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학교 가기 싫은 날이 대부분이었다.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고, 시간도 참 느리게 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겹기도 했고, 누군가를 위로할 힘도 화낼 힘도 점점 줄어들었다.
어제는 오랜만의 엄마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하니 절대 그만두지 말라더니 갑자기 내가 너무 독립적이라며 푸념을 했다.
나는 이미 엄마 품을 떠난 지 오래인데(벌써 같이 안 산지 10여 년이 넘었건만) 심심하고 적적한 이 시기에 딸이 같이 없다는 것이 서운하다는 것이다.
나도 가족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가족이 곁에 없어서 편한 적도 많다. 나이 들면 별게 다 외롭고 그리운가 보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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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시간에 아이들에게 10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랬더니, '결혼했을 것 같다'라고 대답한 학생이 있었다.
난 10년 뒤에도 결혼했을 것 같지 않다. 당장 내년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겠고, 10년 전의 나는 겨우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장의 미래도 10년 뒤의 미래도 모르는 것이 속편 할 때가 있다.
다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의 내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
지금의 나는 행복을 잃은 상태다. 좋아하는 선배가 한국을 가기로 결심했고, 서로 원치 않는 이별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어떤 방법으로도 언니를 위로해줄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어 괴롭고 슬프다.
어제는 오랜만에 장대비가 내렸다. 흐리고 습한 날보다 차라리 시원하게 비가 내릴 때가 나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연락 온 동료샘과 통화하는데 "답답하면 소리를 지르세요"를 "답답하면 술을 드세요"로 잘못 알아들었다.
"저 이미 술은 마셨는데요?" 라고 하니 잘못 알아 들었단 걸 알고서 웃었다.
술을 마셔도 답답함은 해결이 안 되고, 여전히 학교 가기 싫다.
곧 우시도 불볕 더위가 찾아 올텐데 시원한 곳으로 도망갈 궁리를 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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