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아라시의 다큐가 올라왔길래 보기 시작했다. 첨엔 이게 뭐지 하고 본건데, 다음 회차가 업로드 되기를 기다리다가 최근 2회까지 봤다.(업로드가 너무 느려서, 완결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라시의 팬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쑥스러울 정도로 얕은 수준으로 좋아했지만, 쟈니즈 예능은 꾸준히 챙겨본 터라 꽤 오랫동안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었다. 그들의 활동중지 소식을 접했을 땐 씁쓸하고 착잡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쩌겠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낙화'의 한 구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중딩 시절에 친구의 언니가 아라시 콘서트에 다녀왔단 얘길 듣고 엄청 부러워 했었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뭔가 추억의 한 켠을 다 들어내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오고 갔다.
AKB48는 '졸업'이란 형태로 멤버 개인별로 아이돌 그룹 활동 중지 선언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보이그룹의 대명사 쟈니즈는 그룹 해체나 개인 은퇴가 아니면 영원히 쟈니스 소속이자, 영원한 아이도루로 남는다.(여아이돌에 비해 남아이돌의 수명이 기본적으로 길기도 하지만 쟈니스의 요상한 방침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형 아이돌의 말로는 거의 계약 종료와 함께 그룹 해체 수순을 밟아 왔고, 그 와중에 회사와의 갈등, 범죄와 스캔들로 시끄럽기도 했다. 최근의 쟈니즈는 멤버 탈퇴, 그룹 해체 등등 여러 일들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아라시는 계속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괜찮을거야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라시는 조화가 참 좋은 그룹이라 생각했다. 개그 캐릭터 리다부터 똑부러진 막내 쥰까지 어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룹이다. 성인이 되고부터 아라시가 별다른 스캔들 없이 아이돌의 정점을 찍었을 때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다 무난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멤버들이라 그런가보다 싶었다. (쥰을 제외하면 누구 하나 세보이는 느낌도 없으니.)
무튼 리다가 잠정적 활동중지를 결심한건 좀 오래되었다고 발표했을 땐 본격 팬이 아닌 나도 충격이었다. 그래서 낚시를 글케 열심히 한건가. 까맣게 그을린 리다의 얼굴이 떠올라 푸웃 웃었지만. 이제 더는 스맙처럼 예능에서 떠들고 웃는 아라시 완전체를 못본다는 사실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사람의 건강이 우선이니까. 모두가 치열하게 의논한 결과니까. 팬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과 멤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1년 간의 콘서트 투어 다큐를 볼 수있어 신선했고 감동스럽기도 했다.
#1화 - 20년
1화의 인터뷰에서는 20년차 아이돌의 피로가 피부로 느껴졌다. '번아웃'이란 단어가 이 사람들에게는 정말 두렵고도 자연스러운 일었겠구나.
니노의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아이돌 인생 20년차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땐 아라시로서의 활동기간들이 '돌아가고 싶은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과거'라고 여겨지는 듯 싶다.
그 정도로 다 쏟아부은 인생을 또 산다는 건요. 글쎄요.
그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전부 쏟아부었다고 생각해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서 쇼는 '재가 되어버리고 싶다'고 말한 것에 비해, 니노는 자신을 '(번아웃이 오면)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부분에서 니노만의 확고한 고집이 느껴졌다.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돼도 좋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거든요.
쇼가 등장할때 "네 제가 쇼입니다." 이러는 거 너무 진행자 톤이라 웃겼다.(이젠 능구렁이 진행자가 되어버린 밤비군!) 제일 할 말이 많아보이는 것도 쇼였고 어쩌면 제일 답답했을 것도 쇼였을텐데. 하고 싶은 말을 삼켜가며 담담하고도 신중하게 뱉어내는 듯 했다.
막내같은 아이바짱은 여전히 강아지 같고 귀엽다. 벌써 이들이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란 게 여전히 실감이 안 났다. (그래, 내 나이를 생각하쟈ㅠㅠ)
멤버들이 '은혜를 보답하기 위한 1년'이라고 말하는 지점에서 굉장히 뭉클해졌다. 아라시는 정말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구나. 감동감동ㅠㅠ
#2화 - 5X20
1화는 좀 보면서 울컥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2화는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조별 과제하는 분위기라서 블랙 코미디 같았다.
나는 마츠쥰이 무대감독이며 연출이며 다 짜는 건 줄 몰랐다. AKB의 총감독 같은 느낌이랄까. 콘서트 전체를 진두 지휘하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계획한다는 사실이 참 놀라우면서도 내가 만약 스탭이라면 콘서트 출연진이 이렇게까지 많은 일들에 개입한다면 좀 짜증날 것 같기도 하다ㅋㅋㅋㅋㅋ
예민보스 마츠쥰이 혼자서 열내고 있으면 중간 중간에 라면 후루룩 먹어대며 눈치보는 멤버들 너무 귀여웠다. 특히 오노의 심퉁한 표정과 눈알 굴리는 사쿠쇼(밤비!!) 너무 귀엽ㅠㅠ
매사 진지한 마츠쥰과 니노. 안무 못 따라가서 초조한 아이바.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하면서도 멤버 눈치 엄청 보는 쇼와 오노. 이 캐릭터들의 조합 너무 사랑스럽다ㅠㅠ
다들 마츠쥰의 의욕을 못 따라가지만 그래도 팀으로 할 땐 화목한 분위기가 된다는 게 관록의 팀워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렴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절대 불꽃튀는 긴장감 속에서도 싸우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서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돋보이는 그런 회차였던 것 같다.
앞으로의 회차가 더 기대가 되는데. 제발 넷플릭스 빨리 업로드 해쥬라...
[리뷰는 즐거워/음악] - 아라시의 다이어리(ARASHI's Diary -Voyage-) 3화-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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