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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놀기 바빴던 10월

미국 여행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금세 시간이 휙휙 지나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11월이고, 엊그제는 입동이었다.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해도 짧아졌다.

왕허디는 어느새 데뷔 7주년을 맞았고, 2018년 첫 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들이 어느새 나 빼고 모두 결혼을 했거나 앞두고 있었다.

시간이 나만 홀로 두고 저만치 빨리 달아난 것 같은 기분,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기분이 들었다.
 

 

매일 충전하는 도파민

지난 주말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을 봤고,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기대하고 봤다가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 푹 빠져들어서 매일 규호X고영 비하인드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희한하다, 소설에서는 망한 연애의 씁쓸함만 가득했는데 그걸 화려한 영상으로 보고 나니 달콤한 여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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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호고영 포에버

예능은 로투킹을 챙겨 보다가 좀 지루해져서 멈추고, 요즘은 프젝세(프로젝트7)를 열심히 보고 있다. 

'피크타임'에서 봤던 중고신인들과 갓 연습생이 된 애기들이 잔뜩 나온다. 이제 막 경연을 2번 정도 마치고, 최근 순위 발표식도 했다. 아직 투표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다.

하나 챙겨 보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이번에 아이치이에서도 또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여기엔 중국 서바 출신 애들도 많이 나온다. 나로서는 재데뷔하는 친구들도 참 그렇지만, 먼 타국에서 케이포푸하려고 온 외노자 친구들도 마음에 쓰인다.(왜냐면 내가 외노자니까)

요즘은 이런 것들을 보며 도파민을 충전하고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10월엔 여기저기 놀러다니느라 바빴다.

주말마다 약속이 있었고, 날씨가 좋을 때도 궂을 때도 놀러 나갔다. 

둔황 막고굴 전시를 보러갔었는데, 장소가 중화미술원이었다.

이름만 들었을 땐 긴가민가 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유성화원에서

따오밍쓰가 동산차이를 업고 걸어가던 그 길'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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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포카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잠깐 유성화원의 추억에 젖었다. 물론 막고굴 전시도 좋았다. 하지만 직접 둔황에 갔다 와서 보니 실감이 덜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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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 최근에 인공 산이 생겼다.

상해는 원래 산지가 없는 도시인데, 흙을 부어서 인공적으로 산을 만든 것이다.

연휴나 주말에 그쪽으로 크게 인파가 몰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그 근처에 새로 생긴 온실화원에 갔다가 먼 발치에서 그 유명한 솽즈산(双子山)도 구경을 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동산같은 느낌. 저 안에 빽빽히 들어찬 것들이 다 사람이란 걸 알고 보면 경악함

새로 생긴 온실화원의 스케일은 크고, 볼 것도 많았다. 너무 많은 종류의 식물 종들이 있어서 진짜와 가짜가 구별이 잘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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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엔 조퇴찬스를 쓰고 커피 박람회를 다녀왔다. 날씨도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다.

첨엔 어떤 커피를 맛보아야 할지 몰라서 '챔피언 어쩌구'라고 되어 있는 곳만 들렀는데, 내가 중국에서 먹은 라떼 중에 가장 맛있는 라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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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뿐만 아니라 과자나 간식류도 주는 이벤트가 있고, 길거리에서 공연도 볼 수 있어 재미났다.

커피 박람회 구경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치즈 케이크 팩토리'에 갔다.

미국 여행을 갈 때 가고 싶었지만 일정상 못 갔었는데, 알고 보니 상해에도 지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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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많고 평일 해피타임에 갔더니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털게철이 다가와서 주말엔 털게 맛집을 찾아 털게(따자시에)도 먹었다. 

이미 우시나 쑤저우에서 먹은 적 있었지만 상하이에서 먹은 건 처음이다.

나는 직원이 친절하게 분리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먹기 편하게 다 발라주셨다.(안 그랬담 정말 귀찮았을 것이다)

게도 국수도 다 맛있었지만, 이상하게 다 먹고 나서는 이 집의 '오이절임' 반찬이 제일 맛있었다고 느껴졌다.  

 
상하이 영시낙원에서 덕력 충전하기

날씨가 흐렸던 주말, 상해 근교에 위치한 1930~40년대의 상해를 재연해 놓은 촬영 세트장인 '영시낙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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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는 <암살>과 <밀정> 그리고 <색계>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사람들에게는 최근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인 <판화>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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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의 탕웨이가 앉았던 자리에서 커피도 마심

함께 동행한 샘들은 최근 콩드 <추풍자>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이어서, 저마다 왕이보의 행적을 발견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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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 영시낙원은 션교수와 자오윈란이 사랑을 꽃피웠던 <진혼>의 촬영지이다. 

션교수님이 계셨던 대학교 교정을 지날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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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치바오 라오지에에 들러서 간식도 사 먹고 맛있는 샤오카오도 먹었다. 회식 때 먹고 이번에 2번 째로 방문한 집인데, 역시나 맛있었다.


 
2박 3일 리슈에이(丽水) 여행

원래는 여름 방학이 오기 전 항저우 근교를 가보자며 선뜻 계획했던 여행이 어쩌다 보니 10월까지 미루어졌다.

그 주에 비가 오고 날씨가 들쭉날쭉 했으나, 다행히 여행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리슈에이까지는 까오티에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차를 렌트했다.

첫날 숙소를 찾는 일을 헤매긴 했지만, 나머지 일정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밖에서 비 맞으며 자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펜트하우스 숙소

첫날은 늦게 도착해서 저녁만 먹고, 다음 날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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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오위를 먹어서 신이 났고, 백화점 지하를 지나가다가 도묘필기 굿즈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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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오고, 안개가 낀 마을은 멀리까지 풍경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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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시컹춘'이라는 마을에서 묵었다. 양자촌이나 천자푸에 비해 더 작고 볼 것이 없어 보이는 마을이었다. 

숙소는 매우 쾌적하고 신식인데 마을 풍경은 한적하고 평화로워서 여유롭게 이곳에 오래 머물러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나는 감기 기운이 서서히 올라오더니 저녁부터 열이 끓기 시작해서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다른 샘들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KTV(노래방 기계)를 밤새하고 놀았다는데 전혀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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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날씨가 다행히 개어서 좋았다. 선도 풍경구 쪽으로 이동해서 보고 싶은 곳만 몇 군데 빠르게 둘러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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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같은 곳에 신기한 서점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큰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작은 카페와 책장을 설치해 놓고 엉성하게 만들어 놓았더라.

기차 시간 때문에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사 먹은 샤오빙은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먼 곳까지 가서 주말여행을 하고 나니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좋았다.

자주 놀러 다녀야지 맨날 생각만 하고 주말엔 피로감에 쉬고만 싶었는데 10월 한 달을 알차게 놀고 나니 또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