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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바쁘다 바빠 여행자의 삶

밀린 방학숙제를 하듯 블로그를 몰아서 쓰고 있다. 헉헉

12월에는 그만큼 정말 몸도 바쁘고 정신도 바빴다.

원래 학기말이 다가올수록 바쁜 것이 당연하지만, 미리 잡힌 여행 약속이 많았던 데다가 틈틈이 이사할 집을 보러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이사하는 것은 벌써 세 번째라 이사 자체는 부담이 덜했지만, 내가 원하는 동네와 집 조건에 맞추어 이사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학 전에 매물을 찾아 계약하고 이삿짐을 꾸려 빨리 이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결국에 이사는 2월로 미루게 됐다.

시험기간에는 감기를 심하게 앓았고,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다. 몸이 서서히 회복될 즈음에 또 가열차게 놀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체력으로 이렇게 싸돌아다녔지 싶은데, 오히려 잘 놀고 나면 다시 빠르게 체력이 회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단풍 보러 난징을 갔건만

오랜만에 단풍 구경을 위해 우시샘들과 난징에 갔다. 우시에서 출발할 땐 항상 가깝게 느껴졌던 난징이 상해에 오고 나니 제법 거리가 생겼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택시를 타고 치샤산에 도착할 즈음엔 점심이 되었다.

택시 기사님한테 단풍이 많이 들었냐고 물으니(최근 교통대에서 이 표현을 수업에서 배워서 써먹음) 이번 주가 절정이라고 하셨다.

거짓말이었다.

도착해보니 단풍보다 사람이 바글바글 많기만 했다. 다들 뭘 보러 여기까지 온 거지? 다 우리처럼 샤오홍슈 사진에 속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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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못 보고 가긴 아쉬우니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장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갔다. 

걷기는 나쁘지 않은 길이었는데 내려갈 때 다리가 좀 아파서 직접 운전하는 소형차를 물색했으나 다 대여중인 차량이라 빌릴 수가 없었다. 

많이 걷기도 했고 해가 내리쬐니 무척 덥기도 했다. 그러나 아까운 체력만 소진한 채로 집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원래는 난징대를 가려고 했으나, 그날 입장표가 다 매진되어서 할 수 없이 단풍은 포기하고 같이 갔던 샘이 가고 싶었던 대보은사에 갔다. 

대보은사는 난징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고 소실되었다가 재건된 대보은사탑이 굉장히 유명하다. 성벽에 올랐을 때 나도 멀리서 보긴 했으나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절터가 상당히 큰 규모라 내부에 전시된 것이 상당히 많긴 했다.

그런데 워낙 오래된 절이라(오나라때 지어진 절이라고 함) 진짜 터만 보존되어있을 뿐 나머지는 다시 복구해 놓은 유물이거나 재창조한 현대적인 미술품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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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하는 대보은사탑 조명쇼도 생각보다 볼품이 없었다. 조명을 켜기 전에 흘러 나온 노래가 창란결 ost여서 나는 또 고장극 갬성에 빠져서 즐거워하긴 했다마는.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예쁜 것들이 있다.

단풍에 대한 아쉬움은 대보은사 기념품샵에서 梧桐大道이 풍경이 담긴 마그넷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명산 온천 여행

룸메샘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나는 이제 외톨이다. 또륵

돌아가기 전 발령동기 샘들과 여행을 가자고 했었는데, 12월부터 바쁜 일이 많아 상해에서 비교적 가까운 항저우 근교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항저우에서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기도 한 대명산 근처에 마침 온천 리조트가 있어서 1박 2일로 다녀왔다.

지난번에 리슈에이 갈 때처럼 차량을 렌트하니 이동도 편리했다. 이제 운전해 주는 룸메샘이 없으니 나는 어떻게 여행을 다니나. 또륵

항저우는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수 경치가 참 예쁘다. 역시 내가 노년에 살고 싶은 곳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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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도 그랬지만, 대명산도 단풍이 들기 전이었다. 남방지역은 추워지지가 않으니 단풍을 쉽게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곳이 황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소황산으로 불린다는데, 사실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황산이 백 배 천 배 멋지다)

대신 케이블카, 미끄럼틀,  카트라이더 등등 재밌는 탈것이 많아서 다 같이 잼나게 타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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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리조트는 규모도 크고 호텔 내부도 깨끗하고 잘 되어 있어서 1박 2일 놀다 오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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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멋진 풍경을 즐기며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의 매너는 좋지 못했다.

