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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영화

[영화관에서] 남색대문, 여름날 우리

코로나 시대에 영화 보기

한동안 고놈의 고로나 때문에 극장엘 통 가지 못했는데 마침 보고 싶은 영화들이 몰아서 개봉하자 매주 출근하듯이 영화관에 갔다.

백신 접종 이후 마음이 편해진 것도 있고, 여전히 거리두기 단계가 높지만 그만큼 방역수칙도 까다롭게 적용되고 있어서 영화관을 가도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다.

물론 집에서 보는 영화도 편하고 좋지만, 밖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  

 

남색대문(藍色大門, 2002)

계륜미와 진백림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대만 청춘 영화의 마스터피스'가 개봉 한다고 하여 관심이 갔다. 마침 청춘물에 목말라 하고 있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색창연한 청춘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품인데 이치엔 감독의 다음 작품이 없어 아쉽다.

대만 청춘영화 장르의 문법을 클래식하게 보여준 건 확실하나 '이게 마스터피스라고?' 싶은 느낌이었다. 다만 <장난스런 키스>나 <나의 소녀시대> 같은 작품들에 비해 감정 연기가 더 자연스럽고 투박한 느낌이라서 좋았다.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로 처음 알게 된 진백림의 얼굴도 추억같이 재현됐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봤을 때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계륜미의 모습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계륜미가 연기한 멍커로우 캐릭터 자체가 흥미롭기도 했다. 성격도 무지 이상하고 직구밖에 모르는 바보인데, 아직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보일 때도 있지만 "나랑 키스하고 싶니?"라는 말로 사람을 당겼다가도 도망갈 땐 좀 귀엽기도 했다.

체육샘은 운이 나빴지만(뭣보다 미성년자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진백림이 연기한 장시하오는 또래이고 멍커로우와 똑같이 투명한 사람이라서 다행이었다.

장시하오는 똑같은 말 반복해서 묻는 질문 살인마인데 그 모습이 마치 언어로 자기 맘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애기들 같아서 현웃터졌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친구에게 "아. 내 청춘이 끝난 기분이야" 라고 했더니, "너는 뭔 청춘이 그리 많냐"는 얘길 들었다.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캬 청춘이지' 하는 감성이 몽글몽글 차올라서 청춘물을 이따금씩 찾게 된다. 

심지어 나는 대만에 가본 적도 없는데 그곳에 내 청춘시절이 가득 숨어있는 것만 같다. 여기저기 환상으로 심어둔 청춘이 많기도 하고 내 진짜 청춘은 뭐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얼른 대만에 가서 내 청춘 시절을 다 돌려놓고 싶다. 

 

여름날 우리(你的婚礼, 2021)


<상견니>의 국민남친 허광한의 '니더훈리' 의 중국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 개봉을 기다렸다. 

개봉하자마자 홍메박의 허광한관에서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빅톤의 한승우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귀여운 허광한 부채도 겟해서 기뻤다. 

'니더훈리'는 한국 영화 <너의 결혼식>의 리메이크 작이고, 국내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제목이 <여름날 우리>로 바뀌었다. 아마 상큼한 대만 청춘물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싱그러움도 남다르다) 

'너의 결혼식'은 일단 제목이 스포인데 '여름날 우리'라는 이름으로 겉포장지를 잘 바꾸니 영화 전체의 느낌도 상큼하게 바뀐 것 같다.

원작에서 남주의 그 찌질한 캐릭터를 정말 싫어했었어서 제발 허광한이 그런 미운 캐릭터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도 허광한은 예뻤고, 조금 바보같은 면도 귀여웠고, 마지막 장면에선 애잔한 마음도 들었다.

결론 : 허광한이니까 모든 게 용서되는 마법을 경험했다.(배우의 힘은 강하다)

물론 장약남도 너무 예뻐서 찾아보니 이번에 <기지적상반장>에서 심월과 함께 나오고, <전직고수>에서 눈길이 갔던 적자로와 귀여운 커플 연기를 했더라.

<여름날 우리>에는 양정강도 요우용츠 전 남친 역할로 잠깐 나온다. 캉캉은 여전히 발연기지만 아는 사람이 영화에 나오니까 괜시리 반갑게 느껴졌다.

영화 전체의 구성도 깔끔하고, 배우들의 케미도 좋으니 생각날 때 또 보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