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 이래로 중국이 자꾸 나에게 가스라이팅(의도적으로 조련하고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갔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 정부의 통제와 압박에 시달리다가 조금씩 제한을 풀고 자유를 허용하기 시작하니 또 나름대로 그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됐다.
꽉 막힌 정책에 분노하다가 이제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일단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니 아이고 감사한 일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말이다.😂
음식점들이나 카페가 영업을 중단하고 어딜 가도 맘 편히 식사를 할 수 없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문 닫은 척 하고 몰래 영업하는 가게도 있긴 했음), 이제는 밤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놀 수도 있다.
첨엔 언제 또 이 달콤한 자유를 뺏길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살 만해진 지금을 더 여유롭게 즐기게 됐다.
무튼 5월에 열심히 놀러 다녔던 사진들을 정리해보겠다아
1. 중국의 술집 펍(Pub) 탐방
PLUTO(西水东店)
노동절 연휴는 청명절 연휴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재미나게 여행도 다녀오고 했지만 시험문제도 출제해야 하고 바쁜 주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풀겸 멋진 난창지에 근처 루프탑 바에서 놀자는 제안이 왔다.
가려고했던 곳은 아쉽게도 운영을 안해서 다른 핫한 장소를 다시 검색해서 찾았다.
먼저 도착한 샘들이 길을 알려줬는데, 아무리 찾아도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술집이라고 했는데 '서점'같은 입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알고보니 이 술집은 문 자체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처럼 꾸며져 있는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짜잔하고 문이 열리면서 펍이 나온다. 마치 비밀스런 통로를 들어가는 느낌이라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숲에 들어가는 것 같은 동굴 통로와 이색적인 컨셉에 충실한 인테리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미 다른 곳에서 술을 먹고 넘어가서 그런가 배는 부른 상태였는데, 칵테일과 안주를 시켜서 또 부어라 마셨다.
이런 도시의 펍같은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분위기에 이미 취한 느낌이기도 했다. 적당히 더 놀다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펍에서 양쯔와 샤오잔이 출연한 <여생청다지교>를 찍었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17.gif)
일단 이 드라마를 우시에서 찍었다는 사실 자체에 크게 놀랐다.
와 내가 양쯔&샤오잔이 앉은 자리에서 술을 마셨단 말임???!! 헉 너무 놀라서 자지러졌다. 은근 우시에서 이것저것 촬영을 많이 하나 보다.
중드 덕후로서 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RED LOVER量贩酒馆(星光里店)
금요일 저녁마다 우정 정육점에서 고기를 먹는 것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집 근처라 편하기도 하고, 고기도 맛있기 때문이다.
같이 퇴근한 샘들과 같이 고기를 먹고서 근처에 새로 생긴 펍에 가보기로 했다. 영업을 시작할 무렵 이른 시간에는 사람들이 적었는데, 한두 팀씩 오기 시작하더니 금세 넓은 홀이 가득찼다.
가게에 막 들어왔을 땐 올드한 중국 노래가 나와서 어리둥절했는데, 우리가 앉으니 선곡을 갑자기 빅뱅 노래로 바꾸어 주었다.
아는 노래들이 나와서 꽤 신나긴 했지만 문제는 노래 소리가 너무 컸다. 여기가 빅뱅 콘서트장인가 싶을 정도였다. 사장님 빅뱅 많이 좋아하시네.
메뉴를 스캔해서 시켰더니 술과 안주가 나왔다. 우리는 소박하게 한 병씩 시켰는데, 우리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은 술을 짝으로 시켜먹는 모습에 놀랐다.(2명이서 기본 8병 정도?)
테이블 위에는 주사위와 컵이 있었는데, 이걸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극 고장극에서 봤던 그런 게임을 하는 걸까? 궁금해서 관찰해 봤지만, 달그락달그락 시끄럽기만 하고 그닥 재밌어 보이진 않았다.
휴지를 주문하려다 실수로 트럼프 카드를 주문했다. (중국어 까막눈이 자주 하는 실수다.) 그걸 또 취소하기도 애매해서 그걸 가지고 원카드 게임을 했다.
