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는 즐거워/お笑い

킹 오브 콩트(キングオブコント, 2019)

한동안 중국 컨텐츠에 빠져사느라 오와라이를 보지 않고 지냈는데. 요즘은 또 최근의 아메토크부터 보기 시작했다. 역시 심심할 땐 예능이 제격이다.

내가 오와라이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만자이(정확하게 말하면 M-1)인데. 콩트 나름의 매력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심심할 때 콩트도 많이 돌려보는 편이다. 최근에 킹 오브 콩트 2019도 봤고 해서 간단한 리뷰를 남기려 한다. 

콩트의 재미(vs 만자이) 

만자이는 일본적 코미디에 가깝다면 콩트는 한국적 코미디에 가까워서 좋아한다.

참고로 한국적 코미디라 함은, '개그 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 류의 콩트를 말한다. 주로 개그맨이 어떤 역할을 연기하며 대사를 주고 받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센스있는 대사나 행동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도하는 그런 식이다.

한정된 환경에서 입담만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만자이의 매력도 좋지만 음악, 조명, 배경 등 무대 장치를 더 넓게 쓰고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하는 콩트 판도 사랑하게 되었다.

다시 볼수록 맛이 나는 만자이에 비해서 콩트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탄탄할수록 처음에 볼 때보다 신선미가 확실히 떨어진다. 특히 결말(오치)이 반전인 경우는 더 그렇다. 하지만 짧은 네타 속에 담겨있는 드라마성에 매료될 때가 있다. 길게 봐야 재밌는 연극적 요소를 압축해놓은 느낌이랄까. 결론은 재밌는 콩트는 다시 봐도 재밌더라는 것.

만자이의 기본은 둘이서 말을 주고 받는 거라면 콩트는 '트리오'도 가능하다. 그래서 트리오만의 재미를 살린 네타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메토크에서 트리오 게닌도 참 재밌게 봤다

도쿄03, 정글 포켓, 로버트 그리고 최근의 하나코까지. 킹 오브 콩트를 통해 알게 된 트리오도 참 많다. 킹 오브 콩트는 가장 재밌는 콩트 팀을 뽑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몰랐던 팀들을 발굴하는 재미도 가득하다. 이 대회 출신이라고 다 잘나가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결승전까지 간 팀들은 어느정도 인정을 받는 듯 하다.

킹 오브 콩트 톺아보기

가끔 너무나 심심할때 2008년부터 킹 오브 콩트를 정주행한다. 역대 킹 오브 콩트에서 재밌었던 걸 간추리자면. 

제일 현웃 터졌던 건 롯치의 탈의실 네타와 정글 포켓의 화장실 네타다. 뻔한 전개인 것 같은데, 그걸 확 깨버리는 캐릭터이 연기력이 승부수 인 것 같다. 롯치나 정글 포켓도 모두 아쉽게 최종 결승에서는 우승하진 못했지만, 역대 네타 중에 손꼽히는 네타다.

킹 오브 콩트의 단골 콤비, 사라바 세이슌노 히카리

사라바 세이슌노 히카리는 모든 네타가 다 안정적으로 재밌다. 물론 이타통도 좋지만(점점 극적으로 치닿다가 빵 치고 올라오는 전개) 이자카야 네타 같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보케와 츳코미도 재밌다. 최근의 쥬쿠선생 네타도 겁나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 같이 재밌을 수 있지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최근에 사라바 세이슌노 히카리도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사라바 세이슌노 히카리의 네타를 보고싶다면 여기로.

역대 우승자 중에서는 봐도 봐도 재밌는건 킹 오브 코미디 도쿄03였다. 킹 오브 코미디는 해체하는 바람에 이제 볼 수 없게 된 것이 아쉽긴 하다. 도쿄03의 공연은 언젠가 직접 보고 싶다. 

뭔가 산뜻한 이미지의 바나나맨. 심사위원으로서도 열일한다.

