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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즐거워/책

소설 진혼(1권-3권)

<진혼>이 국내에 정발되었으므로.(물론 아직 E-book으로만 볼 수 있다. 종이책은 좀 기다려야함;) 영번역이 아닌 편하게 한국어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읽고 나니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분명하게 설명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드라마상에서 잡스럽게 느껴졌던 서브 캐릭터의 서사가 다 빠져서 좋았다.  

그리고 장르가 퇴마XBL이니까.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것도 맘에 든다. 션웨이와 자오윈란의 깊은 내력이 담긴 기본 창세서사(넘나 길고 복잡해서 아직 완벽하게 다 이해한건 아님;)가 일 만년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두 사람의 감정도 깊게 이해가 되는 것이 참 속이 뻥뚫리는 기분이었다.

드라마 캐릭터와 본체 배우 다 좋아하지만. 소설 캐릭터는 더 엄청난 마력을 가져서.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니 정말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결론 : <진혼>에 잠깐이라도 홀릭하셨던 분들은 원작소설 읽으면 광명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1권에서는 자오윈란과 션웨이, 첫 대면과 캐릭터묘사가 돋보인다.

션웨이의 아름다움은 글로 읽으니 더 좋다. '도자기' 같은 아름다움이라니! 너무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쾌활, 청아, 용맹 등 아름다움의 형태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흡사 도자기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얼핏 보기에 화려한 아름다움은 아니나 고상하면서 점잖고, 일부러 남의 눈에 들려 하지 않는 아름다움. 날카롭게 그를 헤아려 보려던 사람도 도리어 푹 빠지게 만들고, 보면 볼수록 알고 싶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움. 션웨이는 바로 그런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었다.

션웨이는 자오윈란을 보면 눈을 떼지를 못한다. 이건 드라마에서도 묘사되었던 부분이라 바로 주일룡의 아련한 표정이 떠올랐다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선을 피하기 급급했던 션웨이는 자오윈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매우 깊고 아득했으며 또 어두웠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그의 표정에는 무척이나 생생한 애틋함, 그리고 짙은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드라마에서 해소되지 않았던 부분 가운데 '진혼령주'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가 가장 큰 의문점으로 남았었는데. 소설에서는 자오윈란의 진혼령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진혼령은 옛날부터 존재하던 것으로 인간계에서 귀신의 일들을 관리하며 음과 양을 잇고 삼계, 즉 천계, 지계, 인간계의 조화를 관장해왔다. 고대에는 천문을 관장하던 태사국에 걸려 있었지만, 중국 건국 후에는 공안부에 예속되면서 특수조사처가 세워지게 됐다. 그리고 특수조사처 처장을 맡은 자오윈란이 바로 진혼령주였다.

진혼령주로서 자오윈란은 특수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채찍을 들며 혼들을 호령하는 위엄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진혼령주는 주색과 미색을 즐기는 호색한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지금의 이 진혼령주는 '아래로는 저승을 얻고 위로는 술자리를 얻는' 인물로 삼계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고 처세에도 능수능란한 팔방미인의 인재였다. 주색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도박, 분위기를 맞추는 일에도 능했다. 그야말로 모든 경지에서 최고에 이른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자오윈란의 행색은 누가봐도 연애고수인 것 같은데 일단 '모태솔로'라는 설정으로 나온다.(참 납득불가다.) 소설의 자오윈란은 연애고수이자 션웨이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밀당의 신'이다.

꿈틀대던 자오윈란의 욕망은 마치 대지에 불을 지른 듯 뜨겁게 타오르며 가슴 한쪽에 '연애'와 '기회'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그의 말초신경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애의 고수인 자오윈란은 밀당의 선을 매우 잘 알았다. 그는 간을 보듯 션웨이를 툭 건드려본 뒤, 실수인 척하고는 옆에 주저앉아 있는 여학생에게로 몸을 돌려 물었다.

