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코로나와 함께 사라지다
2020. 3. 1. 23:13
방학숙제를 덜 끝낸 학생처럼 내내 끙끙 불안을 앓기만 하다가 호다닥 2월이 가버렸다. 개학은 늘 두려웠지만, 개학이 연기됐단 소식은 또다른 불안감을 부추겼다. 이젠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일이 그리 즐겁지 않은 일이 되었다. 매일 확진자가 몇 백이 넘어간다는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다가도 우연히 듣게 될 누군가의 혐오 발언이 무서워서 외출을 꺼렸다. 대부분의 약속이 취소 되었고, 평소처럼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강제로 집에 누가 앉혀 놓지 않아도 나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외출이 필요할 땐 그게 정말 필요한 일인지 스스로 따져 물으며 결국엔 안 나가기 일쑤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그렇게 따져물을 필요가 없어졌다. 아주 가벼운 죄책감을 가방에 넣고서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나는 대의명분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