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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4 중국생활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휴일뿐이야

또 몇 차례 날씨가 변덕이었다. 화창했다가 비 왔다가 추웠다가 더웠다가.

여전히 출근은 힘겹지만 반복되는 루틴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도 같다.

어느새 3월 한 달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모두가 '힘들다'라고 말하는 3월은 이 생활의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앞으로 남은 퀘스트도 잘 해치워야겠지만 여전히 놀고 싶은 욕구가 가득해서 기운이 있을 땐 어디든 돌아다녔다.

 

교통대에 가고 싶어

평소처럼 집에 가는 버스를 탔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버스에 사람이 많았다.

다들 어디 놀러 가는구나 남일처럼 생각했다가 얼결에 신규샘들의 무리에 합류해 교통대 탐방을 하게 됐다.

차은우 동생이 다닌다고 하는 복단대도 가고 싶었지만, 상하이에서 알아주는 유명 대학 캠퍼스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강남대나 샤먼대나 다 입구까지만 가보고 실제로 중국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거나 학생증이 없으면 들어가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출입을 막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서 나는 일찌감치 몰래 들어가는 법만 생각하고 있었다.(중국 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꼼수만 는다)

한참을 근처에서 서성이기만 하다가 어떤 샘이 입구에 서 계시는 경비원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했다.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웬걸, 의외로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입구에 붙여진 위챗 미니프로그램을 스캔해서 방문자 등록을 하고 여권을 보여주면 성공이다.

나는 그저 대학교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삼엄했던 코로나 시절 숱한 입구컷을 겪으며 대학교의 문턱은 높다고만 생각했었다. 드디어 좋은 시절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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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곳곳을 둘러보며 오래된 건물과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온 김에 인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어학원 등록 절차를 알아봤다.

직원들은 이미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30분 뒤에 비즈니스 중국어 강의가 열린다 해서 교수님을 만나서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었다.

아마 나 혼자 갔으면 어슬렁 대며 눈치만 보다가 입구도 못 들어갔을 텐데,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샘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이번 학기는 이미 늦어서 다음 학기 강의를 미리 신청했다.

물론 낮엔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열리는 강의를 들어야 하고 아마 실제로 다 듣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대학교에 발을 들이는 것이 새롭고 재미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상해에서 첫 발레공연 감상, <지젤>

멘토샘과 주말에 만나 징안쓰 근처에서 놀던 날, 상해에는 외국의 오리지널 팀들이 와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관심 있던 건 <노트르담 드 파리>였는데 그건 이미 전석 매진이 된 상태였고, 가까운 시일에 상해대극원에서 하는 발레 공연이 있어서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날씨가 무더워졌는데, 이상하게 습하고 공기가 좋지 않은 날이었다.

늦잠을 잤지만 피곤했고, 늘 그렇지만 공연 당일에는 이상하게 몸이 무겁다. 가고 싶지만 가기 싫은 마음. 뭐 그런 상태였다.

하지만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했고, 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카페인 수혈을 했다. 시작 전에 급히 샘들과 만나 자리를 찾고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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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매할 무렵에는 뒤쪽 좌석들은 좀 많이 비어있었는데,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만석이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한참을 커튼콜을 하길래, 혹시 이거 막공인가? 했더니 막공이었다.

상해에서 이런 공연을 보는 것도 처음, 발레 공연도 처음이었다. 언어적 설명이 없는 무언극이니 미리 스토리는 대충 알고 갔지만, 좌석이 꽤 멀어서 디테일한 표정 연기나 소품이 잘 안 보여서 아쉽긴 했다.

그래도 오케스트라 연주가 너무 훌륭하고, 음악을 따라 몸짓으로 표현되는 발레가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 건지 확실히 알게 됐다.

담엔 뮤지컬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렇게 다달이 괜찮은 퀄리티의 공연 문화를 맛보는 것도 상해 라이프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운동이 이렇게 재밌다니, 슈퍼몽키 체험

운동 좀 하고 살아야지 결심만 몇 천 번째에 이르렀을 때, 맨날 지나가다가 구경만 했던 슈퍼몽키(GX처럼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는 헬스장 체인점)를 다녀왔다.

어플에서 시간과 장소를 고르고 마음에 드는 강좌를 선택해 예약만 하면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룸메샘과 함께 집에서 자전거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지점에서 'BODY COMBAT'이란 수업을 예약했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읽었을 때 잔뜩 겁먹긴 했지만, 하고 나니 몸도 가뿐하고 재밌었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서 복싱하는 자세로 손을 뻗거나 발을 뻗는데 처음엔 어설프게 하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동작이 몸에 익고 점프도 하고 그랬다.

버피 같은 동작도 했는데, 내가 워낙 느리고 엎드려서 하는 동작은 손가락과 손목에 힘이 실리자마자 고통스러워서 하는 시늉만 했다. 

그래도 기분 전환도 되고 운동 자체가 재미가 있어서 또 하고 싶어졌다.

오늘은 오전에 줌바 수업을 들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운동은 역시 하고 나면 괜찮은데 헬스장까지 가기 싫은 게 문제다.

다음번에도 시간을 내서 새로운 수업을 들어봐야지.

 

구춘공원에서 벚꽃 피크닉을 즐기자

화창한 봄날, 벚꽃이 만개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긴 했어도 꽃은 때 되면 피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원래 이맘때 우시에서는 위엔토우저나 진꾸이공원을 산책하러 갔었는데, 우리는 본격 벚꽃 피크닉을 위해 구춘공원으로 향했다.

오전에 약속이 있어서 급한 대로 중간에 올레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돗자리는 메이투안에서 배달을 시켜 공원 입구에서 받았다.(중국 생활 짬바로 모든 것은 배달로 해결 가능하다는 걸 학습함)

공원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사람이 떠밀려 가는 것만 같은 인파 행렬과 뜨거운 햇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지만, 막상 공원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죄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서 괜찮았다.  

구춘공원은 넓기도 넓고, 그렇게 많은 벚나무와 만개한 꽃들은 정말 처음 본다 싶을 정도다.

벚꽃도 개화시기가 짧기도 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적당히 좋은 날씨에 바람이 불면 꽃들이 떨어지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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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벚꽃 나무 아래 누워서 먹고 놀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공원 밖을 나서는데 이대로 샘들과 헤어지긴 아쉬워서 집 근처 일식집에서 술을 한 잔 더 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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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가 정말 길었다. 피곤해도 날씨 좋은 날에는 어디든 놀러를 가야 한다.

날씨가 점점 더워오겠지만 4월에도 힘내서 또 놀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