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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5 중국생활

청두에서 농구하는 왕허디를 만나다

왕허디의 고향, 청두로 향하는 길

이제 중국을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기 전에 허디 얼굴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 내 버킷리스트를 이룰 기회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청두에서 하는 NBA 농구 경기에 왕허디가 참가한다는 것.

모르는 사람들은 왕허디가 농구경기에 왜?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왕허디는 매년 농구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며(바빠도 농구 스케줄은 빠지지 않음) 심지어 미국까지 가서 NBA 경기 중계도 한 사람이다. 

이쯤 되면 준 농구 선수급인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인데. 왕허디의 농구 실력은 뭐 그렇게 대단치 않다.

농구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에게 농구 좋아하는 연예인이면 이 정도 스케일로 활약할 수 있는 건지.

슈퍼스타 왕허디가 특별한 케이스인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허디는 여름 내내 헝디엔에서 드라마 '함어비승' 촬영을 하다가 이제는 신장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야외 촬영을 하는 중이었다.

상해는 아직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신장은 추워서 패딩을 입고 촬영을 한다.

멀어진 거리만큼 더 그리운 마음으로 오매불망 소식을 기다렸는데 허디를 눈앞에서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티켓팅 일정이 공지 되기 이전 공식 사이트에서는 '중국 신분증 소지자'에 한해서 예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중국 인맥을 다 동원하여 사이트에 질의를 했지만, '외국인 여권으로는 예매 및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한 며칠은 그렇게 실의에 빠져 지냈다. 내가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외국인이라서 허디를 볼 수 없다니ㅠ

그러다가 '大麦'에서도 표 예약이 가능하며, 여기서는 외국인도 예약 가능하다는 정보를 알게 되자 뛸 듯이 기뻤다. 

예매 당일 또 여러 인맥을 동원하여 표를 예약했고, 생각보다 쉽게 VIP석을 겟했다.

농구하는 날이 중국인 대체 근무 전날이라서 주말이라고 해도 실상 중국인들에게는 휴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표가 전날까지도 다 판매되지 않았다.

왕허디 고향(러산) 가까운 청두에서 왕허디가 그렇게 좋아하는 농구하는 모습을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여태껏 상해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왕허디 뒤통수 한번 보겠다고 긴 시간 기다렸지만 결국 보지 못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럭키한 일인지!

청두까지 3시간 비행 하는 것은 나에게 그렇게 힘든 조건은 아닌 것이다. 

청두행 비행기 티켓 뒤를 봤더니 반가운 얼굴이 뿅

 

허디는 농구를 했고 나는 사랑을 했다

금요일 저녁 공항으로 퇴근해서 비행기를 탔다. 

도착은 늦은 밤이었지만 날씨가 선선해서 놀랐다. 청두는 벌써 가을이 시작되었나 보다.

숙소는 경기장 근처로 잡았는데, 객실이 높은 층이라 그런지 통창으로 경기장이 훤히 보였다. 

내일 저기서 허디를 볼 수 있다니 두근거리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겁나 무거웠다. 소화도 잘 안 되고 PMS가 찾아왔나 싶었다.

아침으로 곱창국수를 먹긴 했지만 특별히 입맛에 맞지 않아 절반만 먹고 버렸고, 점심도 빵을 시켜서 조그만 먹고 남겼다.

2시간 전 입장이라고 되어 있어서 5시에 맞춰 경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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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시에 오픈을 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거의 1등으로 입장했다.

물 반입 금지라길래 가져온 물을 버리고 경기장 내 매점에서 15원이나 주고 레몬물을 샀다. 

내 자리에서 시야를 확인하고 주변에 굿즈 나눔 하길래 받고 왕허디를 보고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왕허디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아직 사람들 입장도 다 안했는데??(당황)

넘 당황했지만 몸을 풀기 위해서 골 넣는 연습을 하는 깜찍한 디디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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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랐던 사실은 왕허디가 그냥 이벤트식으로 경기에 깔짝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식 경기에 3시간 풀코트를 뛰었다는 점이다.

나는 쉴 새 없이 깜찍이(농구선수들이 다 키가 2미터 대여서 유독 깜찍했음)를 눈으로 좇아 다니기 바빴고, 왕허디가 골을 넣을 때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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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왕허디의 군대가 되었다

관객석과 거리가 가까워서 진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는데도 CG 같은 생명체가 뽀짝뽀짝 뛰어다니고 물 마시고 땀 닦고 형들이랑 장난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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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는 기본적으로 저화질이지만 그래도 또렷한 이목구비를 잡아줌

너무 허디만 보느라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안 두었는데, 사람들 반응으로 아 저 사람도 유명한 사람인가 알아챈 것도 있다.

허디 옆에 자주 보였던 하얀 사람은 얼굴이 익숙해서 누군가 했는데 대봉타경인에서 함께 출연했던 배우였고(정말 늦게 알아챔) 

허디가 앉아서 쉴 때 뒷좌석에 계속 장난치고 말 걸던 사람들은 허디 어머니와 조카였다.(뭐 이렇게 가깝게 대화하지 싶었음)

전광판으로 봐도 예쁜 내새꾸

경기가 끝나고 퇴근길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허디가 나올 때쯤 직원들이 vip 통로를 아예 막아버렸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퇴장 시간에는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멀지 않으니 호텔까지는 걸어서 갔다. 

5시에 입장해서 10시에 나왔는데 무려 5시간을 경기를 관람하고 나왔는데도 정신과 체력이 말짱했다.

도파민이 팡팡 터지느라 배고픔도 모르고(막판에는 당 떨어져서 손이 좀 떨리긴 했음) 경기를 즐겨서 그런지 오히려 호텔로 걸어가는 길에 신이 났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도 좋고, 행복한 밤이었다.

 

농놀 하는 왕허디를 사랑해

주변 사람들에게 주말에 농구 경기를 보러 청두에 간다고 했지만, 정말 농구 경기만 보고 올 줄은 몰랐다.

마침 생리가 터졌고 예약해 둔 청두 박물관 관람만 겨우 하고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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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었던 마라 음식도 하나도 못 먹고, 판다 구경도 못했지만 이번 청두 여행은 판다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허디를 본 것으로 충분했다.

공항에서 자만추한 엘르 디디

농놀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고, 더구나 왕허디가 기뻐서 방방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또 농구 경기가 있다면 부지런히 출석해서 도파민을 채우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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