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고락(苦樂) - 괴로움 편
충칭에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좀처럼 힘든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운데, 이 여행이 그랬다.
주말에 브런치를 먹던 모임에서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이 나왔다.
'주말에 침대 기차를 타고 중국 여행을 가자'
처음에 이 얘길 들었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한 걸 보면 이미 저어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주말에 멀리 여행을 가는 일 = 부담스럽다
침대 기차를 타고 간다 = 고생스러운 일을 굳이? (나 빼고 셋은 이미 기차 여행을 해본 적이 있었다)
중국 어디 갈 지를 먼저 정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가고 싶은 여행지가 특별히 없었고, 여행지 후보로는 충칭과 청두가 나왔다.
나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미 청두를 다녀왔고, 여름에도 갈 계획이 있어서, 청두는 빼자고 했다.
충칭은 사실 작년 청명절에 다녀왔기 때문에 같은 루트를 또 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여름에 충칭이라니? 제정신인가? 이런 생각도 했다.
단오절에 계림을 다녀와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덥고 습한 날씨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지는 충칭으로 정해졌지만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가이드&총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정작 제안한 사람들은 숙소며 기차 예매며 맛집 찾기, 길 찾기 등을 아무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실 넷이서 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중국 생활 짬바가 제일 높은 내가 많은 걸 하게 되리라는 생각쯤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할 줄은 몰랐던 것.
사전 검색을 너무 안 하고 오셔서, 여행이 끝날 무렵에 '팬더 기지는 왜 안 가냐'는 말을 하고
-팬더 기지는 청두에 있다
시내 근처 비싼 숙소를 제안했지만 어차피 잠만 잘 거니까 싼 숙소로 예약하자고 해서 했더니 숙소의 퀄리티에 실망하고
-원래 중국의 값싼 에어비앤비는 공간을 넓게 쓸수 있지만 호텔보다 상상 초월로 더럽다
침대 기차표를 선예매를 해둔 상태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더 싸다고 바꾸자 하고
-나는 처음부터 비행기가 더 편하고 싸다고 말했다.
비행기도 조금 싼 걸로 선택하겠다고 우겨서 푸동으로 들어왔는데 돌아올 때 엄청 고생하고
-이것도 홍차오가 편하다고 처음부터 얘기함.
충칭을 갔지만 중국 음식을 거의 못 드시는 분이 있어서 맛있는 마라 훠궈를 먹지도 못하고
-결국 먹긴 먹었지만 훠궈가 왜 이렇게 맛없냐는 얘기를 들음. 당연함. 충칭은 마라 훠궈가 찐인걸요
뭐 이런 여행고행을 체험하고 왔다.
난 사실 여행지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헤쳐왔었고,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번 여행이 그렇게 고난도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시행착오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속 내 결정과 판단이 밀리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제안만 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부재하는 바람에 내 역할이 다소 같은 여행자가 아니라 '가이드' 혹은 '해결사' 같이 되어가면서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너무 침울한 기분이 들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나는 처음부터 충칭 여행을 가고 싶지 않았고, 어쩌다 끼게 된 여행이라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완전히 주도하거나 다른 사람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거나 둘 중 하나였다면 차라리 속 편했을 텐데,
사실상 통제권이 나에게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흥미나 기호에 맞추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 될 줄 몰랐다.(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이랑만 여행 가능)
결국 '나도 내 감정에 더 솔직했더라면 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괴로움도 느꼈지만, 크게 배운 것은 '여행은 잘 맞는 사람들과 가자'는 교훈이다.
즐기려고 가는 여행에 무엇하러 마음을 쓰고 괴로움을 자처할 필요가 있겠나.
피할 건 피하자는 생각으로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여행의 고락(苦樂) - 즐거움 편
여행 내내 비가 왔다. 습하고 서늘한 날씨였다.
덥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비가 오니까 사람들이 확실히 밖에 덜 나와서 관광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붐볐다.

첫날은 체크인만 하고 바로 짐 풀고 잠들었고 다음 날 오전에 十八梯邓凳面에서 충칭소면을 먹었다. (사실 상해에도 지점이 있음)
본점으로 갔더니 사람들이 붐벼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좋은 테이블을 차지했다.
내가 자리 잡는 데 신경을 쏟는 사이에 주문이 잘못 들어가서 다시 주문을 했는데, 친절한 직원이 잘 알아듣고 교환을 해주었다.

나는 예전에 먹었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들 예상과 다른 맛에 어리둥절해했던 것 같다.(그렇게 맛있진 않은데? 이런 반응)
가게 근처에 언덕길로 올라가 골목을 조금 지나니 충칭 임시정부가 나왔다.


임시정부도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여전히 잘 꾸며진 외관과 실내 전시도 흥미로웠다.



충칭 핫플을 검색하다 나온 Testbed 二厂文创公园 거리를 찾아 어링 공원 근처에서 택시를 내렸다.
공원에 들어가면 입구가 하나라 건너편으로 갈 수 없길래 다시 길을 찾기 위해 입구로 나왔다.
충칭은 길 찾기가 꽤 험난하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도 그 길이 다층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헤매기 십상이다.

