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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향밀침침신여상(香蜜沉沉烬如霜)

모두가 강추하는 덴 이유가 있어

향밀(과 진혼)을 보기 위해 티빙을 결제해놓고서 오랫동안 손 대지 못 했다. 60부작 고장극이라는 장벽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추천하는데다 재밌는 걸 아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역시 예상대로 너무 재밌었다. 개성있는 캐릭터들, 주옥같은 장면들, 훌륭한 연출과 촘촘한 서사,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ost까지. 이 드라마는 통째로 몽땅 사랑할 수밖에 없다.

로맨스 고장극 입문용으로 훌륭한 드라마인데. 주변의 숱한 추천에도 불구하고 늦게서야 이걸 봤다는 후회의 탄식이 절로 나왔다.(참고로 향밀은 2018년 작이다) 저처럼 후회하기 싫은 분들은 얼른 티빙으로 가세욧.

다 보고 나서는 과몰입 상태를 견딜 수 없어 원작소설도 읽었다.

원작소설보다 드라마가 좋기는 쉽지 않은데, 이건 예외다. 물론 소설도 재밌어서 금방 읽었지만, 욱봉과 금멱이 사랑하는 장면들을 더 디테일하게 묘사한 걸 제외하고는 구성이나 연출은 드라마가 더 잘 살렸다.

가슴 찢어졌지만 결말도 드라마 쪽이 더 마음에 든다.

향밀 제작진은 비극서사에 환장하는 변태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현대극 '빙당돈설리'는 아주 순한맛이었다. (참고로 빙당돈설리에 향밀에 빠진 드덕들이 많이 나오고 덩룬도 특별출연함.)

또 이건 드라마랑 전혀 관계 없지만, '의천도룡기 2019'와 출연진이 많이 겹친다. 배경과 장르가 분명 다른데, 같은 배우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신기했다.(뭐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양쯔가 케미의 여신인 건 알았지만, 향밀을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냥 연기를 잘 하고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도록 한다는 것. 상대 역도 더불어 빛이 난다.

향밀을 보기 전 덩룬은 귀여운 모습만 봤었는데, 여기선 아주 헤어나올 수 없게 매력의 화신, 섹시킹으로 나온다. 덩룬 필모를 깨는 분들은 꼭 봐야할 작품이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

판타지 로맨스 고장극 <향밀침침신여상>은 천상계에서 벌어지는 신선들의 사랑 이야기다. '겁'이라는 것을 겪기 위해 인간계에 환생하는 과정도 나오고,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천계와 마계 간의 전쟁도 벌어진다. 서사도 화려하고 볼 것도 참 많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인물들 간의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다. 인물들이 죄다 '사랑에 미친 자'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금멱'은 화신 재분의 딸로 태어났으나, 어머니의 유언으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 약인 운단을 먹어 오랫동안 미몽의 상태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어찌나 강렬한 것인지.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주 지독하게 전개된다.

수련 중 부상을 입은 채 우연히 화계에 떨어진 '욱봉'을 발견해 구해 준 사건을 계기로 금멱과 욱봉은 인연을 맺는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금멱은 욱봉의 도움으로 천계에 발을 디디게 되고, 그의 이복형제인 '윤옥'과도 친구가 된다. 

남장을 해도 어여뿐 우리 금멱과 그냥 예쁜 윤옥이

사실 욱봉의 아버지 천제는 젊었을 적 화신 재분을 몰래 사모했으나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를 눈치챈 욱봉의 어머니(천후)는 질투심에 재분을 죽음에 몰아넣기에 이른다.

욱봉은 사랑스러운 금멱에게 금세 사랑에 빠지고, 금멱도 욱봉에게 매력을 느끼나 부모 세대의 원한 때문에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금멱의 친아빠인 수신을 이용해 금멱과의 결혼을 노린 윤옥이 잽싸게 선수치지만, 어차피 사랑을 모르는 금멱에게는 윤옥이나 욱봉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원흉인 운단이 깨지고 모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금멱은 자신이 욱봉을 사랑했단 사실을 깨닫는다.

*아래부터는 스포구간입니다.

 

나를 사랑한 적 있어? 

욱봉은 한 순간의 오해로 인해 금멱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금멱이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자신을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는 말에 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천제의 자리를 노리던 윤옥이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고 금멱도 윤옥의 손에 이끌려 결혼을 한다.

윤옥은 금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금멱은 욱봉에 대한 죄책감과 부모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약혼자인 수화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부지한 욱봉은 마존이 되어 마계를 다스리고, 몰래 찾아온 금멱을 매몰차게 밀어낸다. 이 둘은 인간계에 잠깐 환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사랑의 타이밍이 어긋난다.

