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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여행은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요

힘들었던 일주일

이번 주는 상해에 태풍이 2번이나 왔었다.

첫 번째 태풍으로 인해 상해 저녁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추석 장가계 여행에 문제가 생겼다.

여행사는 모든 여행 스케줄 취소를 권했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서 자유여행을 하는 게 속편하겠다 싶어서 무리하게 여행을 진행시켰다.

초반에 비행편을 바꾸는데 여행사랑 소통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장가계 도착 후에는 큰 사고 없이 여행을 잘 끝냈다.

돌아갈 땐 태풍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우리 비행기만 1시간 지연되는 바람에 나는 새벽 4시쯤에 집에 도착했고, 눈을 붙이자마자 출근시간이 되었다. 

몽롱한 기분으로 2시간 수업을 하고 조퇴를 했는데, 사실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담날은 교통대 개강일이었다. 퇴근하고서 폭우를 뚫고 3시간짜리 풀강을 들었는데, 너무 어려운 중국말이 난무해서 절반도 못 알아들은 것 같다.

어제는 퇴근 후 로투킹을 틀어 놓은 채로 졸다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초저녁부터 잠에 들었다.

잠을 푹 자고 나니 어느 정도 체력인 돌아온 듯 하지만, 요 며칠째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몸이 노곤하긴 하다.

담주도 또 이렇게 바삐 시간이 흘러가겠지만 주말 동안을 체력 잘 보전해야지.

 

도묘필기 연극을 보다 <우촌필기>

추석 여행 일정이 일요일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연휴 중 토요일 딱 하루는 혼자 쉴 수 있었다.

마침 중국인들이 일하는 주말(중국은 연휴가 있는 주말 앞뒤로 대체근무일이 있다)이길래 도묘필기 연극을 보러 항저우에 갔다.

항상 8월에는 817도미제(도묘필기 팬들이 모여서 이 장르를 즐기는 큰 연중행사)가 있다. 늘 그맘때 일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이번에도 여행 때문에 도미제를 놓쳤는데, 그 무렵 상연했던 도묘필기 연극이 재상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大麦에 알람이 뜨자마자 예매를 하려고 링크에 들어갔으나. 이미 좋은 날짜, 좋은 좌석은 매진이었다.

한국에서는 나를 포함한 팬들이 한 줌 정도 있을 텐데, 중국에서는 정말 대메이저 장르가 아닌가.

아마 토요일이 대체근무일이 아니었다면 좌석 예매도 힘들었을 것이다.

기차를 타고 항저우동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in77 주변으로 향했다. 항상 인파로 들끓는 곳이지만 그날따라 사람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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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제 굿즈 남은 거라도 줍줍 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도묘필기 굿즈도 많고 타 장르도 전시나 행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구경할 건 많았는데 굿즈를 사진 못하고 있던 중 연극 시작 시간이 다가와서 급히 택시를 타고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은 작은 편이었고, 곧 시작 시간이라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극장에 여유롭게 도착했다면 굿즈 증정 이벤트에 참여했을 텐데, 연극이 끝나자마자 또 서둘러 기차를 타러 가야 해서 구경도 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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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연극은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았다. 세트장에 공을 들인 듯한 흔적이 느껴졌달까.

왕팡즈는 정말 많은 말을 하고(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몰라서 못 웃음) 우시에가 천연스덕스럽게 굴 때 좀 귀엽고, 샤오거는 많이 말랐다.(웃옷을 벗을 때 사람들이 막 꺄 소리 질렀는데, 볼 게 없는데 왜 소리 지르지 싶었다)

샤오거가 무술 같은 거 할 때 내 자리 쪽(주방 쪽)에서는 잘 안 보여서 아쉬웠다.

대신 기령오사가 꽁냥대는 짓(간식 먹여주기, 귓속말하기, 서로 가벼운 터치하기)을 내 쪽에서는 훤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몰래 사진 찍기도 했고, 공식적으로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꽤 길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 느낌이라 편안하게 봤다. 

팬서비스도 화려하다. 앞 좌석에 테이블석이 있는데 거기에 앉은 사람들은 희래면 식당이 오픈하면 팡즈랑 샤오거가 관객석 쪽으로 와서 서빙을 한다. 

우시에는 가까이 와서 애드리브로 메뉴 홍보까지 친절히 해준다. 정말 대혜자 서비스가 아닌가.

중국어로 된 연극이다 보니 자세한 내용들은 다 이해는 못했어도,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만 있어도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였다. 

연극을 다 보고 나서는 가슴이 벅차고 뭉클한 감정마저 들었다. 아 내가 중국에 와서 이렇게 호사를 누리다니.

철삼각 영원히 우촌에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기령오사 결혼해서 애기 낳았으면 좋겠다.

 

시작부터 꼬일 대로 꼬인 여행

항저우에서 연극을 보고 집에 돌아온 게 저녁 11시쯤이었나. 이제 슬슬 자려고 누웠을 때 갑자기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해 출발 장가계행 비행기가 취소되었습니다"

취소사유도 어떤 대책도 없이 이런 메시지만 달랑 보낸 여행사가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쯤 자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엄마는 일단 자고 다음날 아침에 같이 출발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여행사에 항공편 변경과 현지 여행비 취소환불을 요청했고, 한국에서 상해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사용하면 취소된 비행 편은 부분환불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여행을 캔슬하느니 차라리 자유여행으로 장가계를 가는 걸 선택했다.

중국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도 아무 준비 없이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마침 장가계에서 자유여행을 하고 있던 지인이 있었고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비행기를 난징공항 출발로 변경하고 기차도 가까스로 예매했건만, 이번엔 상해에서 차가 너무 밀리는 바람에 시간 안에 난징에 가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우시 공항에 가까워 올 때 부서진 멘탈을 부여잡느라 힘들었다

비행기를 한 번 더 취소하고 우시공항 출발 비행기로 다시 예매했다. 우시는 그나마 상해에서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우시 공항에서 들이킨 창사 브랜드 차옌위에써 나이차. 장가계에도 많았지만 줄을 오래 서야했음

문제는 우시는 창사행 비행기라서 목적지인 장가계에 가려면 또 늦은 시간에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다음날 새벽 3시 즈음이 되어서야 우리는 장가계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를 된통 길바닥과 공항에서 보냈지만 태풍을 피해 무사히 장가계에 온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이틀 만에 장가계 정복하기

첫날은 조식을 먹고서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 직원이 안내해 준 대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장가계 삼림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놀라웠고, 정말 신기했다.

둘째 날은 오전에 황석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차를 타고 이동해서 천문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랐다.

삼림공원에서도 이미 케이블카를 탔었지만, 천문산 케이블카는 진짜 말도 안 되게 높이 올라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랑 아부지는 계속 덜덜 떨면서 올라갔다.

천문산의 상징이기도 한 하늘을 향해 뚫려 있는 지형은 무릉에서 봤던 지형과 닮아 있어서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크기가 압도적이긴 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도중에 맨몸으로 하늘을 질주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갔던 날 세계 패러글라이딩 선수권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압도적인 풍광과 좋은 날씨 덕분에 여행 내내 좋은 구경을 실컷 하긴 했다. 적당한 맛의 한식집도 몇 군데 있어서 매일 한식도 먹었다.

말 안 듣는 아부지(배고프다고 발 아프다고 찡찡댐)랑 한바탕 할 뻔했으나 큰 싸움으로는 번지진 않았다.

장가계를 다녀왔으니, 이제 더 이상 가족끼리 중국을 자유 여행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지만, 다음엔 돈을 써서 꼭 직항 비행기를 사고, 패키지여행을 이용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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