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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NETFLIX

라그나로크(Ragnarǫk) 시즌1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라그나로크> 시즌1이 정식으로 올라왔다.(꺄!) 내 최애 드라마 SKAM의 출연진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트레일러가 공개될 무렵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배우들 볼 생각만 했지 사실상 장르나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참 보던 중에 응? 이거 설마.... 토르 이야기?? 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차렸다ㅋ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바보같다 증말)

제목이 '라그나로크'이길래 나는 그게 종말론과 관련된 비유적인 의미라 생각했지 고대 노르드어인 줄도 몰랐고, 북유럽 신화는 정말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것이다.(그 흔한 마블의 토르 시리즈도 안 본사람이 나다^^) 그저 '노르웨이 드라마'니까 지역적, 문화적인 특수성이 반영된 설정 정도라 생각했다.

보고 나서 알쏭달쏭 했던 것들은 위키백과에 친절한 설명들이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https://ko.wikipedia.org/wiki/%EB%9D%BC%EA%B7%B8%EB%82%98%EB%A1%9C%ED%81%AC)

'에다'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지역 이름인데 원래는 북유럽 신화 이야기를 다룬 책 이름이며, '무녀의 예언'부터 '거인들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거기 실린 내용이 드라마의 모든 사건과 연결이 된다. 도입부에 항상 북유럽 신화 속 내용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데 우연 같은 사건들이 알고보면 필연적인 사건의 실마리로 작용한다.

이런 정보들을 다 알고 봤다면 더 재밌었겠지만 전혀 모르고 봐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았다. 

-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현대판 토르 이야기

왼쪽부터 피오르, 이솔데, 삭사, 그뤼, 레우릿스, 망네

<라그나로크>는 현대판 토르 이야기다. 현대 노르웨이에 '토르'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존재가 될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여기서 토르(망네)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거대 자본가들(거인족으로 나오는 유툴 집안)과 싸우는 환경 운동가다. 판타지 서사를 이런 현실적인 설정으로 변화시킨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후변화 문제가 오늘날 아주 심각한 현안이기도 하고, 자연 유산이 풍부한 노르웨이가 배경이기도 하니 얼마나 정치적이고 훌륭한 선택인가 싶기도 했다.(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이거 19금임ㅠ)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유툴 집안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하는 망네(Magne)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초인적인 힘을 깨닫게 되고 싸울 명분이 충분한 토르로 거듭나게 된다.

시즌1은 망네가 토르로서 자각을 하는 과정이 중심이라서 이렇다 할 큰 사건은 없이 끝이 난다. 대결구도는 확실하지만 서로 간 보는 긴장감만 흐르고 본격적인 배틀은 시즌2에서 시작이 될 것 같다.

- 캐릭터 소개   

너드 같은 형을 짠하게 바라보는 레우릿스

나는 SKAM에서 마그누스의 너드같은 매력을 참 좋아했는데 여기서도 망네는 너드같은 히어로로 나온다. 난독증인 망네는 음성인식으로 글을 읽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데 서툰 편이다.

반대로 엑스맨의 퀵실버를 꼭 닮은 동생 레우릿스(Laurits)는 똑똑하고 사교적이며 학교의 인기남 피오르(Fjor)를 졸졸 쫓아다닌다. 레우릿스는 형한테 유독 심술궂게 행동하긴 하지만 마지막엔 적극적으로 형을 돕는 모습을 보인다. 

이솔데는 눈빛이 굉장히 몽환적이다.

