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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상견니(想見你, Someday or One Day)

상견니 보기 전 주의하세요. 지독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거든요.

이틀만에 밤새서 다 보고, 한 달 동안 <상견니> 앓이를 하고 있다. 

초반의 꽤 심각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잠깐 멈추기도 했다만. 그 땐 몰랐다. 내가 이 드라마를 이토록 지독하게 앓을 줄은.(참고로 이 드라마는 4~5화부터 재미지기 시작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예상치도 못했던 전개가 막 펼쳐지는 바람에 얼마나 혼자서 격하게 리액션을 해댔는지 모른다.

배우들의 감정선 연기가 뛰어나고, 다 보고 나서는 OST만 들어도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아아. 쏘이쟌스쟝니옌칭비러치라이~

이 지독한 슬픔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무슨 홍보 전단지 뿌리듯 온갖 사람들에게 상견니를 소개하고 다녔다.

덕분에 과몰입 동지가 생겨 뿌듯함을 아주 느끼고 있다. 언젠가 32카페를 방문하러 대만 여행을 가고 말 것이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 :)

비행기 사고로 황망하게 남자친구(왕취안성)를 잃은 황위쉬안은 매일 그를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가 죽은 지 2년이 되던 날,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카세트 플레이어와 테이프를 전해 받는다.

테이프는 우바이의 'Last Dance'라는 곡이 실린 앨범이었는데, 마침 그 곡은 황위쉬안과 왕취안성의 추억이 담긴 노래였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노래를 재생하자 황위쉬안은 깊은 잠에 빠지고, 갑자기 1998년으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과 외모가 똑같이 생긴 1998년의 17살 고등학생 '천윈루'의 몸에서 깨어나, 왕취안성과 똑같이 생긴 '리쯔웨이'를 만나게 된다.

천윈루의 몸에서 깨어나 왕취안성의 모습을 한 리쯔웨이를 보자마자 오열하는 황위쉬안

보통 타임슬립물에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인물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독특하게도 이 드라마는 평행 세계에 나와 똑같이 생긴 다른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고, 시간을 넘나들며 하나의 인물이 두 개의 정체성을 함께 지닌다.

그러니까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면서 2019년 27살의 황위쉬안은 1998년의 17살의 천윈루의 기억도 함께 가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 이게 또 흥미진진한 청춘 로맨스로 거듭나게 되는 부분이다.

그녀가 갑자기 과거로 오게된 데는 아주 길고 복잡한 사연이 있다. 죄다 스포일 가능성이 높으니,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은 주의하시길.

*여기서부터 스포구간입니다.

시간을 뛰어넘어 널 만날 수만 있다면

1998년의 모쥔제, 리쯔웨이, 천윈루(황위쉬안)

황위쉬안은 왕취안성을 닮은 고딩 리쯔웨이를 만나지만, 그토록 그리워하던 왕취안성이 아니란 사실에 실망한다.

반대로 리쯔웨이는 천윈루의 모습을 한 황위쉬안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원래 천윈루는 리쯔웨이와 눈도 못 맞추는 극소심한 여자애였다. 당차고 거침없이 할 말 다하는 황위쉬안의 성격은 리쯔웨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예전의 천윈루를 짝사랑했던 모쥔제는 180도 반대의 성격을 한 그녀를 보고 혼란을 겪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올곧게 그녀를 아끼고 사랑한다. 늘 모쥔제의 시선 끝엔 천윈루가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섬세하게 그녀를 관찰했는지 알 수 있다.

언뜻보면 삼각관계 같지만, 서로 좋아하는 상대가 분명히 다르며 시간이 뒤섞여도 줄곧 일방향 노선을 따른다.

천윈루에게 담백하게 고백하는 모쥔제
천윈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모쥔제에게 말해버리는 리쯔웨이

이들은 짝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과정 없이 시원하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 버린다. 모쥔제와 리쯔웨이 사이의 미묘한 갈등도 생각보다 빨리 해결된다.

쥔제와 리쯔웨이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서 자주 다퉈도 금세 잘 화해하는 것 같다.(이 둘의 찐우정도 응원해)   

사고뭉치 동생 천쓰위안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세 사람

귀엽고 풋풋한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은 언제봐도 참 예쁘다.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99년 천윈루의 죽음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황위쉬안은 천윈루의 일기장을 통해 '왕취안성이 리쯔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03년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게된 리쯔웨이는 2010년의 왕취안성의 몸에서 깨어나 타임슬립을 한 것이다.(왕취안성은 참고로 짝사랑하던 동급생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을 결심하는 비운의 캐릭터ㅠㅠ)

황위쉬안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기다리는 왕취안성. 이 장면 감동해서 울었다. 

