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가 끝나고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웠던 시절에는 매일같이 놀러 다녔는데, 우시 부분 봉쇄 이후 강제적으로 집순이가 되었다.
중국에서 격리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딱 청명절 연휴(3/31~4/5)를 기점으로 우시 전체 학교 등교 중지(원격 수업), 대중교통 중단 그리고 마트를 제외한 모든 가게는 배달만 허용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는 순간 그 지역을 아예 다 봉쇄해버린다.
상하이에 비할 수 없는 규모지만 우시도 인구 650만의 꽤나 큰 도시인데 긴 연휴에 이런 대도시를 꽁꽁 묶어 놓다니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지역의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서 우시도 방어적인 태세로 돌입한 것 같다.
관광명소나 큰 광장은 죄다 막아놔서 어디 갈 데가 없는 상황에서 연휴를 잘 보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대단한 계획을 세우지도 아주 재밌는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쉬고 적당히 노니까 3월에 쌓인 피로들이 조금은 씻겨 나가는 듯했다.
1. 자전거 타고 중앙공원 가기
중국은 커서 이동수단 없이 걸어다는 것은 엄청난 고행이다.
차가 없는 나는(사실 면허도 없다) 연휴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탈 수 없어, 공용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알리페이와 연동해서 사용하는 hellobike 어플을 사용해서 QR 코드만 스캔하면 자전거는 20분당 1.5위안에 쉽고 싸게 빌릴 수 있다.
처음에 어플 인증이 계속 안 되어서 답답했지만, 그것만 무사히 통과되면 그 다음부턴 쉽다.
중국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 되어 있고, 자전거 대여 서비스도 편리하다.
자전거와 전동 바이크(电动)가 길에 워낙 많이 다녀서 길을 잘 몰라도 GPS 어플을 켜고 사람들 뒷꽁무니만 잘 따라다녀도 나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신호 무시하고 역주행하는 바이크와 빵빵 거리는 차들의 소음 때문에 겁 많은 사람에겐 비추다.
최근에는 대중교통이 안 다니니 차로가 텅 비어서 자유롭게 쌩쌩 도로 위를 누빌 수 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서 처음 방문한 곳은 집 주변의 중앙공원이다.
新城中央公园
아파트 숲인 우리 동네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벚꽃 시즌에 왔다면 더 예쁜 풍경이었을텐데 조금 아쉽긴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농구하는 사람들,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 야외 체육 시설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연못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간만에 몸을 풀며 운동을 좀 했다.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다음 날 근육통이 와서 고생을 했다. 역시 운동 부족이여.
약간 쌀쌀하고 흐린 날에 갔을 땐 한적했는데, 날씨가 더 좋아진 다음날 낮에 나갔더니 가족 단위로 피크닉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간만에 햇볕을 쏘이며 광합성하기에 딱 좋은 공원이었다.
2. 중국에 마트 털러 왔습니다.
봉쇄 소식이 전해질 무렵 마트나 채소 가게에서는 사재기 대란이 일었다.
대중교통이 없으면 어딜 나가지도 못하고, 갑작스럽게 아파트가 봉쇄되어 버리면 배달도 무용지물이 되니까 먹을 식량을 비축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먹을 입이 하나밖에 없는 나는 사실 티엔마오에서 사둔 식량만으로 충분한 상태였다. 그러다 마트에 물건이 동나버렸단 소식을 들으니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연휴 시작과 함께 봉쇄에 돌입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일단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춘성시장'에 가 보았다.
春城农贸市场
현대식 마트만 가 보고 중국의 재래시장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중국의 재래시장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최근에 새롭게 건물을 지어서 개장했는지 오래되고 더러운 느낌이 전혀 없고, 깨끗하고 청결한 내부 상태였다.
육류, 어류, 채소류, 냉동 식품 등을 층 별로 나누어서 판매하는데 너무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들이 널려있어 보기만 해도 압도되었다.
분명 잘만 고르면 득템할 수 있는 가격대였는데, 눈으로 봐서 어떤 게 더 나은 품질인지 비교하긴 어려웠다.
한라봉처럼 생긴 과일이 싸길래 3개만 사서 집에 돌아왔다.
싼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맛은 없었다. 그저 한 번 구경만 해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家乐福(无锡宝龙广场店)
나는 야채보다는 쟁여놓을 공산품이 필요했다. 집 앞 마트에서 라면이며 음료, 과자 등을 소소하게 사두긴 했지만 작은 마트는 성에 안 찼다.
본격 마트 탐방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근처에 있는 까르푸에 다녀왔다.
근처에 있다는 소문만 듣고 직접 찾아가 볼 생각은 안 했는데, 자전거로 15분 정도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상하이 여행 갔을 때 까르푸에서 과자를 왕창 사서 귀국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신나게 마트 쇼핑을 했다.
"이게 진짜 마트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규모였다. 종류가 다양해서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기뻤다.
나는 동네 가게에서는 잘 팔지 않았던 다양한 소스들과 생활용품과 그리고 라면을 샀다. 물건 상태는 썩 안 좋은 것도 있지만, 가까운 곳이니 마트 쇼핑을 하고 싶을 땐 여길 가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大润发(RT Mart)
핵산 검사를 하러 찐룬에 나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난창지에를 가보기로 결심했다.