망네는 환경 운동가이자 패러글라이딩이 취미인 이솔데(Isolde)와 친해지면서 함께 에다의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솔데는 매력이 쩌는 캐릭터라서 오래 보길 원했는데ㅠ 유툴 가(家)의 음모를 파헤치다 안타깝게도 사고사로 위장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사진에서 헤르만 패션 너무 웃긴듯ㅋㅋㅋ 사진 한 장으로 캐릭터 설명끝

SKAM 시리즈의 사랑스러운 Fuck boy♥헤르만은 인간을 사랑한 거인족 피오르 역을 맡았다. 나는 피오르가 그뤼(Gry)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장면에서 한번 까이고 나면 금방 다른 사람을 좋아할 줄 알았다.(SKAM에서 바람둥이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모양ㅋㅋ) 그런데 그는 의외로 순애보 타입이었고 종족을 넘어선 사랑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른다.(약간 트와일라잇 남주 느낌이랄까?)

늘상 SKAM에서 크리스가 러브라인의 배경 역할만 했던걸 생각하면 아쉬웠는데, 망네와의 로맨스 대결 구도가 무척 기대가 된다.

차분한 모범생 느낌의 그뤼

SKAM의 누라를 꼭 닮은 듯한 이미지의 그뤼는 이솔데가 죽고 나서부터 인간 관계가 조금씩 복잡해진다. 원래 베스트 프렌드였던 삭사에게 배신을 당하고(친구들 앞에서 비밀 폭로당함) 그의 동생인 피오르와 본격적인 썸을 타던 중 팀 과제를 하면서 친해진 망네에게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는다.

그뤼의 아버지는 유툴 가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렸으나, 이렇다 할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면서 유툴 가의 자식이자 자신을 좋아하는 피오르의 마음을 순순히 받아 들이기엔 복잡한 심정이 된다. 마음은 망네에게 조금씩 기울기도 하지만, 피오르의 적극적인 대시에 밀려 사귀게 된다. 두 사람은 뭔가 상황이 로미오와 줄리엣 같고 그랬다.

빌런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삭사

SKAM 시즌3에서 에반의 전여친으로 나왔던 소냐는 여기서 삭사(Saxa)역을 맡았다. 이솔데는 망네에게 삭사를 '금수저를 처물고 태어난 고급 인형'이라고 소개한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여자애답게 도도하고 거만한 성격이다.

파티에서 피오르와 함께 거인족의 댄스 실력을 뽐내는 장면에서는 얘네 성격과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아주 기묘해서(좀비느낌의 움직임) 웃음이 나왔다ㅋㅋ

유툴 가의 실제 권력을 틀어 쥐고 있는 어머니 란(Ran)과 아버지 비다르(Vidar)는 빌런 포스가 장난 아니다. 교장인 란이 학생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비다르가 동물들과 피오르를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씬은 (볼 때 느낌도 좀 요상했지만) 그들이 인간들을 멸시하는 폭력적인 종족임을 자극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흥미로운 캐릭터들 외에도, 드라마 속 노르웨이의 자연경관이 끝내준다. 노르웨이 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언젠가 갈 수 있을까ㅠㅠ

- 여전히 사랑합니다 SKAM 배우들

<라그나로크>를 보며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역시 SKAM의 배우들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전 시즌의 주연 배우들은 아녔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그너스, 잘생긴 크리스, 키크고 예쁜 소냐가 이렇게 다들 잘 커서 멋진 역할을 하는 걸 보는 게 너무 흡족스러웠다.

 주인공 망네 역을 맡은 배우 David Stakston은 풋풋하고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는데 그 사이에 키도 많이 컸고, 어른의 느낌으로 성숙해서 많이 놀라기도 했다. 

요즘에도 종종 SKAM 배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하는데, <라그나로크>를 계기로 헤르만과 다비드가 자주 인터뷰 하는 모습이 나와서 너무 좋다. 영상에서 뭔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ㅋㅋ 둘이 시시덕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웃는 모습도 참 예쁜 헤르만과 다비드

한동안 그만 뒀던 노르웨이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할 판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노르웨이어 원어 자막도 볼 수 있어 좋았다. SKAM은 리메이크작인 프랑스 것만 국내에 들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노르웨이 컨텐츠는 여전히 가뭄 상태였는데. 믿고 보는 방송사 NRK가 좋은 드라마 많이 제작해서 국내에 많이 유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