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되자 상해는 정말 너무 습하고 너무 더웠다.
캠핑 약속이 한 달 미뤄지는 바람에 아주 더운 주말에 근교로 캠핑을 다녀왔다. 극강의 더위체험을 하고 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런 날씨에도 출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기나긴 인고 끝에 방학이 오긴 왔다.
방학을 하자마자 부산으로 곧장 왔다. 어차피 출근과 여행 일정이 모두 8월이니, 7월은 부산에서 요양이나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풀리는 법이 없지.
엄마 일을 돕느라 일주일이 순식간에 갔고, 여전히 답답한 집구석에서 나는 소설 '장야'를 읽고, 우연히 얻은 아이치이 아이디로 문준휘 원음판의 '독가동화'를 다 봤다.
<장야>는 소설이 완결난 줄 알고 4권까지 이북으로 봤는데, 알고보니 뒷부분이 책으로 아직 묶여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네이버 시리즈에서 회차별로 결제중인데, 오타가 너무 많고 서술이 장황해서 읽기 좀 껄끄럽지만 번역이 있는게 어디냐 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
<독가동화>는 짧고 굵은 에피소드와 빠른 전개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봤다. 의외로 문준휘 연기가 괜찮고, 장묘이가 너무 귀여워서 케미가 좋았던 것 같다.
주말엔 일정이 안 맞아서 엄마랑 아부지랑 따로 놀았는데, 감기 걸린 아부지가 나에게 감기를 옮기는 바람에 몸살감기도 앓았다.
쀼보다 일주일 빨리 방학을 맞아버린 탓에 방학 메이트 없이 부산에 있는게 어색하긴 했지만, 문지랑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집도 뽀개고 나를 보러 서울에서 내려온 깡자매와 하루종일 보드게임도 했다.
보드게임에 열중하던 중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받았더니, 자기 아들 소개시켜준다는 엄마 가게 손님이었다.
나는 게임하느라 바빠죽겠는데 다짜고짜 교사 며느리를 보고 싶다며 무례한 말들을 서슴없이 하시기에, 나는 중국에 오래 있을 생각이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이런 불쾌한 일을 겪는 것도 오랜만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동의없이 내 번호를 준 엄마에게 크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뭐 이런 일로 싸우는 게 하루이틀이어야지.
늘 부산에 머무는 일이 잠깐의 휴식과 기나긴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체험해 왔지만 이번 여름도 독립과 탈출의 욕구 게이지가 참 빨리도 차올랐다.
중국에서는 다가오는 휴일에 뭘하고 놀까만 고민하던 내가 여기서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세차게 얻어맞기만 하겠다 싶었다.
중국생활이 권태로워지면서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가끔 오는 한국이 좋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면 결국 비슷한 종착점에 이르는 것만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지고, 때때로 우울감이 파도처럼 덮쳐온다.
이렇게 미래를 저울질만 하다가 여름이 가겠다. 모쪼록 이번 여름 방학을 평안하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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