온천과 워터파크를 헷갈려하는 몇몇 사람들은 화려한 수영복 패션을 하고서 사진을 오만장 찍기 바쁘거나(주로 커플들), 가족 단위로 온 어린아이들은 물총, 수영모자, 스노클링 장비 등 온갖 걸 챙겨 와서 수영을 하고 물장구를 치고 난리였다.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적은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룸메샘은 만난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다른 샘들이랑은 만난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는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다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힘든 순간들이 있었을 테고, 한 번씩 크게 아팠던 지라 마음이 쓰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느라 주변 샘들과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것이 부채감으로 남았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이 계속 늘어만 간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마음의 빚을 갚아 나가보련다.

 

상해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 & 항저우 여행

보통 중국은 크리스마스(圣诞节)를 기념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평안절(平安节)이라고 부르며 '평안'과 이름이 유사한 사과(苹果)를 선물하는 정도다. - 그런데 올해는 아무한테도 사과를 선물하지 않았군..

하지만 상해는 외국인이 많은 국제 도시니까 좀 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크리스마스 주간에 여행을 온 친구와 함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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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은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돌아다니기 적당했고, 아우디 크리스마스트리는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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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친구가 내가 사는 중국으로 여행 오는 것은 처음이다. 다들 비자값 때문에 오기를 망설였는데, 갑자기 비자가 사라지고 비행기 값도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부담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물론 깡은 비자 풀리기 전에 비행기를 예약했다)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들 하는데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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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에 슬립 노모어 공연을 예약해 뒀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막판엔 너무 힘들어서 공연장에서 앉아서 배우들을 기다렸다. 덕분에 하이라이트 장면을 1열 관람했다. 다시 봐도 좀 충격적이었다.   

물론 사람이 많아도 핫플 우캉루는 가야 한다. 우캉루를 가면 그 근처에 있는 허디 옷가게도 들러야 한다.

사장님은 그날도 안 계셨지만, 내가 갔을 무렵에는 새 앨범 발매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뮤비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고, 대봉타경인 포토스폿이 있어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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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저격하려고 총쏘는 디디

이곳이 워낙 핫플이라서 왕홍 같은 젊은이들도 많았는데, 사람 구경하는 게 재미났다.    

사실 상해는 디즈니랜드와 와이탄 동방명주 야경 말고 딱히 보여줄 것이 없어서 고민 끝에 주말에 항저우를 가기로 했다. 

항저우는 이래저래 많이 가봤지만, 겨울의 항저우는 처음이다. 여전히 사람은 붐볐지만 주말치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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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영은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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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사에서 잘못된 길로 가서 등산 한번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나오는 길이 엄청 돌아가서 해가 지고 나서야 뇌봉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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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멀리서 봐도 탑은 예뻤지만 그쪽에서 서호 풍경구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항저우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다 먹었다. 내 최애 카오위 루위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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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빈광장에 갔더니 마침 도묘 캐릭터 전을 하고 있어서 굿즈도 좀 사고, 굿즈샵에서 룸메샘의 연화루 굿즈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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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항저우는 덕질의 도시다. 구경만 해도 너무 즐거웠던 쇼핑이었다. 

친구를 보내고 나니 뭔가 연말이 갑자기 후루룩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먹은 디엔또우더 맛잇었음

 

일상으로의 복귀

주말에 일을 못한 대가로 평일 내내 야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방학식날 일을 다 끝맺지 못해서 마지막 회식에 지각을 했다. 하지만 또 밥 먹자마자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뭐 자꾸 여행하느라 바빠서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만 같아서. 새해에는 여행 좀 적당히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약속된 여행 일정이 많아서 나는 송별회식에 참여를 못했는데, 갔다면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너무 많이 울었을 것 같다.  

항상 그렇지만 학기말은 너무 바빠서 이별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게 몹시 서운하다. 

늘 시간은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뒷전이 되는 것들이 늘어간다.

새해에는 조금 쉬엄쉬엄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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