션웨이의 속눈썹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자연스럽게 롱거의 속눈썹이 떠오르고ㅠㅠ 롱거 속눈썹에 내마음도 떨렸다ㅠㅠ

션웨이는 속눈썹이 매우 길었다. 고개를 숙인 용모는 더욱 수려해 보였고 눈매도 꼭 그려놓은 것처럼 또렷했다. 가끔씩 눈을 깜빡일 때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는데, 그 때마다 자오윈란의 마음도 덩달아 떨렸다.  

2권 부터는 본격 웨이란(커플 스토리)의 시작이다.

나는 특히 자오윈란의 깨방정이 넘나 귀여워서 박제해놓고 싶었다.

자오윈란이 묘사한 션웨이. '도자기'에 이어서 이번엔 '청자'에 비유하는데. 그러니까 아주 귀하고 청아한 모습이라는 걸 말하는 것 같다. 고상한 비유에 꼭 들어 맞는 롱거의 모습을 절로 상상하게 된다.

그는 션웨이가 꼭 진귀한 청자처럼 느껴졌다. 오래도록 소장하지 못하고 단 며칠밖에 집에 두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좋을 만큼, 남다른 기운이 묻어 있는 그러한 존재처럼 말이다.

자오윈란은 여러 번 미끄러져도 션웨이를 포기 하지 않는다. 처음엔 션웨이가 완강하게 그를 밀쳐내는데. 철벽남 션웨이의 논리에 온갖 이유를 들어 반박하는 자오윈란의 모습은 너무 귀엽고 웃기다ㅋㅋ

"이성과 연애한다고 반드시 궁합이 잘 맞는 대상을 찾으리란 보장은 없어요. 결혼한다고 해도 애를 낳는다고 다 키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다 키운다고 해도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렇게 '리스크가 큰 상품'이 가문을 빛내고 늙어 죽을 때까지 날 보살펴주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복권을 사는 게 나아요. 아이가 좋으면 가난해서 학업을 중단한 애들을 도와주면 되잖아요. 많이 후원하면 명절 때 최소한 양심이 있는 녀석들 몇 명은 보러 올 것 아닙니까."
역시나 션웨이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의 창문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그만 목 빼놓고 기다리자 자오윈란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자오윈란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날렸다. 자오윈란의 창백한 입가 가득 번진 흐뭇한 미소에 션웨이는 그만 무너져 내렸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중략)

자오윈란은 반드시 넘어오게 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까. 당신, 못 달아나."

자오윈란의 손하트에 무너져내리는 션웨이 너무 귀엽고 '당신, 못 달아나'라는 대사 왜케 웃기냐ㅋㅋㅋㅋㅋㅋ

이후에도 자오윈란의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일부러 지긋이 웃음을 지어보이거나(매력 흘리기), 옷깃을 펴주는 것처럼 다가가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밀당의 신' 답게 마구 애정공세를 펼치는데, 그 때마다 션웨이가 어쩔 줄 몰라 귓볼이 빨개지는 대목도 너무 구엽다.

"나 찾으러 온 겁니까?"
'대답하지 마! 대답하지 마!'
션웨이는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외쳐 보았지만, 매서운 바람은 얄팍하게 남아 있는 이성마저 휩쓸어 가버렸다. 그는 홀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신한 선비 션웨이는 겉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속에서는 욕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커져가는 마음을 주체 못한 션웨이는 대담하게 자오윈란을 가까이서 핥듯이 바라보기에 이른다. 그 때의 션웨이는 속마음은 음흉한 육욕이 끓어 넘친다.

그러나 션웨이는 남들 보이지 않게 계속 눈을 뜬 채로, 어둠 속 어디에서 비추는지 알 수 없는 미약한 빛을 빌려 자오윈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밤새 그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려고 작정이라도 한 사람 같았다. 이미 오랜 시간 인내해 온 션웨이였다. 삼라만상이 모두 고요해진 가운데, 그는 잠시나마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다. 자오윈란의 곁에 바짝 붙어 누운 순간, 그의 머릿속은 걷잡을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손을 뻗어 따스한 그의 몸을 끌어안고 그의 눈과 머리카락,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온몸을 구석구석 맛보며 그의 전부를 갖고 싶었다.

