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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아주 솔직한 교단일기

3월 한 달 살이

3월도 벌써 마지막 주다.

2월엔 이사와 이동으로 정신과 체력이 바닥났었는데,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도 점차 적응되고 나니 한결 편해진 기분이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새 학교에서 나는 (신규가 아닌) 젊은 저경력 교사로서 눈치를 보며 조신하게 산다.

예전 학교에서는 나이나 경력이 비슷한 사람들뿐이었는데, 여기서는 정반대다.

쉽게 대상화가 되는 위치라 생각이 되어선지,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눈치를 살피며 사는 것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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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부서엔 전입교사가 대부분이라, 다들 전에 있던 학교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도 처음엔 달라진 부분들이 크게 눈에 들어왔지만, 막상 적응하고 나니 학교의 규모 빼고는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작은 학교에서는 다들 업무하기 바빠서 주변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어도, 한눈에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관여하지 않아도 될 일에 엮이거나, 종종 마음 쓰이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가끔 마음을 비우러 NVC 연구회를 나갔고, 사람과의 연결성이 강한 환경에 쑥쑥 적응해 나갔다.

큰 학교에 오고 나니, 확실히 연결관계가 느슨해졌다. 한 사람의 일은 그저 한 사람 몫으로 공평하게 가져가며, 동료 교사와의 관계성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움을 받거나 주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처럼 여겨졌다.

길 잃은 아이처럼 멍 때릴 때도 있었고, 교무실에 혼자 남아서 눈물을 쏟은 적도 있었다.

3월은 원래 힘들지만, 이번 3월은 텅 빈 마음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그래도 한 달이 갔다. 참으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