팡즈(본명은 왕위에빤)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원래는 베이징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는데, 보물 찾으러 떠났던 여행길에 우시에를 만나 인생이 복잡하게 꼬이게 된다.

우시에, 샤오거, 팡즈 세 사람은 우연히 길에서 만나 칠성노왕궁의 비밀을 함께 파헤치고, 생사를 함께하는 '철삼각'으로 거듭나게 된다.

철삼각 우정 영원하라~~~

 

내가 꼽은 명장면 - 신월반점 대결신 그리고 역봉오사♥

도묘필기의 '신월반점' 대결신은 사해와 종극필기에도 다시 한번 나오는데. 볼 때마다 너무 흥미롭다.

훠 할머니와 기 싸움을 펼치는 상황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나중에 다 뒤엎어버리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이 터진다.

사해와 종극필기에선 내용이 묘하게 조금씩 다르지만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신인만큼, 비교해서 돌려보면 더 재밌다.

신월반점의 경매 장면

드라마는 막 흥미진진해질 무렵에 갑자기 12화에서 끝이 난다. 중도하차의 느낌인데 그 배역들은 5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역봉의 레드 코트의 잔상만 오래도록 남았다(흑흑)

칠성노왕궁에 얽힌 장생의 비밀도 거의 맛보기 수준이다. 아니 무슨 드라마가 12편짜리 예고편이냐?? 싶을 정도로 분량이 짜다.

하지만 이어지는 삼숙의 꼬리잡기 도묘행. 그리고 샤오거의 기억찾기.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여러 이야기로 뻗어 나가는 그 출발점을 심플하게 잘 보여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역봉오사가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므로. 도묘필기는 꼭 봐야한다.

역봉이 연기한 오사는 신체 건장한 청년이지만 이상하게 지켜주고 싶고 깜찍뽀짝한 느낌이 있다. 독특한 패션도 마구 자기식으로 소화해버리며 역봉오사만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드라마 시리즈 중에 가장 짧은 시리즈에 출연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준 역봉오사. 다시 못 봐서 아쉽기만 하다.

역봉오사 아리가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