아 드라마에서 보던 눈빛에 이런 속뜻이 감춰져 있었다니ㅋㅋㅋ 션교수 음흉하다 음흉해ㅋㅋ

션웨이와 다르게 자오윈란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자오윈란은 션웨이에게는 엄청난 친절을 베푸는데 비하여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주 차갑게 대하는 편이다. 그러다 때때로 주훙에게는 츤데레처럼 굴기도 한다. (역시 마성의 자오처장 답다)

자오윈란은 한 무더기의 보급품을 주훙에게 떠안겼다.
"이거 오두막에 갖고 가서 사람들 나눠줘."
주훙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보고 가라고?"
"사람 탈 쓰고 있다고 너 자신을 항온동물이라고 착각하지 마."(중략)
"됐어. 이 여자야. 너 꽁꽁 얼어서 동면에 빠질까봐 그런다. 빨리 돌아가. 맞다, 이것도 가져가. 차가우니까 그대로 마시지 말고 데운 다음에 마셔." 자오윈란은 작은 병 하나를 주훙의 품에 던졌다.

이 대목에서 주훙이 왜 자오윈란에게 반했던 건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3권은 막 읽어서 혼란이지만 그래도 심쿵 애달픈 순간이 많았다.

"다른 것들도 있지만, 대체 맘에 들어 할 것 같진 않고. 남아 있는 거라곤 이 진심뿐인데... 받지 않겠다면 하는 수 없겠네요."

자오윈란의 감동의 고백 신이다. 담백해 보이는 고백이지만, 예전에 션웨이에게 곤륜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해서 션웨이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션웨이가 자오윈란의 마음을 받겠다고 한 대목은 너무 진지해서 웃기면서도 묘하게 슬펐다.

"그럼 받겠습니다."
"받겠습니다. 이번 생,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는 당신의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설령 어느 날 당신이 내가 성가셔지더라도, 싫증 나더라도, 멀어지고 싶어졌다 해도, 나는 절대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둘이 사귀기로 한 뒤로 둘의 연애는 참으로 순조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오윈란은 정말 일관되게 션웨이의 말을 듣지 않아 션웨이의 분노를 유발하나. 빠른 사과와 적절한 타이밍의 애교로 요리조리 잘 피해간다. (역시 처세술에 능한 사람.)

"나는 등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데 당신은 성질이나 내고. 남들한테는 예의 바르게 굴면서 나한테는 막 화내고 말도 못 하게 하고 못살게 굴고. 나 상처받았어."

지가 잘못해놓고 '나 상처받았어'라니ㅋㅋㅋ 적반하장도 제대로인 자오윈란의 애교에 화내는 것도 잊어버린 션웨이는 금방 순한 양이 되고 만다. 자오윈란에게 꽉 잡혀버린 션웨이 너무 귀욥다.

자오윈란이 션웨이(aka 참혼사)를 공적인 자리에서 샤오웨이라고 불러버리는 것도 자지러지게 웃었다. 꽤 심각한 상황에서도 둘은 거의 대놓고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보이면서 둘만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한다.

"먼저 돌아가는 사람이 불 켜고 문 열어놓고 기다리기. 사랑해."

자오윈란의 '사랑해'라는 대사에서 밀려오는 진한 감동ㅠㅠ 그래서 해피엔딩입니까??? 아오 4권 언제 나온답니까ㅠㅠ

기다림은 고통이겠지만. 백우가 나오는 추리극 <신탐>을 보면서 인내심을 키워보겠다.

[리뷰/책] - 소설 진혼(4권과 외전)

 

소설 진혼(4권과 외전)

소설 진혼의 결말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12월이 되었다. 전자책으로 3권까지는 정말 후루룩 읽어버렸는데, 바쁜 일정으로 인해 4권과 외전은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션웨이와 자오윈란의 해피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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