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쉴 수 있다니
중국은 노동절에 긴 연휴가 있다.
한국에서는 노동절에도 학교를 가야했기 때문에 노동절에도 일하는 참담함을 느꼈다면. 여기서는 (비록 외노자지만) 노동자로서 쉴 수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사실 노동절에 쉬는 것은 중국 사람들에겐 기쁜 일이 아닐 수 있다.
노동절 연휴에 7일을 쉬는 만큼 그 전 주에 대체 근무일이 있어서(우리 나라의 대체공휴일의 반대 개념이라고 해야하나?) 연휴 직전까지는 주말에도 근무한다.
놀라운 것은 학교도 그렇다는 것! 주말에도 학교에 가야하는 중국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나는 중국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맘 놓고 연휴에 쉴 수 있었다. 한 달에 꼭 한 번 씩 5일~7일 정도 연휴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격리 이후 첫 1박 2일 우시 여행
우시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명승지 중에 '영산대불'이 있었다.
딱히 불심은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불상을 내가 보고 말리라'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놈의 봉쇄 때문에 우시에 있어도 갈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잡기가 어려웠다.
마침 연휴를 앞두고 관광지도 개방하고 가게들도 영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놀러갈 계획을 짰다.
니엔화완(拈花湾)은 영산대불 근처에 있는 5A 관광지로 단지 안에 있는 숙소에 묵고 영산대불을 보러 가는 1박 2일 코스가 유명하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영산대불'이었어서 니엔화완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내부가 너무 예쁘게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도 참 많아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자 입구에 귀여운 동자승이 있었다. 건물이나 거리가 교토와 비슷한 느낌이면서 아기자기함이 있다.
숙소도 정갈하고 깔끔했다. 짐을 풀고서 본격적으로 주변 산책을 나섰다.
정원이나 연못도 예쁘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의 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다구 파는 가게가 많아서 구경도 하고 중국식 옷 파는 곳도 기웃거리다가 녹차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보여서 하나씩 사먹었다. 진한 말차맛 아이스크림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넓은 꽃밭에 바람개비가 돌고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꽃의 이름이 독특했는데 뭐였는지 까먹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곳곳에서 공연이 시작되는데, 처음엔 타이밍을 놓쳤다가 다시 저녁 때 와서 제대로된 공연을 구경했다.
같은 공연을 2번 봤는데도 좋았다.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탑 위에서 꽃을 뿌리는 광경이 너무 멋졌다.
공연을 보고나서 저녁 때가 되었다.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우시의 명물이라고 하는 샤오롱바오와 훈툰, 면을 시켜먹었다.
우시 음식은 대체로 단맛이 강한 편이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지만, 나름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밥을 먹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떤 건물로 들어갔더니 요즘 전시 같은 곳에서 봤던 조명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공간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음악, 조명 이런 것들이 다 조화롭게 잘 갖춰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밤이 되니 탑 조명이 더 아름답게 바뀌었다. 확실히 니엔화완은 낮보다 밤 풍경이 더 멋진 것 같다.
배를 타고 보는 환상적인 야경과 드론쇼
니엔화완 근처에 태호가 있는데 그곳에서 배를 타고 보면 야경이 더 멋지다고 한다.
마침 인원도 많겠다 배를 빌려서 물 위에서 공연도 보고,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물을 무서워해서 좀 걱정되었는데, 안 탔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배를 타면 리얼 뱃사공 복장을 하신 직원분이 노를 저어 주신다. 가이드로서 여러 설명도 해주셨는데 우시화 방언이 너무 세서 거의 못 알아 들었다.
배 위에서 바라본 호숫가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조명도 굉장히 독특하고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카메라에 그 느낌이 다 담기지 않아서 아쉽다. 4D처럼 입체적인 가상의 현실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ASMR같은 음악과 호수 물빛에 헤롱헤롱 빨려들것 같았다. 공연 시간이 되자 하늘에 드론이 뜨기 시작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화려한 공연도 정말 멋졌다. 공연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지런히 길을 오간 보람이 있었다.
남이 차려주는 조식 최고
처음 샘들과 바깥에 있는 숙소에 묵는다고 했을 때 약간의 걱정이 됐다.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4주간 호텔에 갇혀있었던 기억이 악몽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격리 이후로 좁고 답답한 공간에 오래 머무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게 됐다.
다행히도 우리가 묵었던 방은 창도 크고 넓어서 쾌적한 편이었다.
밤에는 샘들이랑 수학여행 온 것 같이 간식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다음엔 또 어디를 여행갈까. 샘들이랑 가면 어디든 좋겠다.