그는 자신이 리쯔웨이인 줄 모르는 대학생 황위쉬안에게 다가가 애정 공세를 펼치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시간이 흘러 왕취안성은 2017년 비행기 사고를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지만, 황위쉬안을 위해 죽음을 택한다. 자신이 죽지 않으면 황위쉬안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을 만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 사고 후 의식을 회복한 리쯔웨이는 무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황위쉬안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기다린다.(아흑)

뫼비우스의 띠 같은 전개 속에서 결국 2019년에 27살의 황위쉬안과 37살의 리쯔웨이는 서로에 대한 온전한 기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만난다. 

"난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넌 한번도 떠난 적이 없었어"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금세 서로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진짜 너무 감동스런 장면이다ㅠㅠ

다시 만난 리쯔웨이와 황위쉬안이 천윈루와 모쥔제의 죽음을 막기 위한 노력은 더  눈물겹다. 마지막 결말까지 손에 땀을 쥐고서 둘을 응원했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이루기에는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가 컸던 것 같다.

슬픈 마음을 달래기 힘들었는데, 에필로그 추가 영상에서 리쯔웨이의 28살 생일축하 장면은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됐다.

18살인 황위쉬안이 내 눈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세 사람이 저렇게 다 같이 모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고ㅠㅠ 

왕취안성도, 천윈루도 살아서 더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모든 슬픔을 겪고 나서 네가 깨달았을 거라고 믿어.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건 세상에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기대가 많기 때문이란 걸"

 

배우들의 명연기와 꿀케미

<상견니>의 배우들 명연기와 케미 역시 이 드라마의 큰 매력이다. 1인 2역을 소화하는 역량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각자의 캐릭터의 색깔이 너무 다 잘 어울린다. 어쩜 이렇게 섭외를 잘 하셨답니까.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가가연(커자옌, 1985년생)은 (특히 교복 입었을 때) 영화 <린다 린다 린다> 때의 카시이 유우랑 많이 닮았다.

극 중에서 쉴 새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정말 캐릭터와 한 몸이 된 것 같았고. 천윈루 연기를 할 땐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가 찰떡이며, 황위쉬안일 때는 밝고 명랑한 에너지가 넘친다.

천윈루가 황위쉬안처럼 사랑받고 자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까워서 마지막엔 천윈루에게 더 정이 가기도 했다.

사실 이 드라마는 허광한(쉬광한, 1990년생)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드라마다.

저렇게 쳐다보면 누가 안 반하냐고오

드라마 앞부분은 남친짤 제조기 수준인데, 리쯔웨이의 꿀 떨어지는 눈빛에 그 누가 안 반하겠나. 

리쯔웨이는 뭐 인간 골드 리트리버 수준ㅋㅋㅋㅋ 키우고싶다 이 댕댕이
황위쉬안이 떠난 자리에 천윈루가 돌아오니 그리움에 쩔쩔매는 리쯔웨이

왕취안성 연기도 정말 인상 깊었고, 특히 황위쉬안을 그리워하는 그 절절한 눈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네 생각에 관심 가져 주는 그런 사람" 모쥔제의 찐사랑 제발 알아줘ㅠㅠㅠㅠ

내 사랑 모쥔제, 시백우(스보위, 1996년생)박서준 닮은 꼴로 유명한데 박서준보다 더 순둥순둥한 외모다. 셋 중 나이가 제일 어리고 연기 경력도 짧은 편이지만, 모쥔제의 섬세하고 따뜻한 심성이 잘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우는 쥔제를 신나게 놀리는 누나 형들

특히 상큼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서럽게 울 때도 너무 귀엽다ㅠㅠㅠ

천윈루 시점에서 바라 본 풍경. 아 얼마나 예쁜가.

<상견니>는 내 청춘의 기억을 몽땅 조작하고 싶을 정도로, 예쁜 청춘의 그림들로 가득한 드라마다. 

대만에서는 아직도 <상견니>의 인기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는지 최근에 라이브 좌담회 같은 것도 했다.

나도 이 포즈 같이 하고 사진 찍고 싶음ㅠㅠㅠㅠㅠ

우리 나라에서도 확실히 반응이 좋은 편인데, 이 정도면 내한해야 하는거 아입니까. 정말ㅠㅠ 이왕이면 세 사람 다 와줬으면ㅠㅠ

제발 내 소원이여!!(생일 때 세번째 소원으로 빌어야겠군)

대만 드라마를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푹 빠졌다. 다른 대드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