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드를 거의 안 보다시피 한다.(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님)
숨 쉬듯 중드를 보고 중드 리뷰만 하고 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중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보니 중드 보는 일에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는 집중력도 점점 줄어들어서 앞부분을 열심히 보다가도 마지막화쯤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못 보겠다 하고 손 놓은 드라마도 많았다.
드라마 내용 자체에 질리거나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 결말을 보지 않는 드라마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원래 뭐든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서 언젠가 다 볼 예정이긴 하지만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재밌는 드라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 본 드라마
1. 암격리적비밀 ★★★☆☆
아적반파남우에서 심월과 진철원의 꽁냥대는 케미를 재밌게 봤다. 마침 진철원의 전작인 암격리적비밀이 넷플에 있길래 보게 되었다.
한동안 반복되는 전개가 지루해서 중국 청춘물 안 좋아하게 됐지만 다 아는 맛이라도 오랜만에 보니 새롭긴 했다.
학창시절 때 배경 설정이 조금 옛날이지만 그래도 제법 요즘 현대물 같은 느낌이 난다. 좀 상큼하다고나 해야 할까(일단 응팔 같은 느낌은 아님)
진철원이 꽤 동안이긴 해도 학생일 때는 좀 너무 어른같고, 여주랑 나이 차이도 좀 나 보였는데, 의외로 선배로 나온 서브남주가 제일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마치 이가인지명의 송위룡 사태급ㅋㅋㅋ)
그래도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건 이공 계열 진로가 확실했던 남주가 성적이 낮은 여주를 위해 문과로 바꾸려고 했던 장면이다.
아니 대입과 진로가 장난도 아니고. 컴퓨터 공학과 갈 인재가 갑자기 좋아하는 여자애 때문에 문과를 선택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너무 납득이 안 됐다. 대체 자기 진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_- 훈수두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물론 막판에 여주가 성적 더 올려서 이과로 바꾸긴 했지만 이것도 너무 비현실적이고 로맨틱하지도 않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여주는 재수하고 우여곡절 끝에 남주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들어가서 둘이 커플이 되긴 했지만, 꼭 이렇게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만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언제든 맘이 통하면 만나서 사귈 수 있는 거고, 뭐 꼭 같은 대학에 들어가야 연애할 수 있고 그런 건 아니잖아?
고딩 때 만난 첫사랑을 아름답게 완성하기 위해 깔리는 이 무개연성의 장치들이 떨떠름하긴 했다.
그리고 왜 맨날 치아문처럼 여주들은 커플 이야기 시답잖은 그림체로 웹툰으로 그려서 히트 치는 건지... 시작은 좀 달라도 결말이 비슷하니 확실히 끝으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두 주인공이 서로 잘 어울리는 편이어서 그림은 예뻤다만 이제 이런 형태의 청춘물은 더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하지만 진철원의 신작이 재밌다고 하니 언젠가 찍먹 해볼 생각이다)
2. 창란결 ★★★☆☆
왕허디의 최근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창란결을 봤다. 사실 이것도 암격리적비밀처럼 막화에 이르러서 보다말다 해서 꽤 장기간 봤다.
팬 입장에서는 지금의 슈퍼스타 왕허디를 만들어 준 감사한 작품이지만, 나는 초반부터 동방청창과 소란화의 캐릭터에 이입을 잘하지 못했다.
차가운 동방청창은 너무 자기 혼자 잘났고, 소란화의 너무 바보같이 해맑고 찡찡대는 톤도 맘에 안 들었다. 장형선군이 예쁘긴 했지만 소란화 근처에서 얼렁대기만 하고 제대로 뭔갈 보여주지도 못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인간세계에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동방청창과 소란화의 마음이 통하기도 했고, 삼각 관계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온갖 비극이 몰아닥쳐 클라이맥스를 찍을 무렵에는 두 사람만이라도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짓겠거니 싶었는데, 갑자기 열린 결말로 애매하게 끝나 버렸다.
시즌2를 생각하고 이렇게 끝낸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 동방청창은 살아 있나요..?
향밀이랑 설정이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단약을 먹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운명의 상대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되는 부분, 천계와 마계의 대결, 출생의 비밀 등등) 뒤로 갈수록 점점 다른 전개 양상을 보인다. 비극 로맨스긴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른 느낌?