시끄러운 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체험해보는 것이 재밌고 신기했던 시간이었다.
2. 바베큐 파티와 장미공원
시험지 검토 때문에 주말에 출근하던 날, 샘들이 야외 바베큐장을 알아냈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너무너무 가고 싶었지만 일이 있어 못간다고 거절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뒤늦게 그곳에 도착했다.
넓은 캠핑장 같은 곳인데 회사에사 단체로 야유회같은 것도 하는 장소 같았다. 예약하면 사장님이 바베큐 재료도 준비해주셔서 특별히 뭘 준비해가지 않아도 되었다.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긴 했지만, 바람도 선선하고 적당히 흐린 날이라 무덥진 않았다.
공원을 한바퀴 돌다가 차를 마시려고 했는데,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근처에 장미가 가득한 정원이 있어서 한바퀴 돌면서 구경했다. 다종다양한 장미들이 있어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다.
5월 초인데도 장미가 이미 만개하고, 시들어 가는 중이었다. 이곳은 한국보다 빠르게 여름이 찾아오는 중이다.
3. 후이산 등산과 막걸리
무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등산하기 좋은 날이었다.
오전 과외 수업을 마치고 아침도 든든히 먹고서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급경사 코스로 진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이 찾아와 중도에 쓰러질 뻔했다.
챙겨온 초콜릿과 물을 급하게 먹고 잠깐 휴식을 취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후이산 등반 코스가 여러 곳이 있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고른 쪽이 아주 가파른 곳이었다. 당초 코스를 잘못 고른 것도 있지만, 그날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던 것 같다.
함께 산을 오른 샘들이 많이 배려해주어서 덕분에 정상까지 겨우 올랐다. 핏기가 가신 얼굴로 사진을 찍고 나니 이제 더는 걷기 어려워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차가 다니는 반대편 길은 훨씬 완만하고 등산이 아닌 산책에 가까운 코스였다.
등산 후에는 짜르광장 근처에서 돼지국밥 집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먹었다. 시킨 메뉴들이 죄다 맛있어서 배부르고 흥이 났다.
역시 이 맛에 등산하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등산 빠염^^
3. 헝룽광장 & 바오롱광장 맛집 탐방
bluefrog蓝蛙(恒隆广场店)
중국 음식이 다양하고 싸고 맛있긴 하지만, 가끔은 엇비슷한 중국맛(특유의 향신료 맛)에 질려서 다른 음식을 찾고 싶어진다.
마침 한국에서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 기념으로다가 다 같이 수제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수제버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이름이 'blue frog'라서 처음엔 개구리 파는 곳인가 의심이 갔다.
중국에는 개구리 요리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개굴스가 아주 흔한 식용재료다. 백화점같은 곳에도 개구리 요리집이 입점해있기도 하고, 훠궈집에도 개구리 다리를 많이들 판다. 아직 먹어본 적 없지만 궁금하긴 하다.
수제버거를 파는 곳 자체가 우시에는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이곳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월요일에는 햄버거가 1+1이라서 더욱 붐볐다.
월요일에 갔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도착해서 웨이팅 없이 좋은 자리를 선점했다.
블랙 트러플 버섯 버거와 고기 종류별로 많이 들었던 마천루 버거를 시켜서 옆에 앉은 샘과 반반 나누어 먹었다. 양도 많고 둘 다 맛있었다.
술이나 칵테일 음료도 다양했는데 넘 비싸서 그냥 탄산음료를 시켜먹었다. 1+1 행사의 일환으로 다 먹으면 리필을 해준다.
수제버거가 생각나는 월요일에 또 가고 싶다.
LOVE IN HANOI·Pho爱在河内(恒隆店)
평일에 퇴근하고서 기분 전환하러 헝룽광장을 찾았다. 딱히 쇼핑할 건 없고, 전에 맛있다고 들었던 베트남 음식점을 찾았다.
시간이 아직 이른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적었다. 내부가 아담하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소고기 쌀국수를 제외하곤 시킨 메뉴들이 다 맛이 그저 그랬다.
샐러드도 부실하고, 디저트로 시킨 메뉴도 너무 달았다. 그래서 한 번 온 것으로 만족했다.
