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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5 중국생활

상해 시내 살이 어떤가요

시내에 사는 기분이란

이번 주는 날씨가 따스하고 좋았다.

꽃구경을 하러 집 근처 징안 조각 공원에 갔는데, 아직은 듬성듬성 꽃이 피어있었다. 

날씨가 봄에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볍고 좋아서 동네 산책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다.

퇴근하고 좀 걷고 싶어서 갔던 근처 산책로

목적지가 대부분 자전거로 20분 이내에 위치해 있다 보니 자전거를 많이 타고 돌아다녔다. 

돌아다니지 않으면 막상 내가 어디쯤 사는지도 모르게 되는데 나가보니 이제 알겠다.

여기가  바로 시내구나.

 

웨스 앤더슨 사진전

방학 중에 심심해서 전시라도 보러 가야지 마음을 정해 놓고서, 결국 전시가 끝날 3월 무렵에 갔다.

검색하다 알게 된 것이지만 웨스 앤더슨 사진전은 한국에서도 열린 적 있다고 한다.

웨스 앤더슨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미학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사진을 보고 이야기 만들기' 수업을 할 때 종종 그의 영화 스틸컷을 사용하곤 한다.

여러 가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그림 같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재밌기 때문이다.  


전시도 공간이 참 예쁘게 꾸며져 있고,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웨스 앤더슨만의 감각으로 담은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다채로운 색깔 톤에 눈이 정화되기도 했고,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전시를 보고 나서 푸동 근처의 레바논 식당에 갔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ELI FALAFEL Lebanese&Mediterranean

견과류의 고소함과 다양한 재료의 풍성함이 느껴지는 후무스가 인상적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마침 불이 들어온 동방명주를 보고,  여성의 날이라고 해서 마침 할인하는 크림브륄레 디저트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집 근처 맛집 탐방

이사를 하고 나서 사람들을 초대해서 집들이를 해야지 하는 계획은 오래 전부터 세워뒀지만 집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마침 날씨가 좋길래 주변에서 브런치를 먹고 들어가기로 약속을 정했다.

 

RAC Allee

주말 낮의 RAC는 정말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소시지에서는 약간의 중국향이 난다


우리는 인원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했는데, 다행히 주변 골목에 힙한 구경거리가 많아서 거기서 시간을 보냈다.

집에 와서는 저녁까지 수다를 떨며 디저트와 식사를 배달시켜 먹었다. 

최근에 맛있게 먹은 요거트집  楼下酸奶를 배달시켰는데 평이 좋았다. (먹느라 바빠서 사진은 못 찍음)

 

La  Cosa nostra


여긴 퇴근 길에 허기진 배를 채우려 그냥 들어간 식당이었는데 그날 마침 피자 반값 행사를 하고 있었다.

맥주랑 모히또를 시켰는데 술도 잘 어울리고 맛있었다.

ÔDELICE欧膳

날씨가 유난히 화창했던 주말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무작정 나갔다.

원래 가려던 가게는 Crave Bar였는데 바깥 자리가 꽉 차서 옆가게로 갔다.

이쪽 거리는 워낙 힙해서 모든 집이 거의 맛집인 거 같았다.

배가 고파서 샐러드 말고도 파스타를 하나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최근에 먹은 파스타 중에 제일 맛있었음)

햇볕을 즐기러 나왔는데, 천장이 비닐하우스처럼 되어 있어서 그런지 계속 앉아 있기에는 너무 더웠다.

하는 수 없이 근처를 돌다가 적당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LOKAL

상해에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날씨였다. 

2층 테라스석에서 라떼를 시켜놓고 풍경을 즐기고 있었는데, 둘러보니 온통 외국인들이 가득했다.

친구랑 통화하는데 주변에 온통 불어랑 영어가 섞여 들려와서 친구가 시끄럽다고 했다.

