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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기/보여주는 일기

왕허디에 대한 짧은 생각

그녀의 구두가 딱딱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어떻게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가슴 설레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중에서

로맨스 소설의 한귀퉁이를 읽으면 곧잘 왕허디를 떠올린다. 콜레라같은 무서운 병처럼 허디를 앓은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나는 왜 디디를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물론 잘생겼고 훤칠하고 귀엽고 멋지지만 그와 반대로 어딘가 열심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엉성한 매력, 그 불완전함을 가장 사랑하는 것 같다.

디디에게 처음 빠져들 무렵 내가 쓴 글이다. "나는 왜 하필 디디를 좋아하게 된걸까"란 질문에 입덕한 지 한 달여 무렵에 고심끝에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었다. 그렇다, 이미 나는 그의 불완전함 마저도 사랑하게 되버린 것이다.

입덕 계기는 단순했다. 유성화원 비하인드 영상을 돌려 보다가 누나 역할로 출연한 서희제와의 전화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이상형을 집요하게 묻는 짓궂은 질문과 심월과 엮으려는 선배의 농간에 당황해 하면서도 끝까지 웃으며 센스있게 대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아이로구나. 처음엔 딱 그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후에 알고보니 디디는 <초차원우상>이란 오디션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유성화원>의 주인공인 다오밍쓰 역을 따낸 것이었다. <초차원우상>에서의 디디는 철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았다. 아이같은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디디는 위기의 상황에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 돌진하는데.(막 대들기도 하고 경쟁자랑 싸우기도 한다.) 그런 거침없는 모습이 치기어려 보일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자연스레 그를 응원하고 있더라.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뽕이 차기 시작할 무렵부턴 고삐가 풀린 채로 살았던 것 같다. 

올해 5월은 굉장한 달이었다. 5월 1일 스케쥴표가 올라오던 날, 디디의 내한 소식에 나는 울고 웃고 춤추고 온갖 감정의 도가니탕 속이었다. 결국 디디를 만났고 마스크를 하지 않고서 활짝 웃으며 인사해준 디디의 그 상냥함에. 준 거 없이 보답받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서울디디는 그냥 그 자체로도 감격스러운 시간들이기도 했지만 잡지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그 때 그 날을 추억하게 되어서 여운이 좀 오래갔다.

한동안은 그렇게 디디뽕에 아주 취해 살았다. 뽕이 식을 무렵부터는 다른 중국 배우들이나 작품들도 기웃대곤 했는데. 그래도 내게 있어서 왕허디는 아주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디디는 최근 데뷔 2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 간, 디디 덕분에 참 행복하게 지낸 나는 올 겨울 중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왕허디가 좋아서 결심을 굳히게 된 여행인만큼 그저 즐겁게 다니는 게 목표다. 쓰다보니 또 구구절절 길어졌다만. 허디에 대한 짧고도 긴 주접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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