이 모든 게 다 운단, 수화의 모략, 윤옥의 질투 때문임을 알게 되었을 무렵에는 천계와 마계 사이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의 명분이 된 금멱은 두모원군의 말에 따라 원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아니 사랑이 뭐라고ㅠㅠㅠㅠ 이렇게까지 생을 다 바치고ㅠㅠ 전쟁하고 난리법석인 것인가.

결국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나. 그러나 비극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난 너의 눈물이었어

금멱을 잃고 난 후 가슴 절절하게 지난 날을 후회하는 욱봉의 내레이션은 가슴이 찢어진다. 

그날 밤에도 난 맨 정신이었다. 하지만 취한 척 널 꼭 끌어안았지. 널 품에 안는 순간 정신이 다 혼미해지더군.
모든 것이 좋았다. 그저 시간이 흘러 세상의 모든 은원이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랐어.
그런 내가 아프도록 미웠다. 널 위해 자신과 존엄마저 포기해버리는 내가 원망스러웠지.
일부러 수화의 이름을 불렀다. 너에게 더 빠져들면 안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어. 심장이 조여들면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 당장이라도 따라 나가서 전부 오해였다고 말해주고 싶었지.

일부러 수화의 이름을 불렀대ㅠㅠㅠㅠ 취한 정신으로 막 끌어안고 키쓰한것도 다 알고서 한짓이었어ㅠㅠㅠㅠㅠㅠㅠ 미친 사랑이야 흑흑

춘화추실을 돌려주며 인연을 끊으려 했다.
그런데 넌 갑자기 찾아와서는 날 사랑한다 말했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거짓이라는 걸 뼛속 깊이 알면서도 네 말을 그냥 믿었어. 그런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서 온갖 모진 말을 내뱉은 거야.
또 다시 사랑한다고 거짓말하면 널 죽이겠다고. 또 한 번 입을 열면 널 찌르겠다고 했지.
사실은 네가 한번 더 사랑한다 말하면 난 거리낌 없이 모든 걸 포기하고 어떻게든 널 내 곁에 두려고 했어. 
깊은 원한도 다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넌 그냥 가버렸어. 후회하는 날 뒤로한 채 그대로 가버렸지.
그렇게 가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ㅓㅁ도ㅓ니라ㅓ아러닝러나ㅣ런이;ㅏㅓㄹㄴ아ㅣ런러(이미 실성함)

욱봉은 그냥 너무 금멱을 사랑했던 거고.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준비가 되었는데.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말았던 후회의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을 흘린다.

"봉황"

갑자기 들려오는 금멱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금멱이 갑자기 환영처럼 나타난다.

금멱은 3년 동안 욱봉에 눈에 머물면서 욱봉의 몸에 남아있던 한기를 흡수하고 본신으로 지냈던 것이다.(욱봉을 죽이는 선택을 했지만, 욱봉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자신의 눈까지 바쳤던 우리 금멱이ㅠㅠ 살아서도 죽어서도 욱봉을 생각해ㅠㅠ)

마지막 눈에 비친 금멱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걸복걸하는 봉황의 모습을 보는 건 또 얼마나 슬픈가ㅠㅠ

 

달콤한 향기는 여울지고, 사랑은 재로 남아 흩어지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몇날며칠을 꺼이꺼이 울었겠다만. 둘은 다시 인간계에 환생하여 신선의 모습으로 만난다.

금멱의 희생으로 이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고, 겁을 겪을 운명이었던 금멱은 대가를 치르고 다시 신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꽉 닫힌 해피엔딩을 원했으나, 비극의 끝으로 가는 것 같은 이 서사에서는 '그저 둘이 다시 만난 것으로 족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메인 커플인 욱봉과 금멱의 럽 스토리도 아주 엄청나지만, 다른 인물들도 죄다 사랑에 진심이다.

광로와 윤옥의 순애보 사랑, 결혼식 날 죽음을 맞이하는 류영과 모사의 사랑, 수화와 언우의 옛사랑, 바람둥이 천제와 천후의 불꽃튀는 치정, 귀염둥이 월하선인의 봉멱 알페스 사랑까지ㅋㅋㅋㅋㅋ

흡사 드라마를 보는 나의 모습과 같은 월하선인

이런 인물들이 우르르 나와 60화까지 서사를 꽉꽉 채우니 웃음도 눈물도 마를날이 없었다.

갠적으로 덩룬의 섹시킹 마존 연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최근에 나온 <음양사 : 청아집>도 봤다. 보야 역을 연기한 덩룬의 츤데레 연기가 참 맘에 들었다. 룬룬이 계속해서 좋은 연기를 많이 보여줬음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