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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5 중국생활

얼른 와라 방학이여

어라랏 벌써 7월

시간이 도통 안 간다고 생각했지만 흘러 흘러 어느새 방학이 코 앞에 다가왔다.

학기말은 날카로운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듯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어딜가를 향해 살을 날리고 있더라. 뭐 나도 그랬지.

처음 맡은 업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기꺼이 도움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여기서는 한국보다 담임의 부담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그 짐을 내려 놓으니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한국 가면 도로묵이 되겠지.

나는 교사로서의 행복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서 찾지 않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자기 효능감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관뒀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기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치다 타츠루의 '용기론'을 읽었다. '친절'과 '소통'의 가치, 그리고 고립을 견디는 '용기'의 필요성에 대한 철학서다.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은 여전히 귀하다. 하지만 엇나가는 때가 훨씬 많다. 그걸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솔직한 마음으로 현재를 사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다리를 놓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해 보기로 다짐한다.

방학이 오면 이런 복잡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참 좋다.

올 여름도 무덥겠지만 힘을 내보련다. 얼른 와라 방학이여!

 

마지막 중국 맛집 탐방

어쩌다 보니 중국 생활 3년 반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겪었다.

이번에도 친한 샘이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중국은 물리적으로 크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영역은 좁디좁아서,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면 멀리 흩어져서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상해에서 실컷 보고 먹고 누릴 것들이 많은데, 떠나는 샘의 아쉬움을 불살라 버리기 위해 함께 매주 맛집 탐방을 열심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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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번에 갔던 긴자 오노데라 점심 코스를 예약했다. 

점심은 저녁 때보다 가격이 저렴했고(따종이랑 같은 가격), 오마카세로 나오는 종류도 비슷했다. 여전히 맛도 서비스도 좋았다.

지난번에 10% 할인 쿠폰을 받아 두었던 것을 잘 챙겨두었더니, 서비스 이용료도 절약했다.

마지막에 테이블 담당 직원과 요리사분이 마중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인사하는데,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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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에 와이탄에 나오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나온 김에 겔랑 행사장이 있던 곳 근처도 둘러보고, 호리구치 커피도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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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구치 커피는 일본에 본점이 있는 핸드 드립 전문 카페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커피도 맛있고 케이크도 맛있었다. 

생일 주간에는 약속이 많았다.

헌지우이첸에서 양꼬치도 먹고, 신천지 근처 찐 프렌치 식당에서 비싼 프렌치토스트도 먹었다.

프렌치토스트는 정말 비싼 값을 하는 맛이었다.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해서 에어컨 빵빵한 실내 백화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지나가다가 주토피아 콜라보 스벅 텀블러가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가격이 안 귀여워서 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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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상해 반얀트리 호텔 브런치 뷔페 가격이 괜찮길래 가보았다.

특별히 맛있진 않았지만, 뭐 딱히 나쁘다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예전에 우시에서 갔던 호텔 레스토랑이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밥 먹고 나서는 오랜만에 난징시루 스타벅스 리저브를 들렀다.

근처에 루이비통 건물이 새로 들어서서 구경도 했다. (며칠 전 왕허디가 왔다 갔던 그곳ㅠㅠ 허디는 온데간데없고)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고, 리저브 카페는 한국사람으로 바글바글 했다.(한국어로 크게 떠들면 창피해지는 그곳)

방학식 전날은 화려하게 하이디라오 방을 빌려서 파티를 했다.

내 생일은 아니었지만 곧 생일이 다가오는 샘의 생일을 축하하고, 떠나는 선생님의 송별회도 겸했다.

친절한 하이디라오 직원이 열심히 이것저것 챙겨주고, 배달 시킨 케이크를 들고 와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줬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마지막 식사였던 것 같다.

1년 반을 함께 하며 정이 많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이젠 울지 않고도 이별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약하며 한 학기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