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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2 중국생활

코로나와 연말연시

중국에 와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가 다가왔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노선이 변경되어 이동의 제약이 사라지기도 했고, 연말연시 연휴도 있어서 기대가 컸다.

크리스마스엔 샘들과 멋진 호텔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약속했었고, 연휴 때는 가까운 상해나 가볼까 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내가 ㅋㄹㄴ에 걸릴 줄은.

물론 전조 증상은 있었다.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강제로 등교해야 했던 그 주에 학생, 교사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중국 직원들은 이미 무더기로 확진된 상태였다)

마지막 시험 날은 온통 아이들이 시험 중에 기침을 해대는 통에 물을 날라야했고, 발열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아이들을 집에 돌려보냈다. 이곳이 학교인가 병원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가뜩이나 시험 기간이라서 다들 예민하고 긴장한 상태였는데 확진자가 하나 둘 늘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팬데믹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노여웠다. 왜 자꾸 마스크를 벗고 축구랑 댄스를 하겠다고 하는거지

지금의 중국은 방역체계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피해를 고스란히 개인이 안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약도 없고 자가키트도 모자란 상황에서 그저 불이 점점 퍼져가는 걸 보고만 있는 것도 속상했다.

무사히 시험이 끝나자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고, 우리 반의 절반의 학생들은 자가키트 양성이 나왔다. 내가 열심히 잔소리 해봤자 다 소용 없었다.

나 혼자 아프지 않았을 땐 마음만 계속 불안했는데, 확진이 되고 나니 되레 마음은 편했다. 어차피 시간의 문제였다.

그래도 확진 되기 전날 영화 <상견니> 개봉일이라 야무지게 영화관에 가서 2번이나 영화를 봤다. 혼자 쏘이쟌스 추억에 잠겨 껑껑 울었지만 극장에 사람이 없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다음 날 바로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해서 보건샘이 쥐어준 타이레놀 5알로 그날 밤을 버텼다. 날이 갈수록 증상은 조금씩 좋아졌지만 예전처럼 좋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여전히 기침이 나오고, 호흡이 불편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입국자를 제한하겠다는 한국 방역 당국의 조치가 발표됐다. 입국 전 PCR 검사가 부활했고, 몇 달 전에 예약해둔 비행기도 돌연 취소됐다.

어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코로나 증상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출국 전 PCR 검사 결과가 다시 양성이 뜰 수도 있고, 무사히 인천에 도착하고 나서도 또다른 변수를 겪을 수도 있겠다. 고대하던 한국행마저 난항이 예상되니 마음이 지쳐만 간다.

돌아보면 참 다이나믹한 해였다. 중국에 온 후 상반기엔 격리와 봉쇄를 모두 겪었고, 결국엔 대유행으로 인해 코로나에 걸리기까지 했다. 누가보면 고생하려고 중국 간 사람 같기도 하다.(물론 아닙니다)

어젠 과년연창회를 치킨을 먹으며 봤다. 천리농과 요장징, 왕허디의 무대를 봤다. 아쉽게도 인투원 무대는 두 번이나 타이밍을 놓쳐서 못봤다.

사실 너무 집구석에만 있어서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도 많은데, 시간이 갈수록 중국에 대한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새해에는 고생을 덜 하고 싶다. 대신 즐거운 일들도 작년만큼 많았으면 좋겠다. 한국에 다녀오면 또 생각이 여러 가지로 바뀔테다. 당분간은 시간에 흐름을 맡겨두고서 위기를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