장거리 자전거 운행이라 걱정이 됐지만 나름 날씨도 선선해서 도전해볼 만했다.
그렇게 한참을 도로를 달리다가 엄청 커다란 마트 건물을 발견했다. 이건 보자마자 들어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까르푸는 바오롱 광장 건물 안 한 켠에 조그맣게 들어서 있는 정도였는데, 이건 건물이 통째로 큰 마트였다. 규모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런 대형 중국 마트는 처음이라 또 한 번 놀라고야 말았다. 찾아보니 2021년에 개장을 한 새 건물이었다. 어쩐지 바이두 지도에서는 검색이 안 되더라.
마트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직접 물건을 실어 나르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천장에 배치된 레일로 물건을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타필드에서 스포츠 몬스터 놀이기구 같이 생긴 레일에다가 물건을 고정시켜서 배송할 수 있게 보내주는 방식 같았다.
마트 안에는 포켓몬스터로 장식된 카페 같은 것도 있고, 칭다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미니 바도 있다.
술 코너에도 술이 어마어마하게 진열되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맛있어 보이는 유자주, 매실주 한 병씩 골라서 한아름 품에 싸들고 집에 갔다.
두부도 직접 만들어서 튀기고 말린 것들을 판다. 중국 사람들은 두부를 참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신기하다.
격리 때 아침 식사로 자주 나왔던 麻球도 사먹고, 베이징 카오야도 즉석에서 시식했다가 맛있어서 그것도 샀다.
육류와 생선류도 엄청 신선해보이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었다. 과일코너에서 망고와 화미과를 샀는데 이때까지 샀던 과일 중에서 제일 품질이 좋았다.
스케일도 큰 곳이지만, 품질도 워낙 좋아서 반해버렸다. 앞으로 자주 여길 방문하게 될 것 같다.
3. 집들이와 배달음식
식당과 카페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 바람에 바깥에 나가도 어디 앉아서 쉬지도 못하는 게 큰 문제였다.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영업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땡볕에 30분을 걸어서 갔는데, 카페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련하게 가게 안을 지켜보던 우리가 애처로워 보였는지 사장님이 나와서 미안하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공짜로 주었다.
고맙게 넙죽 받았지만 우리가 신경쓰인 그 분의 마음도 알 것 같아 짠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모든 가게가 영업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배달이 되는 곳은 많았다.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사는 샘네 집으로 돌아가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回家过年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동북요리 음식점이다. 꿔바로우와 토마토달걀볶음 외에도 이 집은 모든 음식이 맛있다는 걸 제대로 알았다.
부추달걀볶음과 지삼선, 감자채 볶음 모두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밥맛이 없을 때 이 집 요리를 반찬으로 시켜먹으면 절로 입맛이 살아날 것만 같다.
小杨生煎
원격수업을 하던 날 오래간만에 셩젠바오가 먹고 싶어서 양스 덤플링을 시켜먹었다.
조금 먼 곳에서 배달되어 와서 열기는 조금 식었지만 겉이 아주 바삭하고 속이 꽉찬 느낌은 그대로였다.
如意馄饨
샘들로부터 만두 맛집을 추천받아 배달시키게 된 곳이다. 여기도 양스 덤플링의 셩젠바오처럼 한쪽 면은 굽고 한쪽면은 삶은 만두가 유명하다.
양스 덤플링보다 만두피가 얇고 덜 기름지다. 아침대용으로 먹기 딱 좋았다.
無夕
지난 번 가게에서 먹은 샤오롱바오의 맛이 잊히지 않아서 집 근처에 있는 우시(無夕) 샤오롱바오를 또 시켰다. 우시 곳곳에 체인점이 많아서 배달 시켜먹기도 좋다.
게살 외에도 새우랑 고기 만두도 시켰는데, 전부 다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또 시켜먹고 싶다.
李氏龙虾
RT 마트에서 실컷 장을 보고 나서 신이 났는지, 샘들을 불러 모아서 조촐한 집들이를 했다.
한국에서 비싸서 못 먹어 봤던 롱샤도 시켜봤다. 가재를 큰 사이즈로 해서 제법 무게가 나갔는데, 껍질을 까고 보니 양은 아주 적었다.
껍질 까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처음 먹어본 롱샤는 성공적이었다.
마라맛은 맵기를 적게 해서 아주 맵지 않았는데 입술이 따가웠고, 마늘맛은 국물에 다시 면을 볶아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국물에 푹 적셔진 감자와 떡도 별미였다.
다 먹고 나니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롱샤는 다음부턴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가서 먹는 걸로 해야겠다.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 > 중국 무석(2022 봄)'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에도 열심히 놀았습니다 (0) | 2022.06.02 |
---|---|
노동절 연휴에는 여행을 가야한다 (0) | 2022.05.30 |
걸어서 우시 속으로(22/04/16-22/04/24) (0) | 2022.05.29 |
중국에 놀러 왔습니다 (0) | 2022.04.03 |
중국에 먹으러 왔습니다 (0)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