다행히 표지판을 보고 잘 따라 들어오니 갑자기 골목이 넓게 펼쳐진 길이 나왔다.




전망대 근처에서 사진도 찍고 허디와 중연들 굿즈도 구경하고 커피도 마셨다.


다들 먹어 보고 싶은 메뉴가 다양하여 리치 아메리카노를 포함한 다양한 커피 종류를 시켰는데, 맛없다고 남겼다.


역시 커피는 오리지널 아메리카노가 제일 먹을 만했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카페에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렀다.
비가 조금씩 멎길래 리즈바역으로 걸어서 이동했다.(정말 많은 계단과 미로 같은 길을 거쳐야 함)

사실 리즈바역에서는 구경할 것이 지하철이 건물 입구로 들어가는 그 모습만 사진이나 눈으로 담기만 하면 되고, 그 근처에서 할 것은 딱히 없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나갔는데, 때마침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진만 찍고 바로 택시를 타고 십팔제로 넘어갔다.




십팔제 거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예뻤고, 여러 가지 관광지에서 볼 법한 물건들을 많이 팔았다.
거리 구경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원래 먹고 싶었던 차옌위에써 밀크티는 배달을 시켜 먹었다.

옛날에는 정말 줄 서서 먹어야 했던 이 브랜드가 충칭 길거리 어디에나 있고, 쉽게 사 먹을 수 있어서 참 편리했다.
저녁때쯤 휴식을 마치고 훠궈집으로 이동했다.
장강이 내려다 보이는 뷰가 좋다는 훠궈집을 갔는데, 비가 와서 좌석이 거의 다 젖어있고, 장강 케이블카가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뷰는 아니었다.


날씨가 흐리니 야경도 생각보다 예쁘지 않았던 것 같다.

훠궈를 먹으면서 같이 먹을 요거트를 시켜 먹었다.


一只酸奶牛에서 구아바 요거트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고 훠궈랑도 잘 어울렸다.
밤이 되자 도시에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충칭은 야경이다.
작년에는 클라우드 아이에서 360도 야경을 높은 곳에서 봤는데, 이번에는 유람선을 탔다.
예매 과정과 길 찾기 과정 험난했지만(멀쩡히 예매했는데 표가 발송되지 않는 오류 때문에 몇 번을 직원과 통화함) 어찌어찌 출발 시간 전에 잘 도착했다.



야경은 다시 봐도 좋았던 것 같다.


유람선 2층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어서 서서 야경을 구경했고(앉으려면 돈 내야 함), 중간에는 비가 내려서 살짝 젖은 상태로 관람했다.
유람선 구경까지는 잘 마쳤는데, 문제는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였다.
많은 인파를 뚫고서 홍애동을 지나서 숙소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길은 단순했지만 고도가 점점 높아졌다. 숨을 헐떡이고 땀을 닦으며 산길을 올랐더니 엄청난 인파와 차량들 그리고 휘향 찬란하게 빛나는 홍애동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쁘긴 예쁘구나. 하지만 지옥의 아름다움이다.(확대하면 인파가 장난 아님)
숙소에 도착하니 화장실에서 물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마도 건물의 배수나 환풍구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해방비 쪽에 위치한 '鑫麻抄手'에서 아침을 먹었다. 비가 왔는데도 그 가게만 사람들로 붐볐다.

차오쇼우를 기대하고 갔는데, 딴딴면이 더 맛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길래 래플스 시티로 넘어가 백화점 구경을 했다.





가고 싶었던 레고샵에서 귀여운 충칭 훠궈 레고들을 감상하고, 쓰촨 음식 식당에 갔다.




다양한 음식이 나왔고, 다들 맛있어했다.



래플스 시티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건물들이 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마사지받으면서 고층 빌딩 구경도 했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공항 안에 있는 차옌위에써 밀크티를 먹었다.

이 브랜드 견과류와 과자도 맛있어서 친구들에게 종종 사주는데 어차피 상해에서도 택배주문이 가능하니 나는 사지 않았다.
요즘 한국 사람들에게 충칭이 핫한 여행장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충칭을 두 번째 간 입장으로서는 충칭은 물가가 싸고 음식도 맛있으며 야경도 멋진 도시지만, 완전 초보자에게 중국 자유여행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 이유는
1. 길 찾기가 어렵다.
2. 방언 때문에 현지 언어 소통이 어렵다.(영어는 당연히 안 됨)
3. 여름엔 날씨가 무지하게 덥고 습하기 때문에 벌레 이슈도 있다.
4. 홍애동 근처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인파로 지옥 경험할 확률 99%
이 때문에 고생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고생이 있어서 더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이니까.
계획을 잘 세워서 간다면 충칭의 여러 매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충칭은 갈 일이 없겠지만.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기엔 또 아쉽긴 하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또 가겠지만, 시내 쪽보다는 충칭 근교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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