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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8월이 가기 전에

아직 상해의 습한 더위는 가시질 않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저녁의 온도와 바람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올여름도 더위의 습격을 피해 온데만데 도망 다녔고,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꿈만 같았다.

7월 한국에서는 내내 뾰루퉁하고 심란한 기분이었는데, 갈팡질팡 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중국에 돌아오니 8월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다녔다.

2주 출근을 하면서 금세 생활인의 감각을 되찾긴 했지만 아직도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푸른 초원을 누비던 때가 그립다.

이제 9월이 오면 또 바삐 학교 생활을 하다가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또 하루하루를 잘 버텨야지.

 

- 5박 6일 하이난 여행

드디어 친구들이 중국에 놀러오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비자 때문에 여행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베이징 여행이 무산되고 다른 곳을 물색하다 싼야행 직항 비행기를 타면 무비자로 중국 여행을 할 수 있다기에 서둘러 숙소와 비행 편을 예약했다.

다행히 여름은 비수기라 호텔값도 비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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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일룡오빠가 환영해줌. 소실적타를 하이난에서 찍었다고함

하이난 섬은 중국의 제주도 같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가보니 제주도 보다 훨씬 크고 가장 유명한 휴양지인 싼야 외에도 갈 곳이 아주 많았다.

일찌감치 싼야에서 혼자 놀던 쀼와 만나 하이커우에서 이틀 동안 함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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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뷰 호텔인 건 좋았지만 시내와는 거리가 멀어서 이동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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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하이커우 야생 동물원에서 온갖 동물 구경을 하고, 저녁엔 왕허디 '해변탱고' 뮤비 촬영지에서 사진도 찍었다.

저녁을 먹을 때 즈음부터는 이상하게 속이 메스껍고 콕콕 쑤시는 듯한 두통이 왔다.

약 먹고 휴식하니 금세 낫긴 했지만, 다음 날은 하이커우를 더 둘러보진 못하고(사실 보고싶은 것도 딱히 없었음) 바로 싼야행 기차를 타고 넘어갔다.

하이커우가 젊은 사람들이 놀기 좋은 바다 근처 도시 느낌이라면 싼야는 가족 단위로 놀기 좋은 휴양 리조트촌이다.

싼야베이, 야롱베이, 하이탕베이 별로 풍경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확실히 어딜가나 바다가 예쁘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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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해가 많이 뜨거운 편이라 해질녘 즈음에야 쾌적한 날씨가 된다.

아무 계획없이 싼야에 도착한 우리는 천애해각에서 배를 타고 한 바퀴를 돌고, 일월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코코넛 훠궈를 먹고 야시장 구경을 했다.

새벽 2시 쯤이 되어서 깡과 문이 싼야에 도착했고, 야시장에서 사 온 웰컴 과일을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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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놀다가 파인애플몰 구경도 하고 해산물 뷔페에서 훠궈를 신나게 먹었다.(조개가 존맛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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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에는 하이탕 쪽으로 넘어가서 아틀란티스 워터파크에서 하루종일 놀았다. 중국 워터파크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시설이 깨끗하고 잘 되어 있어서 놀랐다.

어트랙션 탈 때마다 체중을 재고 그걸 손등에 표시하고 체크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어트랙션 자체는 꽤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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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택시 기사님이 추천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생선찜 요리가 겁나 맛있었다.

바로 옆 과일 가게에서 산 패션 후르츠와 망고도 싸고 맛있었다.

마지막 날엔 싼야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바다 위의 불상을 못 본게 아쉬워서 다녀왔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기도 했고, 불볕더위 아래 그늘이 없는 육로 위를 걷는 일이 힘겨웠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만나고 부자 되게 해 달라는 소원도 야무지게 빌었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경유지 구이양은 서늘하고 쾌적했다.

노동절 연휴 때 여행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고, 내일부터 신장 여행을 할 생각에 설레는 기분으로 잠든 것 같다.

 

- 7박 8일 신장 여행

아침부터 비행기가 연착되긴 했지만 4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비행기 안에서 꿀잠을 잤다.

신장 여행은 올 여름 내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여행인데, 막상 여행을 시작할 무렵엔 내가 우루무치에 도착했다는 것조차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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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과일이 정말 다 맛있고 양꼬치도 실하다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어 선생님께서 공항에 마중을 친절히 나와주셨고, 덕분에 편하게 우루무치 도시 구경과 맛집 탐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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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지역에 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한국어로 물어볼 수 있어서 유익했고,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해주셔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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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부터는 장거리 이동을 하며 중국어만 소통이 가능한 기사님과 북신장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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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탄에서 본 석양은 감동적이었고, 카나스 호수는 날씨는 흐렸지만 풍경 자체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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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는 자동차 진입 불가한 마을이라서 들어가는 과정은 꽤 힘들었는데(약간 묘족마을 들어갈 때랑 비슷) 막상 단체 관광객들의 무리가 잔뜩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평화롭고 그림같은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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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도 가장 쾌적하고 좋았고, 근처 게스트 하우스 식당 같은 곳에서 밥을 먹었는데 사장님이 친절하고 밥도 다 맛있었다.    

허무를 떠나 또 한참을 달려 마귀성에 도착했는데, 너무 더워서 관광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한 바퀴 돌고만 나왔다.

종극필기 촬영지라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으나(샤오거와 우시에의 형제애 맥스 장면이 떠올라) 더위 때문에 제대로 못 본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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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인 독고공로를 달려 나라티까지 가는 구간은 차창밖의 풍경이 참 이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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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티는 벌써부터 가을이 오고 있었고, 풀냄새를 잔뜩 들이마시면서 힐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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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일정을 조정해서 두산즈대협곡까지 갔는데, 멋진 뷰를 보며 마시는 커피도 맛났다.

긴 시간 장거리를 이동하며 여행을 하긴 했지만 사실 엄청 편했다.

베테랑 기사님이 워낙 운전을 잘 하시고, 숙소도 다 깨끗하고 좋은 편이었다.

물론 언어의 장벽으로 기사님과 소통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들 적당히 중국어를 못해서 오히려 편했달까.

소통 담당이 한 명이면 쏠림 현상이 있어서 결국 한 사람이 인간 파파고가 되고 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다. 

역시 언어 이전에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8월은 아쉽게도 지나가 버렸지만,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새기면서 또 새로운 여행을 계획해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