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았던 일주일이었다.
올해도 어김 없이 학생으로부터 "선생님은 화난 적이있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나는 평소처럼 싱글싱글 웃으며 "나는 화가 참 많은 사람이야." 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에겐 어딘가 광인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사소한 실수도 웃으며 잘 넘기던 선생님이 실은 마구 분노를 터뜨리는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하고.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화가 참 많다.
나의 분노는 개인이 아닌 "시스템"과 그것을 이루는 "권력층"에 가 있을 때가 많다.
개인은 아무리 미워해도 잘 변하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사회 구조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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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의 증가로 우시의 일부 지역이 봉쇄되었다. 상하이가 봉쇄된 시점부터 이미 짐작했던 사태이긴 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새로운 확진자는 5명인데, 도시 일부를 봉쇄할 정도는 아니다. 아마 숨겨진 정보가 더 있거나 확산 위험도가 큰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구 전체 핵산검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밤 늦은 시각 2시간 동안 추위에 떨면서 검사를 기다렸다.(심지어 그날 아침에 나는 입국자용 핵산 검사를 받은 상태였는데도 또 받으라 함. 분노+50)
전체 핵산 검사의 여파로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을 학교에 못 나오게 했다.
우리 나라도 PCR 검사를 받으면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원칙적으로 등교 금지니까, 이건 그러려니 했는데. 다음 날 출근할 때 보니, 우리 학교만 못 나오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국제 학교도 정상 등교했다고 하니, 이건 명백한 한국학교에 대한 차별이 틀림없었다.
다음 날부터는 우시 지역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등교를 금지시켰다. 물론 고3과 교직원은 빼고. 이런 예외사항은 한국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예고도 없이 새벽에 공지가 날아와서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을 하게 된 학생들도 당황스럽고, 이런 상황에서 출근을 해도 되는 건가 의뭉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부터 아파트 근처 채소 가게, 마트의 사재기 대란이 일었다.
모두가 집에 가야할 것 같은 다급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대중교통을 모두 막아버려서,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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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나로서는 답답하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사람이 미칠 지경이 되어서야 풀리는 4주 호텔 격리며, 그로 인해 거류증(비자) 신청이 늦어져서 일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중국인 신분증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어플을 써서 어딜 가도 입장 거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는데.
이제는 대중교통도 막고, 식당에서도 취식을 할 수 없고(배달은 가능), 청명절 연휴에도 외출 금지령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 모든 일이 예고 없이 단 몇 시간 만에 벼락같이 이루어진 일이라 피할 겨를도 없었다. 기약 없이 옴짝달싹 못하게 사람을 가두어 놓은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멈춰서 기다리면 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기에 사회적 약자는 더 큰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게 이 사회에서 배려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버려졌다고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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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면 편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끝도 없이 하다보면 분노가 쌓이고, 그것이 내 안에 쌓이면 독이 된다.
분노가 구조를 바꾸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된다고 믿어온 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포기'가 가장 빠르고 편한 선택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은 여기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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