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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2 중국생활

고생 길이라고 쓰고 여행이라 읽는다

국경절 연휴엔 여행을 가자

체육대회가 무사히 끝이 났고(난 딱히 한 건 없이 즐기기만 했는데 엄청나게 피곤했다) 긴 국경절 연휴가 시작됐다. 

남의 나라 국경절이 내게 주는 의미는 딱히 없지만, 일단 길게 쉴 수 있다는 큰 장점 덕분에 최소 6일을 여행할 생각으로 짐을 싸두었다.

"국경절엔 어딜 가도 사람이 많다"는 얘길 하도 많이 들어서 코로나와 인파 걱정 보다 그냥 내가 가고 싶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정했다.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신장이었지만 그 부근은 아예 가지도 못하게 막아놨다.

할 수 없이 청두와 시안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일주일 전 뱅기 티켓만 미리 끊어두고서 상황을 지켜봤는데, 또 시안이 위험지역이 되고 말았다. 흑흑

내가 가려고 마음 먹을 때마다 이런 일이 종종 생기는 걸 보면 난 진시황과 연이 없나보다.

청두도 한 구역이 아직 중위험지역이었어서 가기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지만, 하나 남은 청두까지 포기할 수 없어서 코로나 뚫고 간다는 생각으로 감행했다.

 

직접 가 봐야 아는 법

운 좋게도 내가 청두에 도착하자 위험단계가 낮아졌다. 타이밍이 좋았던 셈이다.

날씨도 좋았다. 흐리고 비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확실히 흐리고 바람이 불긴 했지만 선선한 가을 바람 수준이었다.

관광지에 사람이 많아서 여행하기 쉽지 않다는 말도 옛말이 된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인파가 확실히 많이 줄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딜 가든 유유자적하게 놀 수 있었다.  

역시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법이다.

청두에 혼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했는데 예상 밖의 난관(청두 건강마가 도착한 첫날 저녁까지는 열리지 않은 것, 호텔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새벽에 잠들다 깬 것)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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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충칭서 놀러온 샘과 같이 훠궈도 먹고, 판다기지에서 판다도 실컷 보고, 러산 가서 허디 꼬치집 순례도 하고, 마지막 날 두보초당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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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내 오랜 염원이었던 청두 여행은 잘 끝이 나려나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여

문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얼빈에서도 비행기 연착을 겪어본 적 있지만 2시간 정도 공항에서 대기하며 그저 비행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이번에는 연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때문에 비행기가 중간에 난징공항에서 비상 착륙을 했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서둘러 짐을 내리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지금 상황에선 내릴 수 없고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상황을 알아보려고 켠 C-trip 어플을 보니 21시간이 연착될거란 정보가 떴다. 내가 잘못 본 것이길 간절히 빌었다.

비행기에서 줄곧 대기만 타다가 끝내 공항에서 노숙을 시킬 셈인가. 이런 의심이 들자 불안이 커져만 갔다.

다행히도 문제가 해결됐는지 1시간 정도 후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후 7시 45분에 도착예정이었던 비행기는 10시가 넘어서야 우시 공항에 도착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핵산 검사를 받고 바로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줄이 줄어들면서 곧 내 차례가 오고 있었는데 직원이 이제 택시는 안 올테니 알아서 디디를 잡으라고 했다.

엥 아직 시간이 그리 늦지도 않았는데 택시 영업이 끝난건가. 날씨가 궂어서인가. 연휴라 그런건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비가 오고 날도 추워서 하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디디 정거장으로 이동해서 디디를 잡았다.

다행히 나는 5시간의 여정 끝에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5시간 기차를 탔어도 비슷한 시각에 도착했을텐데. 비싼 돈을 주고 하늘에서 시간을 왕창 날려먹었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면 다행인 수준일지도 몰랐다. 나랑 같은 시각 베이징에서 돌아온 샘은 기차역에서 아예 나가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하니. 참 중국에서 어떤 곳을 여행하든 쉬이 안전과 평안을 보장받기 쉽지 않다.

연휴가 3일 더 남아서 근교라도 여행할까 고민도 살짝 했지만, 집에 오고 나니 더 이상 개고생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안한 집에서 더 쉬다가 쿨타임이 차면 또 여행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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