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무렵부터 우시의 대중교통 제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하철과 버스는 조금씩 운행했고, 택시(와 디디)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었다.
격리 후유증 때문인지 집에만 있으면 너무 갑갑했다.
어차피 우시 바깥으론 못 나가니 주말마다 우시의 관광지를 모두 도장 깨기 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돌아댕겼다.
힘든 여정이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샘들이 있어 든든하고 즐거웠다.
1. 지하철 타고 후이산 고전(惠山古镇) 가기
중국은 택시비가 워낙 싸서 여러 사람과 먼 곳으로 이동할 땐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다. 택시 운영이 중단되자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이 행선지가 되었다.
'후이산 고전'은 우시의 5A 관광지이며 지하철 4호선만 타면 금방 갈 수 있다.
상하이 여행 때 중국에서 지하철을 타보긴 했지만, 우시에서 지하철은 처음이라 설렜다.
중국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을 때처럼 짐 검사를 한다. 위험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보안에 의해 제지 당할 수도 있다.(실제로 칼 소지하고 있어서 잡힌 사람도 본 적 있다)
원래도 타기 쉽지 않은 지하철인데, 코로나 때문에 절차도 더 복잡해졌다.
지하철 입구는 대개 막혀있는데(이것도 아마 코로나 때문인듯) 열려 있는 한 군데 통로로 들어가면 지하철 탑승자보다 더 많은 인원의 보안 경비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정말 요상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보안은 링시를 스캔하고 씽청마를 보여달라고 한다.
뭐 이제는 일상이 됐지만, 링시 어플을 켜서 내 이동행적와 쑤캉마를 확인시켜 줘야 무사히 탑승구에 들어갈 수 있다.
사람이 덜 붐비는 휴일이라 금방 끝났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장난 아니게 긴 행렬이 줄지을 것이다.
그 다음엔 알리페이 어플에서 등록한 교통 카드의 QR을 스캔하면 그만이다. 아직 중국에서 버스는 안 타 봤지만 지하철보다는 싸고 편리하다고 한다.
우시의 지하철 4호선은 개통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새 것 냄새가 폴폴났다. 서울 지하철보다는 덜 복잡하고 내부는 조금 좁지만 쾌적하고 좋았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도착한 후이산 고전은 진입로부터 "역사 유적 관광지"스러운 느낌이 많이 났다. 일상을 벗어나 진짜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후이산 고전의 입구까지 길이 굉장히 길었는데 군것질 거리도 팔고 이것저것 구경할 것이 참 많았다. 우연히 서점(惠山書局)을 발견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오래 머물렀다.
한국 책은 물론이고 중국 책 구경도 못한 지 오래라 북카페처럼 차를 마시는 공간과 아늑하게 꾸며진 서가가 너무 반갑고 마음에 들었다.
외국 서적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눈길이 갔다. 언젠가 한적한 오후에 이 서점에 가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
매표소 주변과 입구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코로나 때문에 관광지 인원제한을 해서 위챗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는데, 별도의 예약 확인 없이 매표소에서 표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70위안 정도다.
내부가 생각보다 아주 넓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지도를 챙기면 나중에 길 찾기에 도움이 된다.
들어가자마자 온갖 색의 진달래들이 피어있다. 사실 진달래 정원은 따로 있었는데, 여기서 충분히 구경해서 더 보지 않아도 되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인 기창원(寄畅园)에 들어갔다. 입구엔 이상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있다.
입구는 소박하게 보였는데, 의외로 정원이 아주 넓어서 흩어져서 구경하다가 길을 잃을 뻔했다.
봄을 만끽하며 초록초록한 연못과 숲길을 걸으니 상쾌했다.
기창원에서 나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혜산사(惠山寺)가 나온다.
이곳은 우시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이라고 한다.
절 안쪽으로 계단을 오르다보면 높은 곳에서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나는 힘들어서 안 올라갔다. 좀 걷다 보니 지치고 배가 고파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구를 찾아 나오던 길에서 '천하 제2샘(天下第二泉)'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제1도 아니고 왜 제2샘을 이렇게 보존해 놓은 것일까. 의문스러웠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겠지 하고 금방 둘러 보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큰 호숫가와 아이들이 노는 작은 놀이기구 같은 것들이 있었다. 오래 걸어서 지친 터리 휴식도 할 겸 배를 탔다.
호수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날씨도 좋고 풍경도 예뻐서 힐링의 시간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다시 입구쪽으로 돌아가 먹자골목 쪽으로 향했다. 아직 음식점 내 취식은 불가였지만 간식거리를 사서 길거리에 앉아 먹는 건 가능했다.