잠도 푹 잘자고 일어나자마자 조식을 먹으러 이동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나는 중국식 아침을 꽤 좋아하는데, 다양한 중국의 아침 식사와 샐러드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흡족한 마음과 배부른 상태로 다음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니엔화완 바깥으로 나갈 때는 내부 순환 미니버스를 탔다.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마지막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부처님은 너무 크고 멀리 있어
영산대불은 정말 니엔화완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걸어서 갈 정도는 아니라서 택시를 타야한다.
디디를 잡으려고 했는데 어플에서 잡히지 않길래 주차장 바로 앞에서 흥정하는 아저씨의 디디를 잡아 탔다.
아저씨는 영산대불에 갈거면 밖에서 향을 사길 추천했지만 우리는 그럴 맘이 전혀 없었다. 중국에서는 어디 절만 가면 향 냄새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데 이번에도 그랬다.(그나마 야외라서 다행)
영산대불은 정말 너무 커서 입구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있는 산과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점점 가까워 질수록 부처님과 아이컨택하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죄짓는 기분이 들곤 했다.(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연꽃이 열리는 분수대 근처로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시간 맞춰서 분수대에 연꽃이 열리면 빼꼼하고 금불상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화려한 분수쇼가 진행된다.
불상 앞 광장 앞에서 공연도 하고, 부처님께 절을 드리는 행렬도 길었다.
나는 그저 분수대 근처의 줄에 서서 작은 부처상을 씻으며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영접하려면 정말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
전날엔 쌀쌀했는데 아침에 날씨가 많이 더웠어서 가져온 코트를 바닥에 버리고 싶어졌다.
부처님이랑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도록 실물 사이즈의 손이 아래에 위치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만져서 약간 칠이 벗겨진 곳도 눈에 띈다.
계단을 올라가면 입구에서부터는 엘레베이터를 탈 수 있다. 내부는 전시관처럼 조성되어 있다.
더운날 헥헥 거리며 정상까지 올랐다. 부처님은 너무 커서 온몸을 뒤로 젖혀도 전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발도 왕 크시다.
정상까지 올라와서 보니 탁트인 경치가 멋지긴 했다. 너무 높아서 조금 무섭고 조금 다리가 떨리긴 했다.
등산한 기분으로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 부처님의 손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영산대불까지 정복하고 나니 조금씩 배고프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더 둘러보고 가자는 심산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가 태국인가 싶은 화려한 비쥬얼의 궁전이 있길래 살펴보니 '영산범궁' 이었다.
겉도 화려하지만 내부는 더 화려하다. 아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렇게 삐까뻔적한 건물을 대체 왜 지은 건진 모르겠지만. 너무 치장이 화려해서 여기가 인도인지 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온갖 걸 다 짬뽕해놓은 느낌이랄까.
나가는 길에는 기념품샵이 줄지어 있었다.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하나 사려고 했는데, 조금 비싼 편이었어서 썩 맘에 내키진 않았다.
출구로 빠져나오기 궁궐? 사원? 같은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안 들어갔다.
부처님이랑 아이컨택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했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했다. 배고프니 일단 밥좀 먹어야 힘이 나겠더라.
근처에는 먹을 데가 없어서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태국요리 맛집 泰妃殿
비슷한 중국 요리의 맛에 조금 질려서 쑤닝광장에 있는 태국음식 맛집을 찾았다.
원래는 대기줄이 길어서 브레이크 타임 전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중국에서 다른 나라 요리는 사실 기대치가 많이 낮은 편이다. 특히 서양 음식은 비싸고 맛이 없는 편이다.
지난 번에 난창지에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도 기대 이하였는데 여기는 확실히 맛집이었다.
또 가서 또 먹고 싶은 똠얌스프ㅠㅠㅠ 정말 시원하고 깔끔하다. 내가 먹어 본 똠얌꿍 중에 최고였다.
이것도 내가 먹어 본 그린 카레 중에 최고ㅠㅠ 진짜 맛있었다. 레시피 알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
파인애플 볶음밥과 팟타이는 무난무난했고, 마지막 디저트로 시킨 샤베트도 맛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비싼 값을 했던 푸팟퐁 커리. 여럿이서 먹으니까 금방 동나긴 했지만 나름 양도 괜찮았다.
이 곳에 다녀와서 한동안 태국 요리가 생각나서 쌀국수와 팟타이 소스를 주문했다. 태국 여행도 더 가고 싶어졌다.
언젠가 태국에 가서 진짜 맛있는 요리를 더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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