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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여름이 오기 전에 더 놀아야 해

놀랍게도, 벌써 유월이다.

일 년의 절반이 끝나가고 다시 또 절반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면 지나온 시간이 좀 무겁게 느껴지고.

유월은 내가 태어난 달이니 1년을 새로고침하여 0월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볍다.

노동절 여행이 꽤나 몸에 큰 영향을 줘서 한동안 병원 다니고, 몸을 덜 쓰는데 집중했더니 체중이 금세 늘었다.

이제 통증없이 걷고, 앉고, 힘을 쓰는 게 가능해진 것 같아서 지난주 PT 레슨을 한번 받았다가 일주일 내내 팔이 천근만근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상체 운동만 빡세게 해서 그쪽 부위만 근육통이 심했음)

아픈 게 싫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이다.

 

2박 3일 홍콩 여행

친구나 연인이랑 싸우고 싶지 않으면 여름에는 함께 홍콩 여행 가지 말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다보니 깡의 휴가날에 맞춰 여름이 시작되는 5월에 홍콩에 가게 됐다.

5월 초에 구이저우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모험 같은 중국 여행을 하는 것이 조금 시들해지고 있었고, 나는 그저 편한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싶었다.

친구들이 중국으로 놀러 와 주길 내심 바랐지만, 그놈의 '비자값' 때문에 상해는 후보지에서 금방 탈락했다.

언젠가 친구들과 중국 여행을 하고 싶다만, 시간과 일정을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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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홍차오 공항으로 튀어가느라 정신이 많이 없었다.

깡에게 사주기로 했던 과자를 깜빡 잊고 들어온 바람에 공항 구석구석을 돌며 과자를 찾아다녔다.

홍차오 국제선에는 정말 뭣도 없었다. 국내선에는 그나마 카페나 쇼핑할 곳도 많았던 것 같은데 국제선에 카페는 스벅도 없고 wagas 하나만 딸랑 있었다.(뭐 우시는 이것마저 없는데,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맘때 상해는 아직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했는데, 홍콩은 오히려 밤의 습기와 열기가 낮보다 심한 것 같았다.

무사히 옥토퍼스 카드 충전(옛날 거라서 창구에 가서 다시 활성화시켜야 했음)하고, 지하철 타고 조던역까지 오는 건 순조롭게 성공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려다가 엉뚱한 클럽을 갈 뻔하고, 호텔 앞 편의점에 갔다가 한국어 너무 잘하는 홍콩 아저씨가 쉴 새 없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낯선 외국인에게 모국어로 말 걸어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막 홍콩에 도착해서 낯선 상태에서 '맨발의 디바 이은미'에 대해 떠들어 대는 아저씨가 나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도망가듯이 물건을 챙겨 나온 뒤에는 다시는 여기 편의점에 가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담날 그 시간에는 다른 직원이 있긴 했다)

호텔은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고, 마카오-홍콩 여행의 추억이 담긴 만한대찬을 끓여 먹고 맥주를 들이켜니 살 것 같았다. 

새벽 1시가 가까워서야 깡이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 날 피곤을 이기고 일어나 근처 광동식 죽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늦은 밤 썰렁했던 거리완 다르게 대낮의 조던역 주변의 풍경은 '홍콩스러움'이 물씬 풍겨 나왔다.

홍콩 여행을 1년에 한 번씩하고 중국으로 왔던 언니의 말대로, '홍콩은 중국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홍콩 여행이 첨이었던 깡은 너 왜 중국에서 국제선 타고 왔냐고 했지만, 현지 통화부터 사람들이 쓰는 말과 태도가 대륙과는 너무 다르다.

홍콩만의 자유스러움을 나는 중국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다. 

물론 예전의 홍콩과 지금의 홍콩은 또 사뭇 달라지긴 했다.

나는 보통화로 말하는 것이 현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준다기에 최대한 영어나 광동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둘 다 못해서 티는 별로 안 났겠지마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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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이기도 했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적은 편이었다.

특히 디즈니 가는 날은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중간중간 끼니를 챙길 틈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이라도 단단히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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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먹은 동윤영은 여전히 맛있었고, 죽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가끔 중국에서 광동요리나 딤섬을 먹긴 하지만, 역시 홍콩 현지에서 먹는 건 맛이 다르다.

근처의 카페 겸 서점 같은 곳에 들러 구경을 하다가 금동이 생각에 고양이 주머니를 하나 샀고 우버를 잡아서 디즈니로 향했다.

홍콩 디즈니는 작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다른 디즈니에 없는 어트랙션도 많고 주말의 사람들도 적당해서 다니기에 쾌적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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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장한 겨울왕국 존도 너무 예쁘고, 어트랙션 마지막에 엘사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날씨 때문에 올라프 아이스크림이 바로 실시간으로 녹아 흐르고, 엘사&안나가 영어로 공연하는데 광동어 쓰는 올라프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긴 했지만ㅋㅋ

라이언 킹 공연은 생각보다 화려하고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퍼레이드는 거의 끝물에 봐서 놓치다시피 했는데, 규모도 작은 편이고 날씨가 더워서 집중해서 다 보기 힘들었을 것 같다.

밤늦은 시간까지 모든 어트랙션 다 타고(스타워즈 어트랙션은 재밌어서 두 번 탔다), 야무지게 레이저 쇼 보고서 다시 택시를 타고 스푸파 맛집 애문생으로 향했다.

지난 홍콩 여행 때 가게가 일시 휴업하는 바람에 못 먹은 게 한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도 마감 시간 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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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제법 많다 해서 소고기 감자와 오징어 튀김을 시켰는데, 시원한 맥주랑 궁합이 정말 좋았다. 아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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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은 제니쿠키 사고, 셩완 쪽으로 넘어가서 설렁설렁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IFC 몰 구경하고 추억의 완탕 맛집 첨자기에서 완탕 한 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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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룸에서 커피도 한잔 마셨는데, 커피가 꽤 맛있었다. 근처 마트에서 커핑룸 드립백을 두 통 샀는데, 아직도 잘 먹고 있다.

공항으로 돌아갈 무렵엔 날씨도 흐리고 몸 컨디션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 그래도 여행을 더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중국 저녁 출발 비행기는 무조건 지연된다. 이것이 국룰인 나라.

어쩌다 지연 안 될 때도 있지만, 어떤 항공사는 정말 밥 먹듯이 딜레이 된다.

이렇게 지연될 줄 알았다면 더 놀다 오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름 공항이 굉장히 크고 구경할 게 많아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여행 마치고 돌아오니 공개수업과 상담 약속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풀지 못한 여독과 과로가 겹쳐서 원래는 상해 근교로 여행 가려던 스케줄도 취소하고 주말엔 요양을 해야 했다.

담주는 단오절 연휴인데 아직 아무 여행 계획도 짜지 못한 상태다. 얼른 몸과 마음을 회복해서 또 즐거운 마음으로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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