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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5 중국생활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금요일을 즐겨보려고 와인바에 갔다가 오해로 얼룩진 관계 정리를 하면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쏟아내고 말았다.

해야 할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말도 모조리 쏟아 내고 나니까 여태 불편했던 속은 정리되었지만, 후련한 건 아니다.

상대방의 기분도 상할 대로 상했고, 나 역시도 적잖이 마음이 다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을 넘고 만 일에 대한 후회가 숙취처럼 날 괴롭혔다.

뭐든지 적당히 하는 게 좋다는 말이 생각났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

요즘 학생이 참 밉다.

원래도 가끔 그랬지만, 학생이 학교만큼 싫었던 적은 없다. 

이제는 미운 정이 들 법도 한데도 그저 밉기만 한 걸 보면 내가 교사로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에 싫증이 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 오오랜 번아웃이다.

마음을 쓰지 않고 익숙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줄거라 기대했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애의 말과 행동은 곱씹을수록 기분이 더 나빠졌다.

일전에 그만둘 용기가 없다고 갈무리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차곡차곡 그만 둘 이유만 쌓여만 간다.

-

올해도 어김없이 기여금을 정산했다.

기여금만큼 내기도 싫고 버거운 돈이 없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 내가 또 뭘 기여해야하는데.

열심히 낸다 해도 돌려받을 돈은 하찮기만 한 돈이라서 불만스럽다.

휴직은 올해까지로 마음을 먹었다만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데 학생이 싫으면 선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하도 주변에 호소했더니, '선생님이 다 옳아. 그러니까 더 이상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싫은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나에겐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했나 보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구덩이를 파기만 하면 어쩌겠는가. 얼른 빠져나와야지.

그런 생각으로 매일을 참고 견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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