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가 나온 작품을 훑어보다가 마침 웨이브에 올라와있던 <신탐>을 발견했다. '백우의 탐정 수사극'이란 타이틀과 드라마 포스터가 몹시 촌스러워 보기를 조금 망설였으나ㅋㅋ 총 24부작(중드치고 아주 짧은 편)인데 매 화 에피소드가 짧고 전개도 빨라서 금세 다 봤다.
- 신탐의 묘한 매력
<신탐>은 추리물 장르에 충실한 드라마다.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탐정 라비(뤄페이)와 형사 진소만(샤오만)이 함께 해결한다.
1화를 보면 각이 딱 나오지만, BBC 드라마 <셜록> 냄새가 폴폴 난다. 음악은 거의 패러디에 가깝다. 음악까지 따라하는 건 좀 너무하다 싶었지만 셜록과 비슷한 추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매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 사건 해결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며, 라비의 적당한 추리와 소만의 적당한 수사 액션이 등장한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1930년대 상하이를 때깔곱게 재현해서 그 시대의 다채로운 미술과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결말을 애매하게 마무리 지은 걸 보면 아마 시즌2가 나올 것 같다.(그러나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 캡틴과 라비의 그 깊은 사연이 아주 궁금하진 않으나. 범인의 동기나 실체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시즌2에 가서는 이 엉킨 실타래를 잘 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귀여운 라비와 소만
신탐은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참 귀엽고 케미도 좋다.
연약하고 섬세한 라비에 비해 소만은 힘이 세지만 둔감한 편이다. 서로 다른 성격 탓에 늘상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면서도 서로의 뛰어난 능력을 발견해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다.
상하이에서 우연히 설리번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된 두 사람은 옆방 이웃으로 처음 만난다. 항상 혼자서 연구에 몰두하는 라비는 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데, 소만은 뭔가 생각났다 싶으면 문을 벌컥 열어 제끼고 라비의 방에 난입한다. 처음엔 라비가 소만의 이런 대찬 성격을 버거워하는 듯 했으나 사건을 함께 해결해 가면서 소만의 능력을 인정하게 되고 점점 신뢰가 두터워진다.
가끔 라비가 소만을 질투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 묘한 애정 기류가 흐르기도 하나. 연애감정이라기 보다는 라비가 소만을 특별히 아껴서 누군가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소만은 형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여자 형사라는 불리한 위치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 때마다 라비는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예뻤다.
- 백우의 연기
<진혼> 봤을 때만 해도 백우는 자오윈란 그 자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 연기가 참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의 다른 연기가 어떤지 참 궁금하기도 했었다. <홀이금하>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나는 수염 없는 청량한 백우의 얼굴이 너무 적응이 안 되어서 <신탐>을 고르게 된 것도 있다.
자오윈란과 라비는 굉장히 다른 인물이다. 자오윈란은 기본적으로 행동거지가 가볍고 똥꼬발랄한 행동대장인데 반해, 라비는 하나하나 증거를 신중하게 조합해서 사건을 추리하는 느긋한 신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비가 어딘가 능청스럽고 모든 걸 꿰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면 장난기를 뺀 진지한 버전의 자오윈란 같기도 했다.(그러고 보니 백우는 참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하는 것 같군)
백우가 연기한 라비는 유쾌함은 덜하지만 정장을 차려입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깔끔하게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는 우아함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물론 훤칠한 기럭지와 준수한 외모를 지녔기에, 어떤 캐릭터 연기도 다 눈감고 봐 줄 정도긴 하다. 백우의 다른 작품을 내가 또 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신탐>은 확실히 백우의 비주얼이 빛나는 드라마라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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