막판 의미심장한 이일동의 등장신을 보며 이일동과 왕허디 얼굴합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로맨스 하나 내주시죠
3. 부도연 ★★★★★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창란결보다 기대가 적은 편이었다. 왕허디가 내시 역할이라니ㅠㅠ 역할 설정 때문에 약간 B급 로맨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초반에 진지한 무드로 시작하는데 남주 여주가 만나기 전까지의 앞부분 서사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
중반부터는 완전 빠져들어서 봤다. 똑 부러진 진옥기 연기도 너무 좋고, 환관 초 장인에게 너무 설레서 화가 날 정도ㅠㅠ 역시 내 사랑 왕허디 언제나 멋있구나ㅠㅠ 그런 확신을 갖게 해 준 작품이다.(그리고 내새꾸 연기 너무 잘하잖아ㅠㅠㅠ)
허울 좋은 권력만을 좇는 바보 같은 황제 아래 실질적 권력을 다 휘어잡고 있는 똑똑한 환관이 부정 세력을 척결하고 위기에 처한 황제의 여인 보음루를 구하면서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원래 초 장인은 내시가 아니었는데 자신과 닮은 형제가 목숨을 잃은 일을 계기로 그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복수를 꿈꾸던 인물이다. 보음루는 집안의 모략으로 황제의 후궁으로 팔려갔다 순장될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이름 없이 죽어간 후궁들을 대신하여 세상과 싸운다. 무튼 둘 다 너무 멋진 캐릭터임!
두 사람의 짜릿한 사랑과 반란 이야기가 재미있고, 단순 궁중 암투 로맨스를 넘어선 감동도 있다.
목욕신도 그렇고 중간에 삭제된 장면들이 좀 있다.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는데 수위가 조금 높다는 이유로 잘린 듯하다. 아니 수위까지 높으면 정말 감사한 일인데... 왜, 왜 삭제했냐고오오오오
내가 사랑하는 왕허디 캐릭터 대회를 한다면 따오밍스(유성화원), 치샤오(이지파생활)에 견줄 만큼 초 장인 캐릭터의 설렘 포인트가 많다.
초 장인의 설렘포인트
- 자기가 잘생긴 걸 안다. (이거 너무 중요한 포인트임)
- 음루가 좋아하는 옷 귀신같이 알고 입고 나타난다. 다 예쁘지만 초 장인에게 파란색 옷은 찰떡이다.
- 눈치 백 단. 엄청 똑똑하다. 음루가 패 하나만 흘려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채고, 음루와의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는다.
- 자기 감정을 항상 확실하게 표현한다. 감정 없는 무뚝뚝한 동방청창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백 배쯤 된다.
- 겉과 다르게 내면이 따뜻한 사람이다. 대외적인 악인을 자처하고 궁중을 주무르고 있지만 개인적 복수를 위해 오랫동안 고독한 시간을 버텨왔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연민하며, 자신이 가진 힘을 허투루 쓰지도 않는다.
곡주부인 같은 웰메이드 느낌이 나는 드라마다. 역시 중드는 사극이 훨씬 재미진 것 같기도 하다.
4. 금일의 가유 ★★☆☆☆
부도연을 재밌게 보던 중 같은 제작진이 만들었다던 현대극 '금일의 가유'가 방영됐다. 한국에서도 방영한 적 있는 웹툰 '가우스 전자'의 드라마판이다.
웹툰 원작도 한국 드라마판도 본 적이 없지만, 메인 포스터만 봐도 스토리가 예상이 간다. 직장을 배경으로 한 짧은 시트콤이라서 가볍게 즐길만하다.
한 회차 분량이 20분 정도밖에 안 되고, 총 40화라서 사실 금방 보는 드라마인데, 중간에 재미없는/지루한 에피소드들이 좀 있다.
