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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보여주는 일기

송년의 밤

- 중드를 끊었더니 저번 주 이번 주 내내 우울감에 시달렸다. 맘 놓고 푹 쉬어본 일이 없어서 오늘 더 잠을 많이 잤던 것 같다.

- 폴킴 콘서트를 다녀왔더니 어느새 1년이 또 흘렀구나 싶었다. 매년 좋은 곡들을 만들어 내는 폴킴도 대단하고. 오랫동안 그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좋겠다. 

- 12월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결혼식, 송년모임 등등에서 자주 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빠짐없이 다 봤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가 어떤 것이었는지 까맣게 잊게 된다. 다들 내가 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게 변해서, 그 갭이 불가사의하다고 느껴진다.

- 크리스마스에는 친구와 소소한 파티를 하며 보냈다. 매년 해리포터와 함께 했는데, 이런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친구의 조언 덕분에 항상 아쉬운 것들만 마음에 담아두기 보다는 감사한 일들을 떠올려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말하지 않고 얼굴만 봐도 내 상태를 알아채곤 손을 잡아주는 동료와 아이들. 수줍게 전해 준 깨알 같은 마음의 선물들, 벌써 졸업한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매년 안부를 물어와 주는 아이들의 착한 마음씨. 내게 반짝이는 시간들을 선물해 준 건 죄다 보석같은 아이들이다.

작년 말쯤 빌었던 새해소원, "새로운 사람들과 안전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 차츰 이루어지고 있어서 신기한 기분이다. NVC 연습모임이 그랬고 최근엔 새로운 모임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내겐 이로운 것 같아 다행이다. 나약한 내가 뭔가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을 져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돼서 기쁘다. 새해를 앞두고, 적어도 노잼 고민으로부터는 탈출한 것 같다.

- 어떤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나를 밀어낼까봐 조금씩 걱정이 된다. 나의 솔직한 모습 그대로를 조금은 이해받고 싶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의 소수자성에 대해 생각한다.

- 부산에 가고 싶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 올핸 가족 여행을 다녀왔단 사실이 나름 뿌듯했고, 엄마를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아무거나 먹고 불규칙하게 생활하는 바람에 부쩍 살이 올랐다. 새해에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식단을 챙겨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지. 중국어도 술술 알아듣고 말하고 싶다. 또 새롭게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충전하고 싶다. 마음 가는 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거절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거절 10번 하기가 목표다!)

- 이제 슬슬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감사를 표현하는 일은 여전히 서투른 탓에 무엇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될지 고민하는 요즘이다. 놓치기 아까운 인연들과 선택할 수 있는 이별 사이에서 갈등이 든다. 올해도 이만치 가버렸다. 두려움, 불안감은 여전히 내 속에 있지만 언젠가 그것들과도 자연스레 이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