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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누나의 첫사랑(下一站是幸福)

원제는 '하일참시행복(下一站是幸福)'으로 직역하면 '다음 역은 행복입니다'라는 뜻인데 연하남 로맨스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제목이 '누나의 첫사랑'으로 번역되어서 넷플릭스에 들어왔다.

f(x)의 빅토리아로 익숙한 송치엔이 주인공 '허판싱' 역을 맡았고,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연하남으로 송위룡(이름은 '위안쏭'인데 송웨이롱 이름이랑 비슷해서 맨날 헷갈림)이 등장한다. 

일단 두 인물들이 워낙 잘생기고 예뻐서, 어떤 설정도 일상에서 벗어난 '판타지'같은 느낌이 있다.(특히 잘생긴 인턴이 팀장한테 허리 마사지 해주는 신은 무슨 리얼 야동같은 망상인가 했다ㅋㅋㅋㅋㅋ)

초반 전개가 빨라서 순식간에 봤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몰입이 떨어져 한참을 미루고 미루다 늦게서야 완주했다. 

총 41화인데 끝으로 갈수록 결말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넋 놓고 봤더니 중반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진 않는다. 1화부터 5화 정도(예루밍과의 소개팅 전까지)가 꿀잼이니, 굳이 끝까지 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여기다, 송위룡 얼굴맛집

하지만, 웨이롱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봐야한다. 웨이롱을 예쁘게 잡아주는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화면 자체가 번쩍번쩍 후광이 나오는 느낌임)

반면 서브남주 아저씨(예루밍)는 연기 너무 잘하지만 웨이롱 옆에서는 그냥 얼굴 큰 아저씨로 나와서ㅠㅠㅠ 외모 편차가 너무 극심한 바람에 드라마의 감흥을 깨버렸다.(치아문의 우보송같은 상황ㅜ)

아무리 돈 많고 성격 좋고 싹싹한 사람이라고 해도 송위룡 얼굴을 한 연하남이 나 좋다는데, 아저씨에게 눈길을 줄 틈이 있으랴.

잘생긴 애가 저렇게 달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그저 좋을 수밖에..

안하무인 남자 캐릭터들

허판싱은 겨우 32살인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연애와 결혼 압박에 시달린다.

대학 때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결혼 상대를 찾지 않고 연애를 꿈꾸는 철부지 취급을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사랑과 재회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을 앞둔 상태였고, 타이밍 좋게 회사 인턴으로 들어온 10살 연하의 위안쏭에게 고백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염려한 허판싱은 위안쏭에게 비밀 연애를 제안한다. 그러나 위안쏭은 비밀 연애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의하지 못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위안쏭의 끓어넘치는 애정과 열정으로 포장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위안쏭이 허판싱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투정부리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이 차이도 있지만, 사실 둘은 직장에서 상하관계의 위치이고 언제 금방 헤어질지도 모르는 관계이기도 하니까. 중간에 예루밍이 선수쳐 훼방을 놓긴 했지만, 그게 없었어도 현실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긴 했다. 

결국 둘은 사소한 오해로 금방 헤어진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이별이었는데 나는 이별에 제동을 건 위안쏭이 좀 미웠다.

엄마를 전 여친으로 오해한 사건은 타이밍이 나빴다 치고, 허판싱을 위해 유학을 포기하다니 그것도 아무런 상의없이 결정하다니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사랑을 위해 뭔갈 포기하는 건 전혀 멋지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고, 한번도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고서 미래의 일을 결정하는 것도 너무 이기적이다.

그 순간에는 일생일대의 사랑 같아도 사실 끝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연애일 것이 분명한데. 불같이 타오른 위안쏭의 사랑에 대한 열정은 정말 쉽게 재가 되고 말았다.

둘이 헤어지고 나니 이 때다 싶어 얼쩡대는 예루밍은 정말 꼴불견이었다.(난 한동안 '예루밍 개자식' 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인 척 다가갔다가 정체가 탄로나니 더 뻔뻔하게 들이대고, 예루밍이나 위안쏭이나 둘 다 배려 없긴 마찬가지다.(너무 안하무인인 성격인게지ㅜㅜ)

학창시절부터 누나의 연애를 감시해오던 쌍둥이 남동생 허찬양이 위안쏭과 연애한다고 하니까 또 흥분하면서 달려드는 모양새도 마뜩찮았다.(아니 지가 뭔데-_-)

몰래 누나 절친과 연애하고, 심지어 대학교 제자(예루밍 조카)한테도 손을 대는 주제에 누나가 나이 차이 많은 자기 제자랑 연애한다고 뭐라 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허판싱이면 점잖게 대응 안 했다. 아마 다 들이받고 관계를 파탄냈을 것ㅋㅋ

허판싱은 너무 바보같이 속고만 살아서 답답했다.

허판싱, 위안쏭, 예루밍의 삼각관계에 답답함이 차오를 무렵 총샤오와 창환의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창환도 정말 직장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환상적 남사친 캐릭터다.

나는 창환의 성격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었다. 상대방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어필하지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게 자신이 아니라는 걸 눈채치곤 순순히 마음을 내려 놓는다.

게다가 자기 좋다는 사람의 기회도 안 놓치고 돌아보는 걸 보면, 관계에 있어 현실적인 계산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용기도 멋졌다.(월량대표아적심 노래부르는 장면에서는 내 귀가 다 녹음)

예루밍은 시종일관 더럽게 싸우지만, 창환은 우아하게 싸운다는 느낌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Find Yourself -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

사실 주인공 둘 빼고는 모두가 연기를 잘 한다.(하지만 둘의 비쥬얼은 최강의 조합이니 어쩔 수 없다)

내 기준 부실한 남자 캐릭터들 때문에 서사에 크게 흥미를 잃었지만 재미있는 요소들도 더러 있었다. 

자존감이 낮지만 발랄하고 씩씩한 차이민민, 마성의 매력을 지닌 허찬양 교수

위안쏭을 쫓아다니다 허 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차이민민도 너무 귀여웠고, 허판싱의 친구들 이야기도 꽤 공감이 되었다.

결국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예루밍과의 결혼은 쫑났고, 자기만족의 사랑만을 좇던 사람들이 제풀에 지쳐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너무 빨리 화해하는 바람에 조금 어이없기도 했음)

상하이를 배경으로 요즘 30대의 연애와 결혼 스타일을 보여주는 트렌디한 드라마라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편견, 녹록치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차라리 2005년에 방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서사가 더 통쾌한 것 같다. 중드 현대극은 확실히 중국어 공부에는 도움이 되지만, 몰입해서 보면 정신이 좀 피폐해 지는 듯 하다.

가볍고 재미난 중드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