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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NETFLIX

아라시의 다이어리(ARASHI's Diary -Voyage-) 3화-6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라시의 다이어리>를 보고 있는 중이다. 

 

아라시의 다이어리(ARASHI's Diary -Voyage-) 1화-2화

넷플릭스에 아라시의 다큐가 올라왔길래 보기 시작했다. 첨엔 이게 뭐지 하고 본건데, 다음 회차가 업로드 되기를 기다리다가 최근 2회까지 봤다.(업로드가 너무 느려서, 완결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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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넷플릭스 다큐를 보는 건 처음이다. 편성이 총 몇 화인지도 모른채로 시작했다가 목빠지게 업뎃을 기다리고, 최근에 다시 몰아서 봤다.

다큐를 보고 나서 아라시를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더 뭉클해졌달까, 찐뜩해졌달까.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만 몇 가지 소환해본다.

#3화 - 하지만 우리들은

3화는 내내 공연 준비로 멤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습 막바지에 이르러 '5X20' 곡을 틀어놓고서 나란히 누워 노래를 듣는데, 먹먹한 감정이 차올랐다. 

오노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여러번 고심하는 MJ는 여전히 스토익하고, 피아노 치는 쇼는 굉장히 멋지고(쇼의 반짝거리는 피부에 새삼 반함) 늘 강아지 같이 촐랑대는 아이바가 근육쟁이가 됐단 걸 보고 놀라기도 했다.(여지껏 과소평가 미안)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인 멤버들의 땀이 모여 투어 준비가 거의 완성되어 간다.

#4화 -언제나 다섯이

4화 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는데, 콘서트 중 멤버들의 소감을 각자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곧 이별을 직감하고서 하는 말이라 다들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함께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과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바쁜데.

니노가 갑자기 뼈때리는 말을 한다. 니노의 이런 솔직하고 날선 부분이 마음에 든다.

"이 다섯 명이서 20년 해 보니 어땠습니까?"
전 이 질문이 정말 싫습니다.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당신한테) 말하면 압니까'라고 매번 마음 속으로 말하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20년이 아니었죠.
다 큰 어른이 인생을 내던지고 20년간 어깨동무하며 하루하루를 함께한다는 건 아마 이 네 명만 알 거예요.

그 네 명 이라는 건 아까 쇼짱도 말했지만 줄어들지도 않고, 어째서인지 늘어나지도 않고(관객들 웃음)
이 멤버로 여기까지 쌓아 온 재산을 전 별로 가볍게 말하고 싶지 않네요.

우리의 20년을 그저 '어땠다'와 같은 말로 가볍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니노.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네 명의 마음은 정말 찡했을 것 같고ㅠ

콘서트가 끝나고 다시 화기애애하게 뒷풀이 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졌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불콰해진 오노ㅋㅋㅋ 너무 아재스럽고 귀여웠다.

#5화 - 각자의 생각과 마음

5화부터는 눈물샘이 팡팡 터지는데. 멤버들이 아라시와 팬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13번째 도쿄 돔 공연이 시작되고 멤버들이 산타, 루돌프 복장으로 갈아입은 모습이다. 얼굴엔 피로감이 가득해보이지만, 투어를 하나씩 해치워 나갈 때마다 멤버들의 마음과 생각을 인터뷰해서 보여준다.

쇼는 생각도 올곧고 행동도 바른 모범생 아이돌인 것 같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이 광경을 눈에 담으려고 하죠.
특히 아주 구석구석까지 관객들로 차 있는 광경을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광경을 간직하기 위해서 무대에 서죠.

긴 투어를 시작할 때마다 쇼는 '끝의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관객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 애쓰고 있었구나. 

