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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도묘필기지 운정천궁(盗墓笔记之云顶天宮)

도묘필기2(노해잠사&진령신수) 방영이 끝난지 어언 3년 째, 갑자기 운정천궁 방영소식이 들려왔다.

WeTV 국제판에서 한국어 자막도 제공되고 게다가 도묘2의 학의샤오화가 나온다하여 기대와 설렘이 컸다.

팬심으로 나름 열심히 봤지만, 캐릭터 붕괴와 사건 전개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엉망으로 떡밥을 풀어헤쳐 놓은 바람에 실망만 남았다. 

도묘 시리즈를 성실하게 완주하고 싶다면 도묘필기1(칠성노왕궁), 도묘필기2(노해잠사, 진령신수), 도묘필기3(운정천궁), 종극필기 순으로 보는 게 맞지만 놀랍게도 운정천궁을 보고 나면 종극필기 스포를 당하게 된다ㅋㅋㅋㅋㅋㅋ

원작을 읽지 않은 드라마 팬으로서는 운정천궁을 봐야 이해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불만족스럽더라도 보는 게 나은 선택이겠지만. 드라마 자체의 매력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비추다.

전사가 궁금하다면 그저 종극필기에 나오는 프롤로그를 2번 보는 게 심신에 이롭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드라마는 장점과 단점이 참 뚜렷하다. 힘들게 완주한 만큼 이 드라마의 감상과 평가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 

1. 캐릭터 설정 누가 이렇게 망쳐논거냐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엉망이 됐다. 도묘필기2에서 이미 환루이세기(도묘1,2 제작사)의 느낌을 맛본터라 그래도 빨리 적응하겠지 싶었는데 마지막 화까지도 '대체 얘는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싶은 부분이 계속 나온다.

다른 잡스러운 캐릭터들은 뭐 그렇다치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 우시에가 엉망진창이다.

우싼싱의 비밀을 찾기 위해 운정천궁으로 향하는 우시에는 분노가 가득찬 중2병 말기 소년이라서, 그의 감정에 도통 이입할 수가 없다. 천진오사아님 소악마오사임

우시에가 무모한 일에 뛰어들 때마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샤오거와, 말 많아도 선량한 팡즈는 참 대단한 친구들이다.

배은망덕한 우시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고 팡즈를 내치기까지 한다. 팡즈는 너 땜에 전재산을 저당 잡히고도 불구덩이에 뛰어 들었는데?? 내가 팡즈면 너 귀싸대기 갈겼어.

이 자막 누가 만들었니?

우시에 절친 샤오거(장치링)는 우시에보다 더 애기같은 외모를 지닌 청년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채로 사라져도 아무도 안 찾는다. 철삼각 의리실종 사태

아닝은 완전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됐고 우시에는 나쁜남자인 척 하고ㅋㅋㅋ둘이 뭐 썸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굴지만 사실 그냥 서로를 도우면서 이용하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 아닌가여;

사실 그 긴장감이 좋았던 건데 아닝의 눈빛이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느낌이었다. 구덕고마저 아닝을 버릴 땐 정말 너무하지 싶었다. 다들 왜 아닝에게 함부로 하는 거냐ㅠ(이건 훠슈슈도 마찬가지. 애지중지 하는 듯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가차없이 버려짐)  

도묘2에 이어 삼숙은 여전히 사기꾼같다. 같은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지 나름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였지만 삼숙의 감정과 행동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2. 개연성과 논리성은 포기하세요(스포有)

2003년 배경이지만 갑자기 스마트폰이 나온다. 아니ㅋㅋㅋㅋ 스마트폰과 드론 있으면 그 험난한 여정 필요없지 않나요^^

운정천궁에 다다르자 끊임없는 의심을 품어왔던 우시에는 삼숙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켜버린다. 삼숙은 끝까지 인정을 안 하다 목숨이 끊어질 것 같은 순간에 낱낱히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갑자기 샤오화(해우신)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꼬여간다. 샤오화는 그 험난한 길을 어째서 금방 날아오는가.

애기오사와 샤오화는 삼숙의 정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쓰아공(천피아쓰)이 쓰아공이 아니라고 하고(갑자기 캐릭터 돌변하심) 이와중에 장생불로 덕후 구덕고가 나타나서 판을 이래저래 휘저어 놓기까지 한다.

삼숙과 구덕고가 죽으면 다음 전개가 이어지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다량 스포와 저 세상 전개를 펼쳐 나간다.

이건 팬들이 만든 2차 저작물이 아닐텐데?? 원작의 큰 흐름은 지켜나가야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다 바꿔놓으면 어쩌자는 거여?

화를 억누르고 참고 보다 보면 그리마 대장을 샤오거 혼자 처리하고 청동문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이야기가 마무리 되긴 한다. 그래, 샤오거 네가 젤루 고생 많았다.

 

3. 그래도 가슴 속에 학의샤오화가 남았다. 그럼 됐다.

도묘 덕질과 배우 덕질을 동시에 하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볼 거리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역봉이나 양양 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학의샤오화는 잘생겼다. 샤오화 덕분에 끝까지 본 셈이다. 마지막까지 잘생겨 줘서 고마워요❤

도묘2에 이어 류학의 배우가 연기한 샤오화는 구문의 해결사이자 우시에의 뒷처리를 수습해주는 등 든든한 백이 되는 사람이다.

우리 샤오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왜 다들 상처만 주는 건지ㅠㅠ 샤즈가 얼른 우리 화예 좀 보듬어줘라

 

4. 자 이제 종극필기를 봅시다.

중드에서 24화 정도면 짧은 편에 속한데, 운정천궁은 초반부 전개 속도가 답답하고 느려서 더 길게 느껴졌다. 단 뒷부분의 전개는 빠르지만 복장이 터진다는 점 유의하시길.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에잇 종극필기 보면서 깨끗이 지워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침 종극필기도 국내 방영했으니 더 잘 된 번역으로 볼 수 있겠다. 

종극을 먼저 보지 않았다면 덜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원작의 설정 파괴는 근본적으로 제작사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그렇다. 환루이세기가 문제다.

비록 운정천궁은 종극필기와 세계관이 이어지지 않지만, 종극필기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고마운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