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시즌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어서 몸이 힘든 줄도 몰랐다. 긴장의 끈이 조금씩 풀려서일까. 일주일 쯤이 지나서는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평일엔 친척 장례식에 조의금을 전달하러 갔었고, 주말엔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울산에 급히 다녀왔다.
부모의 죽음이 갑작스럽게 내 앞에 닥쳐왔을 때 그 막막함이 벽처럼 느껴졌는데, 친구를 만나자마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동안 친구는 이 절망과 불안을 얼마나 감추고 살아왔을까 생각하면 또 너무 슬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각자의 안부를 묻고 전했다. 장례식이 관계의 분기점이 되는, 이제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생각하니 착잡했다.
한 달만에 다시 만난 엄마와 아부지는 여전히 싸우는 게 취미였다. 이쯤되면 헤어지는 게 정답인가 싶은데, 본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불편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분노와 집념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확산세에 있지만, 등교는 강행중이다. 블렌디드 러닝으로 학사일정을 무리하게 소화시키다 보니 아이들도 나도 과부하에 걸리게 생겼다. 딱 월급만큼만 일하고 싶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다가도 어떤 언론 보도에도 심드렁해진 걸 보면 이젠 다들 지친 것 같다. 하긴 매번 화내는 것도 여간 피로한 일이 아니니. 체념하는 수밖에 없나.
날씨가 무더워지고 있다. 힘이 쭉쭉 빠지고 푹푹 잠이 쏟아져 내린다. 작년에 쓰러질 뻔했던 더위에 대한 공포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빼앗긴 정신에도 유월은 오는가. 유약한 정신과 몸으로 매일을 휘청휘청 살고 있다. 시간이 저만치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나는 언젠가 나자빠질지도 모르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 보여주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0) | 2020.10.25 |
---|---|
살이 뭐길래 (0) | 2020.09.06 |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이야기 (0) | 2020.04.06 |
2월, 코로나와 함께 사라지다 (0) | 2020.03.01 |
겨울 그리고 방학 (0) | 2020.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