우승을 못 했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샌드위치맨이나 바나나맨을 보면 기본 실력이 탄탄한 사람들은 뭘해도 잘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샌드위치맨은 M-1에서 우승했던 네타가 원래 콩트 네타였고. 바나나맨 원래 알아주는 실력자였다만. 첫 회에 출전한 이후로 참가하지 않다가 심사위원제를 도입한 이후로 심사위원으로 줄곧 나오고 있다. 이제는 너무 베테랑이라 TV에서 콩트를 볼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결승전에서는 항상 두 번째 네타보다 첫 번째 네타가 더 좋았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카마이타치도 그렇고. 초콜릿 플래닛도 그렇다. 킹 오브 콩트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 갈수록 재미지는 부분들이 많은데. 매해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확실히 2016년 이후부터는 콩트의 매력을 발산하는 흡입력 있는 네타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킹 오브 콩트 2019 감상평

*결과 스포 있습니다

최근의 킹 오브 콩트는 완전 와카테 중심이여서 재야에 숨겨진 인재를 발견하는 느낌이 강한데. 이젠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은 본선 무대에서 보기 힘들다.(아직 뜨지 못한 팀이라면 얘기는 다르지만;)

항상 기대는 하는데 꼭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 올해도 역시 기대엔 못 미쳤다만. 그래도 매년 꼭 한번은 꽂히는 네타가 있어서 이 프로가 없어지지 않았으믄 좋겠다는 바람이다. 

예선에서 가장 의외의 결과였던건 '울트라부기즈'다. 네타 소재가 흥미로웠을 뿐 극적인 긴장감이 부족해서 끝까지 재미난 건 아녔는데. 첫 무대에서 고득점을 받아서 놀랐다. 결승에서도 고만고만했는데 그나마 첫 번째 네타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넬슨즈공기계단은 캐릭터성이 돋보이긴 했으나 콩트적 연기가 부족한 느낌이었고. 그나마 비스켓 브라더스가 박력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사로잡았는데. 오치가 아쉬웠달까.

쟈루쟈루를 보면 '꾸준히 하는 사람이 역시 대단해'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와카테스러운 재기발랄함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쟈루쟈루가 결승까지 간 건 좀 의문이다. 차라리  GAG에게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맛짱이 심사평에 그런말도 하긴 했다만ㅋㅋ)

GAG는 항상 중간 정도의 웃음(좀 유치해서 덜 웃게 되는 경향이 있음)을 유지해왔는데 이번에는 츳코미가 물이 올라 더 재밌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결승 못가서 조금 아쉽다. 이번 무대가 GAG에게 변곡점이 되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카가야가 아메토크에서도 기대주라고 하도 언급이 많이 되어서 궁금했는데 왜 기대주라고 했는지는 알겠다. 콩트 짜는 머리가 있는 개그맨들이다. 그러나 아직 무르익지 않은 캐릭터 연기 때문인지 잘 와닿지 못했던 것 같다. 하나코처럼 연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한 듯하다.

조피와라후지나루오는 킹 오브 콩트 본선에 오른 적이 있는 경력자들인데. 뭐 그냥 그랬다. 저번과 비교해서 더 나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우승자 도부록쿠. 첫 무대부터 도부록쿠가 완전 분위기를 휘어잡는 바람에 사실 우승은 어느정도 예상이 갔다. THE MANZAI에 트렌디 엔젤이 나왔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했다. 그들이 항상 하는 가벼운 류의 음악 네타일거라 기대했었으니까.

도부록쿠는 예상을 깨고 완결성이 돋보이는 뮤지컬 콩트를 선보였다. 노래의 내용은 게다가 가벼운 시모네타라 심사위원들의 아재취향까지 저격했다.(시모네타류를 생각하면 라이스가 불현듯 생각나는데ㅠ 라이스는 사실 그렇게 웃기지도 않았다ㅠ 하지만 라이스 좋아하고 응원합니다ㅋㅋ) '오오키나 이치모츠'에 집착하는 설정이 콤비의 원래 이미지에도 잘 맞고 전략적으로 참 잘 짠 네타라고 생각한다.

결승에서도 앞서 보여줬던 네타를 이용해 반전을 꾀하다가 결국 '이치모츠'로 수렴하는 전개도 완벽했다. 결국은 모두를 웃게 만들면 성공인 셈이니. 도부록쿠는 무대에 판을 잘 깔고 신명나게 잘 놀았고 본인들도 아주 만족스러운 무대였을 것 같다. 

원래 지명도가 있는 팀이라 큰 반전이 있는 건 아녔지만, 그래도 (많이 허물어진) 킹 오브 콩트의 명성을 잘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