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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电视剧(중드)

파이팅, 나의 슈퍼스타(加油,你是最棒的)

제목부터가 공익스러운 이 드라마(중국어로는 '힘내, 네가 최고야'라는 뜻)는 등륜과 마사순 주연의 훈훈한 가족 드라마다. 이런 장르의 현대극을 처음 보기도 했고, 주연 배우들에게도 믿음이 가서 보기 시작했다.

보다 보면 따뜻한 대사에 힐링 되면서 눈물을 글썽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주인공 하오쩌위의 길고 긴 불행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짠내가 가득해서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어째 행복은 짧고 불행 뒤의 가시밭길은 왜 이리도 많은지, 하오쩌위의 인생이 너무 고달파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원래 중드는 10화까지는 존버해야하는 게 상식이다. 20화쯤 이르면 꿀잼기간이 시작되고 끝으로 갈수록 용두사미거나, 아니면 끝까지 재밌는 드라마로 나뉜다. 그래서 내가 웬만하면 다 참고 보는데 앞부분이 재밌다가 중간 짠내 구간이 하도 안 끝나길래 잠깐 가벼운 코미디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최종 44화까지 보고 나니 이제 이 캐릭터들에게 온 정이 다 들어버려서, 오히려 끝나고 나니 많이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진짜 정든 가족과 이별하는 기분이랄까. 포스터에서 모두 예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아련해지는 기분도 든다ㅠㅠ

- '하오쩌위 슈퍼스타 만들기' 분투기

10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하오쩌위는 한물간 연예인이 된지 오래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믿고 의지하던 기획사 사장 텅단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어 외톨이가 되고 만다. 다행히도 텅단의 오랜 친구인 뉴메이리가 기획사를 인수하여 그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선뜻 손을 내민다. 

뉴메이리는 매니저인 푸쯔와 함께 자기중심적이고 가시돋힌 하오쩌위를 끈질기게 설득한다. 하오쩌위는 텅단의 복수를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는다. 푸쯔의 아버지인 푸팡수는 딸이 연예 기획사 일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았지만 어느새 택시기사도 관두고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는 신세가 된다. 

이들은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하오쩌위의 성공'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끈끈한 가족 공동체로서 갖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 하오쩌위의 시련과 성장

일단 하오쩌위가 처한 상황 설정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톱스타로 정상에 올랐다가 잊혀진 것도 아니고, 오디션 스타는 아주 잠깐 시간이 지나도 금방 잊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데뷔를 하려면 오히려 신인보다 더 고군분투 해야한다. 하오쩌위는 개 사료도 먹고, 살도 찌웠다 빼고, 이상한 감독한테 휘둘리며 갖은 수모를 당하지만, 결국 출연했던 영화는 흥행에 참패한다.

어쩌다 텅단의 장례식에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따내게 된다. 개인의 불행이 연예계 시장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줬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맨날 반지하에서 혼자 라면 끓어먹는 하오쩌위ㅠㅠ

드라마에서 연예인이란 직업을 보여줄 때 일반적으로 스타의 화려함을 강조하기에 바쁜데, 이 드라마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집중한다. 그래서 하오쩌위가 겪는 고생들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고군분투처럼 느껴져서 서글펐다.

나는 진지하게 눈물 연기하는 덩룬을 찍는 카메라의 실루엣 같은 걸 나름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런 멋진 장면 같은 건 전혀 안 나온다. 사극 찍는 장면에선 와이어 때문에 지붕 위에서 내려 오지도 못하고 밥도 굶는데 어찌나 짠하던지ㅠㅠ 촬영 장면에선 '푸쯔마음 = 내마음'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항상 비틀대는 하오쩌위를 잡아 주느라 고생이 많은 푸쯔ㅠㅠ

그렇다고 하오쩌위가 아주 고분고분한 성격도 아니라서 주변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푸쯔한테 투덜댈 때는 무슨 다 큰 애기같다. 끝으로 갈 수록 좀 많이 둥글둥글해지긴 했지만 처음엔 고집도 많이 부리고 제멋대로 행동해서 '뭐가 그리 잘났길래 저러나' 싶었다.(고질적인 연옌병인가..)