아마 내가 중국의 회사 생활이라는 배경 설정 자체에 이입을 잘 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뭐 저렇게 엉망진창으로 회사 일을 하지? 시간을 왜 저렇게 축내지? 공감되는 건 진옥기 캐릭터가 칼퇴를 사수하는 모습밖에,,)
왕허디는 여기서 재벌집 아들인데 어쩌다 가오파 기업의 인턴을 하게 된 바이마슈아이 역할을 맡았다. 초반에만 좀 분량이 있고 주인공인 진옥기랑 이어지는 일도 없고(다른 사람이랑 이어짐) 막판엔 어째선지 얼굴도 잘 안 비친다ㅠㅠ
이거 왕허디 예쁜 얼굴 보려고 시작한 드라마인데, 왕허디가 안 나오면 더 재미없자나ㅠㅠ
전작인 부도연과는 배우만 겹치고 다 새로운 캐릭터 설정이다. (기획 3부 직원들은 다 부도연에 다 나왔던 사람들이라 반갑긴 하다)
이 드라마가 우시에서 찍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차피 물론 내가 중국에 오기 전에 찍은 거라지만, 그 묘한 연결고리가 가깝게 느껴질 때면 그냥 기분이 좋다.
왕허디의 예쁜 모습만으로 나에게 행복을 선사했던 드라마지만, 분량이 미미해서 너무 아쉬웠다.
허디가 현대극에서 제발 좋은 캐릭터 잡아서 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최근에 방영한 '이애위영'은 상대역이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도저히 시작을 못하고 있다. 언젠간 볼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막 크랭크업한 '대봉타경인'이 더 기대작이다.
#아직 다 못 본 드라마
1. 종결혼개시연애 ★★★☆☆
뻔한 로맨스가 땡긴다 싶을 때에 시작한 드라마. 그런데 언젠가부터 손을 놓게 됐다.
공준의 매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착하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외모가 호감을 주는 거였구나 싶었다. 맨날 난처한 표정을 하고서 사람들을 돕는 호인이라니. 게다가 직업이 의사라서 백색의 가운이 더 잘 어울리는 비주얼이었다.
이런 캐릭터는 기 세고 자기주장 확실한 여자를 만나 꽉 잡혀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정말이지 딱인 여자 주인공을 만나서 계약 결혼을 하게 된다.(여주가 약간 안유진과 정소민을 닮아서 더 호감이다)
공준 캐릭터가 너무 유약한 공주님 같은데 가끔 벗으면서 여주를 유혹한다ㅋㅋ 되게 마르고 비실해 보이는데 나름 복근이 탄탄한 몸이라 매칭이 잘 안 되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보기 힘든 내용도 없고 그냥 물 흐르듯이 내용이 잘 흘러가는데 메인 커플이 이어지고 나서 서브 커플 이야기가 시작되니 흥미가 뚝 떨어졌다. 바쁜 일 끝나고 좀 심심해지면 조만간 뒷부분 내용도 챙겨 볼 것이다.
2. 광연 ★★★★☆
priest의 <묵독>이 원작이고 페이두(페이수)가 장신성으로 결정되자마자 기대했던 작품이다.
내가 이걸 보고 싶어서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들였는데ㅠㅠ 8화까지만 업로드되고 그다음이 없어서 정말 화가 났다.(탐개극 이슈가 있었음에도 어찌어찌 방영되었지만 돌연 중도에 드라마가 방영중단 되었다. 이유는 모름ㅠ)
자막도 없어서 영자막을 끌어다 보고, 막판엔 그것도 힘들어서 무자막으로 겨우 정주행 했지만 끝을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병약미 넘치는 재벌집 사내가 가진 건 잘생긴 외모밖에 없는 경찰 아저씨를 플러팅 하는데 얼마나 맛있다구요ㅠㅠㅠ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 열연도 좋고, 원작의 흥미진진한 추리물 스토리도 잘 담아냈는데.. 러브 라인만 빼고 끝까지 범인 추적하는 거라도 보여주든가 시즌2 낼 것도 아니면서 애매하게 끝이 나버리다니 답답하여라ㅠ
같은 priest 원작의 드라마 '진혼'은 연출 개망작이지만 그래도 완결까지 방영했는데, 이 드라마는 멀쩡하게 잘 만들어놓고서 중단되어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원작도 검열로 삭제된 내용이 많아서 대체 왜 19금이지? 싶었는데, 드라마도 이렇게 다 잘라놓은 상태로 방영하다 말다니.
정말이지 검열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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