한량같이 오후 시간을 때우다 보니 금방 저녁 시간이 되었다.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태국음식을 가려고 했는데, 엄청난 웨이팅에 막혀 다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집 가는 길에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데 오래된 모스크 사원 같아 보이는 건물이 있고 그 근처 상가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길래 잠깐 구경했다.

알고 보니 옛날 유럽식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편집샵 같은 곳이었다.

옷은 그냥 그랬는데 알바생들이 다들 키가 크고 왕홍같이 생겨서 흥미로웠다.(아마도 그게 셀링 포인트인 듯)

정원에 예쁜 꽃들이 많아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레스토랑 위크 즐기기

상해에는 레스토랑 위크라는 것이 있다. 미슐랭 식당이나 고급 식당 위주로 할인하는 행사주간을 말한다.

작년에 들어보긴 했지만, 막상 어딜 가야 하는지 잘 몰라서 헤매다 기간을 놓치곤 했었다.

이번에는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정해두고 가거나 약속이 있는 날에 장소를 레스토랑 위크에 속해 있는 식당을 방문하곤 했다.

예약도 생각보다 치열하지는 않고, 위챗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예약 일시와 인원수만 누르면 쉽게 확정된다.

가격대가 기본적으로 높은 식당이 대부분이라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이 기회에 궁금하기만 하고 못 가본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을 갈 수 있어서 좋았다.

 

Canton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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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명주를 코앞에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아주 고오급진 광동요리 식당이다.

와인을 가져가려고 사전에 문의했는데 콜키지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실망했다.

가게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 여긴 그런 거 안 되는 곳이겠구나

분위기는 10점 만점에 10점. 하지만 음식의 맛은 전체적으로 간이 짰다.

01

그래도 새우 요리정도까지는 먹을만하다고 여겼는데,  비둘기 고기 요리가 나오면서... -10점을 주고 싶었다.

내가 중국의 오리나 닭 요리의 조리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조리방식을 비둘기로 한 느낌이다.

간은 짜고,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껍질에 붙은 살 정도만 먹을 수 있고, 안쪽의 살은 순대 간처럼 퍽퍽했다.

식감도 맛도 정말 별로... 그런데 와인 값이 무진장 비싸서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Bella Vita

날씨 좋은 날 야외 테이블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자고 약속을 잡았는데, 상해 날씨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원래 가려던 TOMATITO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하고, 레스토랑 위크 식당들 가운데 브런치가 가능한 식당이 많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적당히 평점이 좋아 보여서 대충 내가 고른 곳으로 예약을 잡았다.

여긴 와인을 가져와도 되긴 하다. 하지만 식당 내 와인을 한 병 사야 한다.(다행히 맛있는 와인도 많고 추천도 해주심)

우리 테이블 외에는 거의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이고, 분위기도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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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도 대부분 맛있었고, 서비스도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들까지 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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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요리로 천천히 술과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 낮에 시작해서 저녁이 되었다.

주말 하루를 통으로 먹고 노는 데 썼지만, 맛있고 행복했다.  

Ginza Onodera


가격이 비싸다. 스시 오마카세니까^^

디너가 인당 980원 정도 그리고 서비스 요금 10%가 별도로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비싼 음식 먹어본 적이 없는데, 큰 맘먹고 가긴 했다. 저번에 실패한 광동식당처럼 생각보다 별로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다.

셰프 분이 처음에 느닷없이 일본어를 하시고 우리가 못 알아들으니 중국어를 하신다.

나도 일본어, 중국어 조금 하지만 생선 이름 같은 건 잘 몰라서 파파고를 찾아보고 겨우 알아 들었다. 

음식의 맛은 정말 훌륭했다.

저녁을 꽤  비싸게 먹긴 했지만, 나중에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을 먹고 싶어졌다.

카스테라처럼 생긴 계란찜도 인상적임

맛있게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나가는 길에 셰프님이 나와서 인사까지 해주셨다.

돈이 정말 아깝지 않은 식사였다.

하지만 자주 먹으면 파산할 거 같으니,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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