코코 밀크티, 순두부, 팥빵, 훈툰 등등을 따로 사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모였다.
옆에서 먹방 라이브 방송하시는 분 옆에서 배경으로 찍히는 것을 감수하며 꾸역꾸역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처량하기도 했으나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맛볼 수있어서 좋았다.
기회가 되면 또 놀러가고 싶다.
2. 남선사(南禅寺) 거리 탐방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난창지에를 걷고 싶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멀고 힘이 들어서 한동안은 그쪽에 가지 못했다.
택시가 운행재개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퇴근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곧장 남선사로 향했다. 남선사 주변에 다구와 차를 파는 가게가 많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남선사는 오후 4시 반까지만 개방해서 아쉽게도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문이 닫힌 상태였다.(직장인은 평일에 관광지 가지 말란 소리인가-_-)
남선사의 유명한 탑도 멀리서 구경하기만 했지만 남선사 부근의 거리는 꽤 넓고 구경할 만한 것도 많았다.
사찰 주변의 상가도 건물 양식이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먹자 골목에서는 취두부 냄새와 해산물 구이 냄새가 왕창 진동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선사 거리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난창지에까지 걸어 돌아왔다. 해질 무렵의 강가 마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저번에 사먹었던 HEY TEA 토란밀크티가 맛있어서 또 사먹었다.
언제 봐도 난창지에 밤 풍경은 예쁘다.
태국 드라마에 한창 빠져서 근처 태국 음식집을 찾았는데, 값이 비싼 것에 비해 맛은 그저 그랬다.
3. 삼국성(三国城)에서 도원결의 하기
주말에는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관광지인 '삼국성'에 갔다.(언제 또 택시가 운행중단될 지 모르니까^^)
삼국성은 삼국연의(三国演义) 등 중국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다.
나는 삼국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지만, 우시의 5A 관광지라고 한다.(중드 덕후로서는 헝디엔에 가는 것이 꿈이다)
중국인 과외샘한테 우시에는 왜 5A 관광지가 이렇게 많냐고 물으니, 다른 대도시에는 더 많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아주 넓은 곳에 인적이 드물어 황량했다. 여럿이서 가니 입장권 할인을 해주었다. 입장권은 1인에 150위안 정도다.
입장권을 사면 삼국성과 수호성 모두 입장할 수 있는데 내부가 너무 넓어서 걸어서 돌아다니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대체 이동수단(미니 버스, 전용 버스, 삼륜차 등)을 뭘 탈지 고르던 중 중국 복식 대여점이 눈에 들어 왔다.
100위안이면 고장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가격도 괜찮고 예쁜 옷도 많길래 착용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궁궐 투어를 하면 한복 대여해서 돌아다니는 것이 유행이다만. 한국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못 했던 일이라 첨엔 어색했지만 사진 찍는 재미도 있고 입고 다니는 내내 즐거웠다.
삼국성은 영화 찍는 스튜디오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넓었다. 중간 중간 시간 맞춰서 공연도 봐야했기 때문에 전용 차량을 대여했다.
기사님이 공연이 끝나면 시간 맞춰서 다음 공연 장소나 구경할 장소로 데려다줘서 편하고 좋았다.
중국어로 된 공연 설명은 못 알아 들었지만 기마장면이나 전쟁신이 굉장히 화려해서 재밌었다.
수호전 드라마를 재연한 공연도 나름 재밌었다. 악당 물리칠 때 수동 와이어 액션이 참 볼만했다.
궁궐들은 정말 너무 크다. 황제가 된 기분으로 주변 풍경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다시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오니 (가짜)도화가 만개한 곳에 유비, 관우, 장비 동상이 서있었다. 도원결의 하는 모습을 아마 표현한 것 같다.
옷도 중국식으로 차려입었으니 그 사이에 껴서 한판 기념샷을 찍었다. 이번에도 1인 방송 하시는 중국 분이 주변에서 라이브를 진행하시고 계셨다.(유적지에 갈 때마다 꼭 한 명씩은 보게된다)
그분에게 부탁해서 단체 사진도 예쁘게 찍었다. 날씨도 좋고, 사진도 다 잘나와서 흡족스러웠다.
집으로 돌아 가기 전에 하이디라오에서 훠궈를 먹고 네일을 받았다. 하이디라오는 훠궈도 맛있지만 네일도 잘한다. 언젠가 또 네일하러 하이디라오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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