상처가 많은 사람은 오히려 겉으로 가시가 많은 법이다. 센 척하는 어른이었던 하오쩌위는 뉴메이리, 푸쯔, 푸팡수를 만나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 정겨운 대화 속 꽃피는 애정, 푸쯔X하오쩌위

이 드라마는 대사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혼잣말도 많이하고 인물들끼리 말로 싸우기도 많이 싸워서 대사의 호흡이 아주 빠르고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가 꽤 재미나다.

특히 하오쩌위와 푸쯔가 투덜대면서도 서로를 챙겨주는 장면들이 너무 귀엽고 재밌다. 

푸쯔 : 난 언제쯤이면 이런 고급 백화점에서 치마를 살 수 있을까?
하오쩌위 : 이번 생에는 불가능할걸. 어차피 네 사이즈는 없거든.
(하오쩌위가 실수로 더럽힌 옷에 대한 값을 푸쯔가 물어주겠다고 하자 갑자기 미안해진 하오쩌위)
하오쩌위 : 걱정 마. 내가 돈방석에 앉으면 저 안에 있는 옷 다 사줄게.
푸쯔 : 내 사이즈 없다며.
하오쩌위 : 그렇네. 국물 마시고 있어. 내가 지금 가서 큰 사이즈 옷도 들여놓으라고 할게.

하오쩌위와 푸쯔는 점점 서로에게 기대며 의지하다가 수줍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서로에게 너무 둔감했어서 로맨스 모드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한참 걸림ㅋ) 키스신 연습하는데 푸팡수가 계속 방해하려고 하는거 너무 웃겼고, 둘이 사귀기 시작할 무렵부터 하오쩌위는 푸쯔에게 굉장히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한다.

둘이 눈맞춤하는 장면들 너므 스윗하다//

"세상은 너한테 따뜻하지 않은데 넌 늘 친절하게 이 세상을 대해"
(푸쯔를 꼭 껴안으며) "넌 꼭 이불 같아."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말만 드세지 다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다. 츤데레 푸쯔의 아버지와 딸의 케미도 좋고, 뉴메이리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거친 세상을 버티기 위해 가시 돋힌 채로 살아도 결국엔 모두 따뜻한 포옹을 받길 원하는 약한 존재들인 것 같다.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더니(결말 스포 주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다. <파이팅, 나의 슈퍼스타>는 거의 현미경 급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인생의 비극을 보여주는데. 예상치 못했던 푸팡수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감당하기 힘들었다.

푸쯔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

하오쩌위는 새로운 기획사로 옮겨가자 바빠지기 시작했고, 가십이나 스캔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푸쯔는 상처받지 않은 척 애쓰다가도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크게 다툼을 한다.

푸팡수는 자기 딸이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길 바랐고, 아들같은 하오쩌위가 배우로서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런 그가 돌연 사고로 죽음에 이르게 되자, 남겨진 이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푸쯔와 하오쩌위는 헤어짐을 결심하고, 하오쩌위도 연예계 활동을 그만둔다.

시간이 좀 흘러서, 뉴메이리와 함께 식당 운영을 이어오던 푸쯔는 하오쩌위가 학교에서 연기를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푸쯔는 손님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글로 모으기 시작한다. 푸쯔의 기록을 전해 받은 하오쩌위는 다시 푸쯔를 찾아가 고마움을 전한다.

조금 슬프고 담담하지만 현실적인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극복해보겠어! 라는 사랑만능주의도 아니거니와 각자의 슬픔을 각자의 방법으로 덜어내고서 다시 만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 덩룬과 마쓰춘의 연기

<러브 AND 하우스>의 소년미 폴폴 나는 샤오펑청이 좋아서 보기 시작한 덩룬의 작품이었는데, 하오쩌위는 짠내 폴폴 캐릭터라서 캐릭터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갖은 애교와 재주부리는 귀여운 덩룬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

마쓰춘은 정말 팔색조 매력을 갖춘 배우인 것 같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그 각양각색의 표정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너무 예뻐서 푼수먹보 캐릭터가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이 배역을 위해 일부러 살도 찌운 듯 하고, 주근깨 가득한 피부 표현과 삐삐같은 양갈래 머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항상 뭔갈 먹으면서 오물대는 푸쯔의 댕댕이스러움은 너무 귀여웠다.

언젠가 마쓰춘이 출연한 드라마 작품들도 더 봐야겠다. 세상은 넓고 중드 볼 것들은 참 많구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