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길랍'* 제목의 의미는 몰랐어도, 대충 '인터섹슈얼(간성)'을 소재로 한 영화인 건 알고 봤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풀 줄은 몰랐지. 뒷통수가 얼얼한 그런 영화였다.
*해길랍(히즈라)는 남아시아에 존재하는 제3의 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섹슈얼에 한참 관심 가지던 중학생의 나라면 소재 자체에 더 흥미를 가졌겠지만, 서른 한짤의 어른이 된 나는 광한의 갈라진 어깨, 목, 등짝을 섹슈얼하게 담은 그림에 관심이 갔다.(물론 풋풋한 그의 교복 입은 모습도❤)
청춘물의 전형 같았던 초반부 한창 빠져들며 보다가, 급 전개가 시작되는 중반 이후, 그리고 물음표 가득한 결말 때문에 당황스러움만 남았지만.
'광한 얼굴 크게 감상하기'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므로 나름 만족스러운 영화관 나들이였다.
게다가 예쁜 포스터도 2장 얻었다. 개이득👍
진짜 사랑은 뭔데
(결말 스포 있음)
나는 전전이 이미 충분히 완팅을 오랫동안 연애감정을 갖고 좋아했다고 느꼈고, 그래서 완팅이 탕셩에게 빠져지낼때 묘한 질투심을 느끼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어 탕셩과 친구관계를 유지할때도 둘을 이어주려하면서 "네가 좋다"를 "너네가 좋다"로 바꿔 말하는게 참 안타깝기도 했다.
전전은 자길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사귀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서, '진짜 사랑은 뭔데'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물었을 거다.
전전에게 완팅의 수술은 기폭제가 된다. 우정과 사랑 또는 진정한 사랑을 실험하는 리트머스지도 된다.
탕셩은 섹스앞에서 망설이고 머뭇거리지만(물론 나중에 태도를 바꿨지만 처음엔 낯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전은 술을 먹고 옛기억에 어지러워하다 화장실로 들어간다.
사실 완팅은 둘을 무척 사랑하고 아끼지만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완팅에게 적극적으로 다가 오자 기꺼이 수긍하고 만다.
완팅은 그저 순수한 백지 같은 아이라서 자기도 모르게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래서 이 삼각 관계가 더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하늘을 나는 모양새를 하고서 자신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완팅은 복잡한 관계성를 뒤로하고 도망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어이 감독 양반! 이렇게 대충 결말을 묶어버리는 게 어딨냐고!!! 관객으로서 당혹스러웠지만 사실 풀기 어려운 문제란 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 물음표를 관객한테 던져줌으로써 사건을 일단락 시켜버리는 치사한 방법이랄까.
-
매년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가시화가 필요할 만큼 주변에서 그 존재를 지우려고 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그리고 사라진 이름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리뷰는 즐거워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관에서] 남색대문, 여름날 우리 (0) | 2021.09.11 |
---|---|
[영화관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0) | 2021.07.04 |
[영화관에서] 페어웰(farewell) (0) | 2021.02.14 |
[영화관에서] 패왕별희, 소년시절의 너 (0) | 2020.07.26 |
[영화관에서] 작은 아씨들, 기억의 전쟁, 메기 (0) | 2020.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