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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NETFLIX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

SNS는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알면서도 속는 이 딜레마를 어쩌면 좋을까.

소셜 네트워크로 층층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딜레마와 그것에 대한 비판적 의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트위터,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유투브(구글) 등 이 세계를 초창기에 만든 사람들이 앞다투어 소셜 네트워크의 윤리적 허점들을 속속들이 밝히고,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영화라서 넷플릭스의 짧은 20분짜리 다큐보다 길이가 긴 편인데, 인터뷰나 강연 외에도 사례를 극으로 구성해서 보여주니 지루함이 덜했다.

시스템 이야기를 줄창하다가 갑자기 윤리적인 선택이 중요하단 결론으로 넘어가는 대목에서는 조금 김빠졌지만 앞부분 문제의식이 날카롭고, 비판적인 관점들이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다시금 되돌아 보면서 실생활에서 스마트 기기와 매체(컨텐츠)를 더 의식하게 됐다. 

 

내가 SNS를 하는/관둔 이유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나는 그것이 신기해 자주 들여다 봤다. 그 때문에 애인과 몇 번 다툰 적이 있다. 그 땐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그가 지나치게 예민한 거라 생각했었다. 

20대에 처음 시작한 페이스북은 멀어진 친구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줬고, 트위터는 덕질을 하기에 용이했다.

페이스북에서 아는 사람이 넷상에서 공방을 하다가 사이버 불링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실명으로 올라오는 인신공격성 댓글들의 수위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내 실수로 휴대폰 번호가 페이스북에 공개되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친구의 비밀을 폭로하는 문자가 왔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모든 게시물을 지우고 계정을 탈퇴했다.

인스타그램은 나 빼고 다 하길래, 그곳에 정보가 모여있어서 하는 수 없이 인스타 계정을 새로 팠다.

일상을 공유하는 재미에 맛들렸다가,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 상태다. 보여주고 싶은 일상을 전시하고, 다른 사람의 안부를 사진으로 확인하는 그 루틴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제일 재밌어 하고 비교적 오래 계정을 유지하곤 있지만, 온종일 거기에 신경이 몰려있을 때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 

<소셜 딜레마>에서 'SNS는 슬롯머신과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내가 SNS를 하는 이유도 그런것 같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습관적으로 피드를 새로고침하는 거지, 정작 들춰보면 쓸모없고 허울뿐인 정보로 가득찬 세계다.

트위터와 유튜브의 거짓된 정보에 속는 줄도 모르고 자기만의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 비판적인 사고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휩쓸리고 알고리즘의 편안함 속에서 산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의식을 지배 당하고 마니까.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음모론이 될까봐 걱정이 된다. 

 

The technology that connects us also controls us

SNS는 양날의 검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통제 불능이 된다.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 적응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SNS 때문에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내 멘탈이 약해서라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피로들이 축적되어 종종 내 자신을 괴롭혔다.

그러나 인류의 뇌는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아직도 많은 10대들은 심리적 상처를 받으면서도 SNS의 영향력 안에 완전히 포위되고 있다. 해마다 늘어가는 청소년의 자해, 자살 비율 그래프는 정말 끔찍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