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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2 중국생활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비교적 한가로웠던 4월에 비해 5월은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집에 가서 좀 주무세요' '너무 피곤해보여요'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12시간 자고 출근한 날에도 그런 얘길 들은 걸 보면 내가 평소보다 많이 지쳐보이긴 했나 보다.  

중국에서는 학생이 등교 승낙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교육국의 심사를 받고, 허가 통보가 나와야 등교를 할 수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의 이동경로, 핵산검사 여부까지 모두 깐깐하게 조사를 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교육국의 방역지침이 엄격해서 소주에 사는 학생들은 두 달이 넘게 등교를 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전학을 간다는 학생도 생겼고, 원격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지필, 수행 평가)도 문제였다.

일단 당장 6월부터 입시를 준비 해야하는 고3부터 시험을 치러야 했다. 몇몇 고3 학생들이 등교를 못하는 상황이었어서 소주에 있는 한국 학교에 협조를 구해서 시험을 보게 했다.

수능 시험도 아니고 고사장을 빌려서 시험 감독을 의뢰하고, 시험지를 안전하게 배송해서 같은 시각에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필 내가 고사 담당이어서 부장님과 머리를 맞대며 몇날며칠을 야근하며 고생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과정이 처음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난 뒤 이제 좀 편안히 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소주 학생들이 등교 가능하다는 소식이 벼락같이 날아들었다. 

말이냐 빵구냐. 애초 등교할 수 있었음 이렇게 힘들게 시험 안 쳐도 됐자나ㅜㅜㅜㅜㅜ

무석과 소주 교육국의 통지도 달라서 제대로 확인을 하기까지 또 며칠이 걸렸다.

중국의 행정체계 진짜 사람 화나게 만든다. 계속 이랬다 저랬다 번복하다가 갑자기 '등교하세요' 하면 어쩌라는 거.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반갑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또 몰아치는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학교에서는 급작스럽지만 등교하고 1주일 후에 모든 학년 지필고사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석도 엄격했던 방역 지침이 다 풀려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시점이 되었지만 나는 모든 학년 모든 과목 시험지를 검토하느라 주말에 출근을 해야했다. 아오 젠장

연일 일에 시달려서인지 퇴근하면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졸다가 꼭두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다.

이제 거의 일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단오절 연휴가 코앞이다. 좀만 더 힘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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