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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2 중국생활

4월도 무사히 안녕

상하이 봉쇄 이후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거긴 어떠니? 넌 무사하니?

다행히도 지인들에게 연락할 만큼 위험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은 우시에서 무척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청명절 연휴까지는 많이 갑갑하고 조금 우울했다. 핵산 검사 통지를 받는 것도 지겨웠고, 유일한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일도 힘겨워졌다.

자유를 몽땅 뺏긴 심정으로 살다가 4월 중순 무렵부터 부분 봉쇄가 해제되고, 대중교통이 운행을 시작하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거류증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은행을 갔다. 은행이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중국 계좌가 없어 아직까지도 월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이 될지도 몰랐고, 이것 때문에 고생했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펄펄 난다. 

계좌를 개설하고 난 이후부턴 정말이지 '살 만해졌다'

식당이 열리고 택시를 탈 수 있게 됐을 때부턴 자유를 더 만끽하기 위해 우시 곳곳을 싸돌아 댕겼다.

아직 많은 것들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가 좋다. 

바둥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고, 수업을 짤 시간도 놀 시간도 충분하다. 코로나만 아니면 정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울 뿐이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또 한무더기 늘었다. 잠깐 닫혔던 마음의 방이 아시아를 정복할 기세로 쭉쭉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1. 창조영 2021에 빠지다

나도 이걸 왜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다. 작년에는 아이치이에서 제작한 <우상연습생>을 재밌게 봤었는데, 맛들렸는지 이번엔 텐센트에서 제작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창조영 2021>을 봤다.

이미 끝난 프로그램이고, 데뷔할 애들은 초장부터 아주 광고를 때리면서 노골적으로 보여주길래 별 기대없이 시작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예쁘고 감동스러워 꺽꺽 울면서 봤다.

어린 장우혁을 닮은 류위는 말하는 스타일은 할배인데 너무 청초하고 예쁜 것이 센터감임을 직감했다.

선발 소감에서 ‘류위를 넘어서는 건 류위밖에 없습니다’ 말하는 거 보고. 와 얘는 진짜 종교를 창설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기꺼이 숭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는 AK가 사고칠 줄 알았다. AK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솔직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은 랩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마지막으로 AK가 데뷔해서 또 한참을 울었다. 

예쁜 태국 애깅이들 Nine이랑 Patrick은 날이 갈수록 중국어 실력이 느는게 장난 아니다. 반대로 산타와 리키마루는 정말 안 는다ㅋㅋㅋㅋ 하지만 실력이 최상급이니까 둘은 무조건 프리패스다.

장자위안이랑 린모는 개그캐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이 더 귀엽고. 미카와 한장의 알 수 없는 묘한 형제애도 웃겼다. 경력직 티 많이 나는 보위안과 위겅잉은 리더로서 통솔력 만렙인데, 위겅잉만 데뷔못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ㅠㅠ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전혀 경쟁하고 싸우는 분위기가 아니다. 멘토들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장점을 계속 발견해주는 것도 좋았다. (저우션은 정말 못하는 게 없고, 네네짱 너무 귀엽다.) 

우상연습생은 애들이 못 먹고 스트레스 받는 것 때문에 맘 아팠는데 창조영은 행복한 바보들 90명이 해맑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물론 프로그램이 끝나 갈수록 애들이 수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구나 싶긴 했다.  

한 편에 3시간짜리 총 10편짜리 예능(심지어 마지막 생방은 4시간임)을 내가 완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재밌었다. 

1년 전 우시에서 창조영 2021 평가전 무대를 했었다고 한다. 초심 생각해서 우시에 다시 와주면 안 되겠니ㅋㅋㅋ

벌써 데뷔한지 1주년이 된 INTO1. 늦게서야 입덕했지만 추카추카츄♥

 

2. 나의 태국남친을 소개합니다

중드 한창 볼 때 귓가에 중국어 환청이 들릴 때가 있었는데. 요즘 나는 태국어 환청이 들린다.

시작은 <보이 프렌즈>였다. 뭐 볼 것 없나 기웃대다가 넷플에서 썸네일 보고서 눌렀다가 '사라왓'에게 홀랑 반해버렸다.  

모든 사라왓의 순간. 눈빛과 눈웃음. 예쁘게 세팅된 머리. 구릿빛 피부. 스스럼없이 벗어 제끼는 탄탄한 몸. 그냥 나는 네가 다 좋다.

하루 종일 SCRUBB의 'Everything'을 듣고 여기가 태국의 밤거리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태국 너무 가고 싶어서 태국 음식 맛집을 찾아다녔다. 

<보이 프렌즈> 시즌2까지 완주하고 나서 이번엔 <F4 : Thailand>를 보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선물이지!

4년 전 왕허디가 연기한 따오밍쓰 욕하다가 반해가지고 아직까지 못 헤어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나는 브라이트가 연기한 Thyme(태국판 따오밍쓰)에게 제대로 치였다.

이번엔 연인이 아니라 친구로 나오는 Kavin 역의 메타윈도 너무 귀엽다ㅠ 오리같은 입술로 말할 때마다 진짜 귀여워

그들을 만나러 나는 태국에 가야겠다. 

하늘길 열리면 당장 갈테니 기다려. Vachirawit Chivaaree(와치라윗 치와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