七欣天品蟹轩(旺庄路宝龙广场店)
주말마다 시험지 검토하러 출근하니까 주말에 학교에 가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일을 쉬지 않고 했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냥 접고 바오롱 광장에 가서 샘들과 맛난 저녁을 먹었다.
각종 해산물과 게를 볶아 먹다가 나중에 훠궈 처럼 재료를 넣어 먹는 요리인데, 아직까지도 요리 이름은 모른다^^;
볶아 먹은 소스도 맛있고 특히 기름에 절여진 마늘 대존맛이다. 배달을 시키면 훠궈를 해먹을 수 없는데, 매장에 가면 훠궈까지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밥 먹고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520 기념으로 영화 '성하미래'를 상영중이었다.
중국 쇼핑몰에서는 이렇게 가끔 단체 관람하듯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영화 상영을 한다.
이미 본 영화라 내용을 다 알았지만, 마침 장쯔펑이 오월천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와서 반가웠다.
李式龙虾·蒜泥龙虾(红旗路旗舰店)
시험지 검토로 바쁜 시간이 끝나고, 샘들과 금요일 저녁에 마늘롱샤를 먹으러 갔다.
연휴에 다같이 집에서 먹었던 롱샤는 양이 적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번엔 여럿이서 먹어도 충분한 양으로 먹을 수 있었다.
맛집이라 그런지 계속 사람들이 들어오고 점원들이 분주하게 서빙을 하느라 바빴다.
이곳은 원래 롱샤를 먹고 나서 남은 양념에 도삭면을 비벼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면을 주문한 줄 알았는데, 누락되어서 한참 기다렸다가 다시 비벼 먹었다.
까 먹긴 좀 귀찮아도 롱샤는 맛있다. 같이 시킨 홍탕츠바도 괜찮았다.
지난 번에 배달시켜 먹었던 곳보다 소스가 더 맛있고 입맛에도 잘 맞았다. 롱샤가 먹고 싶은 날 사람들을 모아서 가야겠다.
4. 양꼬치 맛집을 찾아서
丰茂烤串(麦库店)
음식점이 죄다 문을 닫았을 때 근처에 양꼬치집이 영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서 양꼬치를 먹은 적이 있다.
나는 나름 그 집 양꼬치도 맛있었는데, 함께 간 샘들은 불만족스러워했다.
'풍무 양꼬치'는 영업 제한이 풀리자 진짜 양꼬치 맛집을 알려주겠다며 소개해준 곳이다.
비오고 날씨도 안 좋았는데 가게 안에 사람들이 붐볐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식기도 잘 정돈되어 있다.
메뉴를 보고 종류별로 꼬치를 시키고, 하얼빈 맥주도 마셨다.
가지밥도 은근 중독되게 맛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금방 해치웠다.
串千签(总店)
학교 근처에 뤼청이라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곳은 아파트 입구가 큰 거리처럼 조성되어 있어 '뤼청 왕국'이라고 부른다.
봉쇄가 되어도 거기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야채 가게, 마사지 가게, 음식점, 카페 등등 리얼 중국 느낌이 나는 가게가 많다.
그 중에서 제일 손꼽는 양꼬치 맛집이 있다.
신장 양꼬치를 여기서 처음 먹었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같이 시킨 사이드 메뉴들도 다 맛있었다.
비슷한 곳에서 양꼬치를 배달 시켜봤지만 여기보다 맛있진 않았다. 또 퇴근길에 사먹어야겠다.
河坝강뚝烧烤串城
회의도 많고 할 일도 많아서 진빠지던 날. 허한 배를 채우러 찐룬광장으로 갔다.
샘들이 냉면 맛집이라고 소개해줬는데, 냉면도 양꼬치도 모두 맛있었다.
부추꼬치와 식빵구이도 맛있다. 식빵은 노련하게 굽지 않으면 다 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북한 맥주인 대동강 맥주도 맛있고, 북한 사람인 것 같은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너무 좋았다.
생각해보니 나 5월 달에 양꼬치 무지 많이 먹었구나.
여름에는 제대로 된 양꼬치를 먹기 위해 신장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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