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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이가인지명(以家人之名, Go Ahead)

가족의 이름으로

도묘 시리즈에 입덕하게 되어 한동안 잊고 지내긴 했지만 <이가인지명>은 2020년에 본 중드 현대극 중에 가장 인상 깊고 재미 있었던 드라마다.

'가족의 이름으로'라는 제목 뜻 그대로 가족 이야기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가족을 떠나보내거나, 가족에게서 버려진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한국 영화 <가족의 탄생>과 일본 영화 <어느 가족>도 생각난다. 물론 이 영화들만큼 리얼한 정서가 담겨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만큼 가족을 너무 신파 감성으로 다루지도 않는다.(응답하라와 비슷한 결이긴 하다)

와난님의 웹툰 <집이 없어>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가족의 이름으로 상처를 받고, 새로운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왠지 마음을 건드리는 구석이 많아서 인물들 곁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조그맣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됨'을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뭉클하기도 했고, 눈물겹기도 했다.

핏줄로 연결된 가족들의 횡포와 점점 길어지는 서브 서사를 제외하곤 특별히 지루한 부분도 없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나는 43화까진 줄 알고 여유롭게 보다가 40화에 갑자기 결말이 나서 당황스럽긴 했다.)

드라마 속 찐남매 케미인 담송운X장신성이 너무 귀여워서 둘이 나오는 예능도 챙겨보고, 장신성 필모깨려고 '빙당돈설리'도 봤다. 아이스 하키 선수로 청청이 정말 멋지게 나오지만 난 개인적으로 귀여운 '쯔추'가 더 좋았다.

세상 사람들이 쯔추의 귀여움을 알아줬음 좋겠다. 드라마의 배경인 샤먼에도 언젠가 가보고 말테다.

 

한 가족이 되기까지

혈연은 아니지만 링샤오, 허쯔추, 리젠젠은 우연히 국숫집을 운영하는 리하이차오(리젠젠父)의 집에 모여 같이 살게 되면서 한 가족이 된다.

무관심한 친부모 아래서 자라다가 리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집안 사정으로 인해 다시 친부모의 곁으로 떠난다. 

9년이란 시간이 흘러 재회한 세 사람은 오래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를 그리워했지만 만나지 못해 오해와 갈등도 깊어진 상태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일찌감치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링샤오와 허쯔추는 리빠와 리젠젠의 품에 돌아와 비로소 진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는 특히 리빠에게 감동받아서 눈물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정말 아이들에게 사랑이 깊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한 아빠라고 생각한다.

링샤오, 리젠젠, 허쯔추 별 보러간 삼남매

가족끼리 이러면 안 되지만, 서로를 너무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연애감정이 싹트기도 한다.(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다보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 아닐까)

어려서부터 링샤오를 졸졸 쫓아다니던 꼬마 리젠젠은 어른이 되어서 오빠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자연스럽게 링샤오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 서사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리젠젠 역할을 맡은 '담송운'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셋 중 실제 나이는 제일 많지만(1990년생) 사랑스러운 막냇동생 역할을 너무 잘 소화했다.

송위룡은 '누나의 첫사랑'* 때보다는 연기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보기엔 좀 뻣뻣한 느낌이었는데. 잘생긴 첫째 오빠 링샤오 역할과 꽤나 잘 어울렸다. 실제 나이가 셋 중에서 제일 어리다.(1999년생)

*참고로 누첫과 이가인지명은 감독이 같다. 이번에도 웨이롱을 야무지게 예쁘게 찍어주심!

그리고 장신성(1995년생)이 연기하는 허쯔추는 좀 모자란 둘째 오빠로, 젠젠이 사고를 치면 같이 가담해서 일을 크게 벌인다.

여동생바보라서 젠젠이 좋아하는 단 것을 꾸준히 입에 넣어주다가 파티쉐 겸 카페 사장님이 된다.

표현은 서툴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애정이 남다른 쯔추는 그만큼 사랑받고 싶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주고싶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난 여지껏 오빠에 대한 로망같은 건 전혀 없이 자라왔는데, 링샤오나 허쯔추를 보면서 저런 다정한 오빠가 갖고 싶고 부럽기도 했다.

 

 

명장면 & 명대사
(스포주의)

1. 아버지의 마음으로

리빠가 아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화내는 장면은 가슴에 깊이 박혔다. 정말 링샤오와 쯔추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지금껏 하늘이 날 특별히 여겨서 이렇게 좋은 아들들을 보내줬다고 생각했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
요만했던 애들이 내 손에서 이렇게 컸잖아. 두 손으로 떠받쳐도 모자랄 판에 감히 어떻게 때리고 야단을 치겠어?
그런데 누군가 굳이 날 일깨워 주네. 내가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말이야.
그럼 진짜 가족들은 어딨어?

외할머니란 사람은 맨날 애를 때리고 욕을 퍼부어.
우리 링샤오는 친엄마를 만났는데 오히려 잠도 제대로 못 자.
잠 못 드는 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파. 누구 하나 신경이나 썼어?