쇼가 20년 동안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멘트에선 그 진심이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드디어 '5X20' 투어네요. 여러분 덕분에 20년을 거쳐 여기까지 왔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일이 있었죠. 4년 전이었을까요? 후쿠오카였을 거예요. 가족석이었죠. 남자분이 혼자 오셨는데 옆자리는 비어 있었어요. 애인인지 아내분인지 모르겠지만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죠.
그리고 미야기였나. 네, 미야기였는데요. '피칸치 더블'을 부를 때였어요. 저 쪽을 지나갔을 때였죠. 어떤 분이 제 부채를 들고 사진이 든 투명 파일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 사진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정도로 보였는데 따님 사진인 것 같았어요. 계속 절 향해 들고 계셨어요. 그 다음 부른 곡이 '끝없는 하늘'이었죠.
제가 말하려는 건 이거예요.
저는 많이 보고 있고 많이 기억하고 있어요.
소위 말하는 팬 서비스 말인데요. 뭔가를 해 달라거나 뭔가를 달라고 했을 때 거기에 부응하는 게 팬 서비스라고 가정하면요. 죄송하지만 전 많이 부족했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더 많은 분께 손을 흔들고 더 많은 분과 눈을 맞추고 더 많은 분과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별로 내세울 게 없어서 자랑할 만한 건 없지만 '아라시 네 명과 20년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아이바의 말은 너무 짠하기도 했다. 아이바가 많이 아팠었단 얘기는 여기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얼마나 자책을 했을까 생각이 들어서 안쓰럽고 짠했다. 

니노는 언제나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주니어 때까지 하면 23년쯤 되겠네요. 돌이켜 보면 그땐 정말 즐거웠어요. 
많은 일을 겪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저희가 설 수 있었죠. 
한 번 더 하라고 하면 저는 하고 싶지 않네요.
그 정도로 진지하게 보낸 23년이었습니다. 
돌아가지 않을 거고 두 번은 안 할 거라고 
이번이 마지막이고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매번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 각오로 여기까지 왔어요. 

번아웃에 대한 생각과도 이어지는 말인데 마지막이라서 정말 진지하게 끝까지 하는 거라고 말하는 니노ㅠㅠㅠ

#6화-활동 중단 발표

6화부터는 내용이 많이 무거워진다. 아라시는 팬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 어떤 옷을 입을까부터 심각하게 고민한다.

기자회견은 라이브로 보긴 했지만, 그 땐 진짜 어디 얻어맞은 충격으로 아무 생각도 안 났었다. 

그 뒷이야기를 보고 나니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온 건지 알게 되었다. 여러 갈등이 있었겠지만 결국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돋보인 것 같다.

리더의 책임론으로 입 모아진다면 그건 우리가 잘못한 거다.

어떻게든 리더몰이로 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라시 멤버들이 있어서 나 역시도 오노가 결코 미워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 직전에도 쇼는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밤비, 너란 사람은 정말 프로구나. 아무리 봐도 멋진 사람.

기자회견 이후에도 투어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노는 그 첫 무대에 오르기를 무척 두려워한다. 

마지막 멘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오노에게 다가가 굳이 혼자 있을 때 말하지 말라고 챙겨주는 니노는 대박 감동이었다ㅠㅠ

그렇게 멤버들의 힘을 받아 오노는 무대에 오르고 멋지게 이별에 대한 멘트를 한다.

늙은 것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는데
당연히 늙었죠. 그래도 곱게 늙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그건 역시 여러분 덕분이에요.
여러분이 응원해 주시고 TV로 봐 주시고, 이렇게 무대에 서 있는 저희를 봐 주시니까 저절로 멋있게 늙는 것 같아요.
정말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래서 정말로 지나치게 늙지도 않고요.
그러니까 활동 중단 후에도 여러분이 만들어 준 이 비주얼을 계속 유지할 겁니다. 유지하지 않으면 여러분께 실례니까요.

'활동 중단'이라는 어쩌면 아주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가벼운 웃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오노. 정말 사랑스러운 리다임에 틀림 없다.

5X20의 가사는 멤버들이 20년간 하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담은 거라 무지 밝은 곡인데도 눈물이 절로 난다.

니노는 아라시라면 뭐든 괜찮다는 믿음에 솔직하게 가사를 쓴 것 같다. 결국 지난 시간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서로가 증명해 준 것과도 같으니까. 

알면 알수록 아라시는 참 대단한 그룹이다. 

이제는 아라시가 아닌 개인 활동을 이어나가겠지만 아라시라는 그룹이 이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한 것일테다. 그런 지난 20년을 정리하고 새출발을 맞을 이들의 앞날을 쭉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