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한국어가 늘고 있다.
매일 한국 사람들과 대화하고 일하고 놀기 때문이다. 가끔은 여기가 중국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중식을 많이 먹었어서 급식을 제외하고 먹는 식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식이 너무 소중하다. 급식만큼 맛있는 한식은 여기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국에 비해 중식은 종류가 더 다양하고 싸고 맛있긴 하다.
하지만 중식을 제외한 한식, 일식, 양식의 폭은 그리 많지도 않고 가격에 비해 맛도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만큼 가성비 좋은 식당들도 많지 않다.
한동안 집에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요즘에는 거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간단한 요리를 해먹어야겠다.
중국은 식재료 값이 싸서(특히 야채!) 해 먹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괜찮다. 일반 아파트인데도 가스 화력이 엄청나서 제법 요리가 맛있게 완성되는 편이기도 하다.(절대 내 요리 실력이 상승한 것이 아님)
물가가 정말 정말 싸다. 아무리 써도 월급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타오바오에 접속해서 물건을 하나씩 산다. 요즘 물류가 좋지 않아서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1-2일 안에 도착한다.
교통비도 정말 싸다.
1시간 택시를 타도 만 원도 안나온다. 짧은 거리를 이동해도 대개 2000원 정도다. 여러 명이서 같이 이동하면 훨씬 싸진다.
나는 디디(차량공유 서비스)를 자주 타는데, 가끔 이상한 중국인 기사가 졸라 말을 걸 때가 있다. 보통 '한국인이냐?'로 시작해서, '중국에 왜 왔냐?' '직업이 뭐냐?' '중국이 좋냐 한국이 좋냐' 등등 끝도 없는 질문 세례를 한다.
대답하기 귀찮아서 대답을 안했더니 버럭 화를 낸 적도 있다. 먼저 무례하게 말 걸어 놓구선 말 못하는 사람 상대로 화를 내다니 비겁하다.
뭐, 어딜가나 똥밟는 순간은 있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인지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알 수 없는 행동들도 정말 많이 한다.
환경에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묘하게 중국 사람들과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괜한 오해나 미움을 살까봐 두렵기도 하다. 아마 차차 적응해야 할 숙제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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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가 맛있고 커피가 비싸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먹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맛없는 커피를 비싼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는 현실에 가끔 화가 난다.
하지만 맛있는 밀크티를 먹으면 금방 행복해진다. More Cheers의 계화밀크티, HEY TEA의 토란 밀크티, 1点点의 아이스크림홍차 너무 맛있다.
차를 좀 배워보려고 다도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차 맛은 잘 모르겠다. 예쁜 다구들을 구경하는 건 재밌다.
나는 생수를 잘 못마신다. 탄산수를 쟁여놓고서 물처럼 마시는데, 중국에서는 탄산수를 잘 안 판다. 팔아도 엄청나게 비싸게 판다.
아쉬운대로 탄산음료를 하나씩 사 먹는데 탄산이 극히 적거나 '무당'이지만 합성감미료를 잔뜩 썼는지 너무 달았다. 조만간 탄산수 기계를 하나 장만해야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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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안전하다고 느낀다. 온 사방이 CCTV 천지인데다가 어떤 곳에 들어가도 보안 경비원이 즐비해 있다.
혼자 살아도 치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대신 많은 감시 속에 살아야 한다.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어디 사는지,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 어디에 다녀 왔는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내가 사는 곳이 봉쇄라도 되면 나는 꼼짝없이 자유를 잃은 몸이 된다. 안전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건 한국인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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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늘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여기서는 그런 생각을 이제 그만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쉴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해졌고, 중국에 적응하고 생활하느라 바쁘다 보니 일이 예전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졌다.
퇴근이 그렇게 기쁘지도, 출근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자유로우면서 개방적인 학교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5년만에 자유를 누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마음껏 더 놀고싶다.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신나게 즐기다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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