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5 중국생활

3월의 일상

비담임은 처음이라

벌써 3월 3주 차에 접어들었다.

개학 첫주는 더럽게 시간이 안 가더니, 2주 차부터는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시간이 배속으로 흘렀다.

나는 새로운 학년과 긴장과 설렘속에서 인사를 나누었고,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과도 수업을 하게 되어 반가움을 나누었다.

늘 지치고 피곤한 3월이지만 체감하는 공기는 사뭇 달랐다.

올해는 비담임 업무를 맡게 되어서 학기 초에 담임 업무로 바쁠 일이 현저히 적어졌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뭔가 이상하다? 싶은 감각(뭔가 할 일이 있는데 안 하고 놓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이상한 감각에 완전히 적응했다.

언제 또 바빠지면 이 여유를 즐길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이사 그리고 새로운 생활

2월에 중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사다.

동네도 생각보다 멀리 옮기게 되는 바람에 아침 출퇴근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야 했다.

버스가 일찍 와서 놓칠 뻔한 적도 있고, 내가 버스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지하철 아래에서 졸면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출근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2주가 다 되어가도록 집에 계속 문제가 생겼다.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통신사가 내 통신사와 달라서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못했고, 화장실 변기 커버가 제대로 부착이 되지 않아서 수리 요청을 했는데도 커버가 떨어져서 변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휴대폰 통신사를 바꿔 와이파이를 설치했고, 화장실 변기 커버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얼마 전에는 장을 보고 나서 오븐을 켠 상태로 전자레인지를 가동했는데, 집 안 전체가 정전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집에는 정말 하자가 많다. 

물론 이 동네가 핫플과 가깝고, 건물 상태도 좋은 편이며, 창이 두꺼워서 전체적으로 실내가 따뜻한 편이다. 

3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서 집이 따뜻하다는 사실도 체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지만, 뭐 무튼 그렇다. 

새로운 룸메샘과도 서로 다른 생활 패턴을 지녔지만, 출퇴근을 반복하며 제법 친해졌다.

예전에도 둘이 살았던 생활이라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가도 금동이가 없는 집이라는 것이 허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3월은 바쁘니까 허전함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남의 연애는 존잼이다

방학 때 아무 생각 없이 유툽 영상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흥미로운 인물이 눈에 들어와서 연프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연애프로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남의 연애'에 빠지게 된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하자면.

1. 남자만 나온다. (남자가 남자 좋아하는 이야기니까.) 
2. 남자가 예쁘게 꾸미고 나온다. (예쁜 남자 보는 건 내 취미니까.)
3. 치정이나 갈등 서사가 있지만 순한 맛이고, 그냥 애들이 꽁냥대는 것이 그저 귀엽다.

그럼에도 연프 자체에 대한 불편감은 잔존한다.  

기본적으로 낭만적 사랑에 진심인 사람들이 한 무더기고(이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무성애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불꽃 튀는 연애 전쟁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것을 대상화하기에 적합한 '젊고' '예쁘고' '잘생긴' 남/남들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BL 드라마 같은 전개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이건 환상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설정을 남/녀의 플랫폼으로 바꿔도 여전히 싫다. 이성애만으로 가득한 판타지는 오히려 뻔하기까지 하지.

 

- 아래부터는 남연2 스포주의-

남연 시즌2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완주를 끝냈다. (시즌1은 건너뛰고 시즌2부터 시작함)

현실 연애는 노잼인데 남의 연애가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다니. 푹 빠져서 보는 내가 놀라웠다. 

연애 줄다리기 같은 것도 재밌긴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가 다 개성 있고 재미지다.

초반에는 준성호가 귀여웠다가 둘이 잘 되고 나서는 흥미를 잃었고, 융희를 받아주지 않는 선우가 제일 미웠다.

"형 저 융희예요."로 시작하는 전화가 몇 번째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준성호 빼고는 결국 다 망한 연애 서사로 끝난 것도 좋았다. (난 뭐든 파국으로 끝나는 걸 좋아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주고받았고, 이로 인해 다들 조금씩 성장했다.

다시 못 볼 인연도 있겠지만, 결국엔 웃으며 다들 재회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렇게 꽉 닫힌 결말이라니. 연애 드라마가 아니라 청춘 드라마잖아.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나는 상대에게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그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대녈처럼 나를 지키고 싶어 발버둥치면서도, 민성처럼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매력을 흘리고, 선우처럼 가끔 미운 짓도 하고, 융희처럼 한 사람에게는 열렬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준성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고 하고, 성호처럼 온실 속 예쁜 화초가 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오랜 관계가 부서져 본 적이 있는 정욱처럼 초조하고 유리알 같은 마음이다가도 형진처럼 눈치 안 보고 돌진하고 싶기도 하다.

이들의 모든 감정이나 태도가 거울처럼 보여서 재밌게 느꼈던 것 같다. 

얼결에 시즌3를 시작해 버린 뒤 거의 끝물이긴 한데, 결말이 궁금하지는 않다. 아마 좀 흐지부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웨이브 결제한김에 끝까지 보긴 할 거다.

무튼 남의 연애2는 존잼이니까 얼른들 보세요.

-

3월인데 날씨는 겨울같이 춥다. 목도리를 둘러야 아침에 겨우 출근을 한다.

날씨가 금방 더워오겠지마는 차지를 먹으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