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격리 생활이란
격리가 4주나 되니까, 3월 개학을 앞두고도 바깥의 삶처럼 분주하지 않다.(물론 학교에서 격리 때문에 많이 배려해준 덕이 크다.)
그저 매일 아침 해를 보며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받아 먹고, 낮잠을 게으르게 자다가, 저녁이 오면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그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출퇴근이 없는 삶을 원했다. 지겨운 반복 대신 '멈춤'과 '쉼'을 원했다.
지금의 이 상태가 내가 바란 완벽한 상태의 '쉼'과는 조금 다르지만, '멈춤'에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나에게 격리 생활은 꼭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격리 생활도 지겨워지는 순간이 오겠지만서도.
배고픔의 이유
어제와 오늘은 학교에서 배정해 준 담임 반 애들과 소통하기에 바빴다. 가정통신문을 전달하고, 급히 등교를 해야하는 학생들에게 일정을 알려주는 정도였지만 일이 끝나갈 무렵에는 조금 피곤했다.
배가 무진장 고팠다.
격리 기간 동안 식사 시간 직전을 제외하고는 별로 배고픔을 느낀 적이 없었다.
어차피 식사는 시간 맞춰 배달되어 올테고, 특별히 맛있는 식사가 오리란 기대도 없어서(이제 모든 도시락 패턴에 적응되었기 때문) 배고픔이 고통이 될 이유도 없었다. 대신 실질적 허기가 아닌 '입이 좀 심심하네' 같은 느낌만 있었다.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지 않으면 재택 업무는 좀 힘들겠다.
배고픔이 커져도 밥을 먹는 양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대신 잠이 늘었다.
역시 쉴 때와 일 할 때는 다르다. 아직은 더 쉬고 싶은가 보다.
그외 잡다한 덕질 생활은
EBS 오디오 어학당 초급 중국어 구독이 끝나간다. 급하게 하루에 2과씩 몰아듣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어 실력이 후퇴한 것 같다ㅋㅋㅋㅋㅋ
아 진짜 본격 중국 생활 시작하면 HSK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든가 해야지. 이렇게 살다간 한국말만 늘겠다.
중국 드라마는 매일 같이 열심히 본다. 아침, 점심에는 왕허디가 용왕으로 나오는 <우룡>을 보고 있다.
잘생기고 여주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것 말고는 재미없는 캐릭터인 '위지룡염', 그냥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착한 인간형이지만 용왕에게 사로잡혀서 인생 고달프게 꼬이고 마는 '유형'. 이 두 사람의 케미도 그냥 그렇다. 물론 그림은 예쁘다.
애초에 게임이 원작이라서 탄탄한 서사 같은 건 기대를 안 했다. 다만 왕허디와 축서단의 전 작품들에 비해서 캐릭터가 살지 않는 게 아쉬웠다. <장야2>의 '녕결'이나 <의천도룡기 2019>의 '주지약'이 훨씬 매력적이다.
갈수록 서브커플인 칭칭과 설천심의 서사가 더 흥미롭다. 둘이 서로 좋아하면서 모르는 척하는거 캡귀여움. 이 커플을 열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낮에는 <데어 데블>을 본다. 이제 시즌1도 한 편밖에 남지 않았다ㅜㅜ 망할 넷플릭스가 시청 기한을 2월 28일까지 해놓는 바람에 시즌2까지는 못 볼 것 같다. 털복숭이 큣가이 The Black Mask 맷을 못 본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생각보다 많이 잔인하다. 손이 잘리고, 얼굴이 꼬챙이에 관통하고, 차문에 얼굴이 날아가고, 망치로 사람을 죽이고ㅜㅜ
별다른 무기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것 치고는 상처 치유 속도가 빠른 것 같은 매튜, 간호사 치고 수술 솜씨가 아주 뛰어난 것 같은 클레어의 로맨스도 두근거려 환장하겠다.(매튜 이 나쁜남자야)
매튜와 포기의 눈물나는 우정도ㅠㅠㅠㅠ 마이 포기 넌 정말 천사야ㅠㅠㅠ 매튜가 널 만난 건 복이야ㅠㅠ
무튼 지금 데어 데블 과몰입 단계가 최고조라서 눈물을 멈추기가 힘들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는 '애상북두성남우'를 본다. 우리 명은이의 코믹연기가 아주 물이 올랐기 때문이다. 명은이와 쉬루의 케미도 좋다.
원쑤시(쉬루) 주변의 남자들은 정말 끔찍하다. 짝사랑만 하고 말하지 못하는 남사친과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대는 사장새끼 보다는 신원불명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낫다. 그게 바로 츠위(명은).
명은이 아직 벌크업 하기 전이지만 벗는 씬도 많다. 죽기 전에 명은이 가슴 한번 만지고 싶다.
꿈인 줄 알고 쑤시가 츠위한테 돌진하는 신은 짜릿했다. 내 꿈에도 나와서 상큼하게 웃어줘 밍은♥
벌써부터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你好,星期六 본방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망고TV VIP 구독권이 없어도 TV만 틀면 왕허디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부디 이번 주는 왕허디 분량이 많아야 할텐데.
옆방 사람은 내가 토요일마다 소리를 크게 질러서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이니 좀 참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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