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 지 어언 6개월이 넘었다. 중국 생활에 적응하고 나면 편안함과 안도감이 들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이제는 한국이 그립고 외롭고, 난 뭐하러 중국에 온 걸까 그런 회의적인 생각만 불쑥불쑥 들었다.
드라마에도 몰입을 잘 못해서 간편하고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예능만 돌려 보다가 그것마저도 금방 질려 버렸다.
본격 중태기에 돌입해서 중연도, 중국어도 관심이 뚝 떨어졌다.
예쁜 걸 보면 금방 뾰로롱 심취하곤 했는데, 요즘은 떠오르는 잡생각이 너무 많다. 마음이 잠깐 머물렀다가도 금세 식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슨 역봉의 여파다. 아오 적당히 생각해야지. 잘못은 역봉씨가 했는데 왜 내가 일상에 커다란 파장을 느껴야 하나.
이것도 정말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다. 써글
요즘은 스맨파랑 스우파만 번갈아 다시 보기를 하는 중이다. 춤 잘 추는 사람들이 막 불꽃 튀면서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서바이벌 경쟁구도 싫어라 하면서도 여전히 엠넷을 보는 나도 참 뼛속깊이 한국인인가 보다.
기분 전환을 위해 시작한 일
운동을 시작해 볼 요량으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저녁 먹고 한가한 시간에 나갔더니, 온 동네 한국 사람들을 거기서 다 만났다. 퇴근하고 다시 출근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다니려니 또 귀찮아서 사람들을 피하고 싶을 땐 그냥 주변 공원을 산책했다.
태풍 때문에 휴교하던 날, 나는 불행하게도 출근을 해야했다. 이왕 밖에 나온 김에 쇼핑을 하러 갔다.
맘에 드는 옷은 별로 없었지만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의 쇼핑몰에 가는 것도 자전거를 타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격리 이후로 방치해뒀던 머리도 염색을 새로 하고 다듬었다. 예전에는 미용실 가는 것도 엄청 겁이 났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간다.(물론 직원분이 한국어를 잘하셨음)
확실히 머리를 하니 기분이 새로워졌다.
공원 산책을 하다가 친한 샘의 추천으로 발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중국 마사지 샵에선 왜 음식을 주문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는데, 시험 삼아 주문했던 쏸라펀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발마사지를 받고 나니 몸도 한결 개운해졌다.
한동안 우울했던 것이 그냥 PMS였나 싶을 정도로 다시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노잼에는 여행이 약
주말에는 친한 샘의 권유로 상하이에 당일치기로 놀러갔다 왔다.
한국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거리에 갔는데 '여기가 한국인가?'싶을 정도로 익숙한 간판과 한국어가 들려서 신기했다.
오랜만에 먹은 즉석 떡볶이는 맛있었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열심히 뛰었던 펌프와 중국 오락실 노래방이 신기하고 잼썼다.
추석연휴에 아무것도 안 하기는 심심해서 양저우에 놀러갔다.
개원에 들러 예쁜 정원을 구경하고 가죽 거리에서 망고빙수를 먹었다. 날씨가 좋아서 걷기 참 좋았다.
최치원 기념관과 수서호를 한 바퀴 둘러보고 1시간 넘게 기다려 볶음밥 맛집에서 양저우 차오판을 맛보았다.
중추절이어도 명절 분위기는 별로 안 났는데, 예쁘게 뜬 달을 보며 기차역으로 돌아 가는 길엔 뭔가 마음이 흥성스러웠다.
무석 박물관에 갔다가 난징 박물관이 훨씬 좋다는 얘길 듣고 혹해서 지난 주말엔 난징 박물관을 호로록 다녀왔다.
난징은 뭐 가까우니까 시간 날 때마다 가도 참 볼 것이 많다.
난징 박물관은 한국어 음성 해설 지원이 되어서 확실히 유익하고 잼났다. 근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미령궁도 가보고, 저번 여행에 못 돌아봤던 성벽에 올라 노을도 봤다.
난징 박물관 근처 맛집인 백종원 고기집 '본가'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고, 미령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엔 코끝에 밀크티 냄새가 스치길래 홧김에 밀크티도 마셨다.
언제든 마시고 싶을 때 맛있는 밀크티를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제 곧 국경절 연휴가 다가온다. 열흘 가까이 쉬는 연휴라서 중국 전국민을 상대로 눈치싸움을 해야하는데, 자신은 없지만 일단 어디든 여행은 갈 작정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잘 쉬고 잘 먹으면서 지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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