우리 아들 쯔추. 쯔추는 상처가 더 많아. 다들 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효도 해야한다 남한테 잘해야 한다. 우리 쯔추가 어째서 불효자야?
바로 저기서 얘는 한밤중에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는 애야.
바닥 청소도 하고 요리도 돕는다고. 그런데 어째서 불효자야? 이렇게 착한 애를 왜 주눅들게 해? 

링샤오가 잠도 못자고 쯔추가 얼마나 상처가 많은지 리빠는 다 안다구요ㅠㅠㅠㅠ

겉으로 내색않는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리빠밖에 없었다.

리빠는 젠젠에게도 어찌나 서윗한 아버지인지 모른다. 젠젠이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자 주유소에 기름 넣어달라고 전화하는 아버지라니 너무 감동이자나영ㅠㅠㅠ

기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다 큰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리빠❤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2. 젠젠의 사랑스러운 오빠들, 링샤오와 허쯔추

링샤오와 허쯔추는 둘 다 잘생겼고 성적도 우수한 모범생인데, 젠젠 앞에서는 맥도 못추리는 동생바보들이다.

어릴 땐 꼭 붙어 다니다가 9년 만에 재회한 세 사람. 어색한 기류 속에서 젠젠 혼자서 끙끙대던 중에 젠젠은 급기야 식사 자리에서 오빠들에게 선을 그으며 상처주는 말을 한다.

어차피 친오빠도 아니잖아

 

젠젠을 아끼는 두 사람에겐 심한 말이지만, 두 오빠가 떠났을 때 혼자 남겨진 젠젠의 입장에선 상처가 깊었을 테다. 되레 솔직한 말로 상처를 주는 젠젠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난 후 두 오빠의 반응은 판이하게 달랐다. 

큰 오빠 링샤오는 자기가 더 삐치고 화내며 나가버리고. 작은 오빠 쯔추는 더 젠젠의 눈치를 살피며 아침부터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쯔추는 무조건 자기가 잘못 했다고 넙죽 엎드리는 타입인것ㅋㅋㅋㅋㅋ 어쩜 이 강아지같은 쯔추 귀여워서 어떡합니까ㅠㅠ

나는 셋이 투닥거리는 신이 제일 재밌었다

젠젠과 링샤오 사이의 묘한 기류 속에서도 쯔추는 눈치없이 제 갈길을 간다. 

젠젠이 갑작스러운 키스하지 말라니까 들려오는 대답.

내가 너한테 키스를 왜 하니

 

쯔추의 놀랍도록 솔직한 반응이 너무 웃겼다만. 쯔추는 젠젠을 정말 동생으로서 사랑하는 것이었으니,  그런 생각조차 품지 않은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젠젠과 쯔추가 서로 초딩처럼 장난하면서 노는 것도 정말 귀엽다. 어쩌면 나는 이런 해맑은 쯔추를 오래 보고 싶었던 것 같다.

3. 우리 쯔추에게 사랑을 주세요

왜 맨날 나만 버림받는 건지
너무 창피해요

 

엄마 앞에서 서럽게 우는 쯔추보면서 내 가슴이 다 녹아내렸다. 엄마에게 결국 버림받고 말았다는 생각이 쯔추에게는 엄청난 상처라서 리빠에게 젠젠에게 더 잘하려고 애썼던 우리 쯔추.

사랑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쯔추의 손을 잡아 주며 위로하는 젠젠의 말이 더 가슴을 울렸다.

늘 오빠는 내 호적에 같이 있어

 

쯔추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임을 알고서 건네는 말이라 더 찡했다. 

가끔 더 막냉이 같은 쯔추를 잘 토닥여주고, 챙겨주는 두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4. 큰 잘못은 어른들이 했어

그들은 다 날 아끼는데
왜 엄마는 날 안 아끼나요

 

자길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떠안아야했던 링샤오는 마음의 병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겉으론 링샤오의 말을 다 들어줄 것처럼 하지만, 링샤오가 젠젠과 사귄다고 하자 바로 젠젠을 모른척 하는 천팅 아주머니. 또 다른 폭력이 시작되기 전에 링빠가 아빠 노릇을 시작해서 다행이었지만.

이미 리빠가 다 키워논 애를 친자식이라고 뺏다시피 데려가 놓고서 자기가 낳은 이복동생 왜 안 친해지냐고 할 때부터 진짜 복장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정말 한번도 링샤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 없는 후안무치의 가족이다. 



물론 링샤오의 여동생이 사고로 죽은 일로 온 가족이 다 힘들었겠지만, 왜 가장 어린 링샤오 역시 상처 받았을 거란 생각은 못 하는 걸까.

결국 그 일로 이혼을 선택했다면 버리고 간 자식인 링샤오는 깔끔하게 포기했어야 했는데. 서로에게 못 볼 꼴 다 보여주면서 사랑을 구걸하는 핏줄이라는 게 너무 넌더리가 났다.

그럼에도 천팅 아주머니의 억지고집을 받아주는 링샤오는 정말 대단하다.

소원을 비는 나무에게도 가족의 안녕을 비는 링샤오가 마음의 짐을 훌훌 떠나 보내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