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중국, 일본(2025 여름)

2박 3일 단오절 구이린&양숴 여행

언행불일치의 삶

작년에 너무 여행을 많이 다녀서, 올해는 "여행을 적게 가자"가 새해 목표였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치고는 상반기에도 많이 싸돌아 다니긴 했다.

계획에 없던 여행도 있었고, 한국과 연휴가 겹쳐서 친구들이 상해에 놀러 오기도 했다. 

연휴에 제대로 쉬거나 놀았다는 느낌이 적어서, 6월에는 그냥 가고 싶은 여행을 가자고 마음먹었다,

 

2박 3일 구이린&양숴 여행

갑작스레 추가된 업무 때문에 5월 한달을 너무 바쁘게 지냈다.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마침 마음이 맞았던 선생님과 의기투합하여 계림에 가기로 했다.

출발 전날 과음의 여파로 거의 좀비상태로 새벽에 일어나 홍차오공항으로 향했다.

단오절 연휴였지만 이동 인파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광시성은 기온이 높은 지역이라서 6월에는 너무 더울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내가 있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려서 덥지는 않았다. 

대신 무지무지 습했다.

비도 스콜성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가 비가 그치면 공기 중의 수분이 옷과 피부에 들러붙는 날씨였다.

주체할 수 없는 땀 때문에, 길 가다가 갑자기 H&M에 들어가 반팔티를 하나 사기도 했다.

첫날은 양숴에서 숙박을 했다.

날씨 때문에 풍경이 잘 안 보일까봐 걱정했는데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마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걷다가도 탄성이 나왔다. 

중국 인민폐 20원짜리에 그려진 풍경을 찍기 위해 리강 유람선도 탔다.

01

배를 타러 선착장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땀을 흘려서 힘들었다. 

선착장에서 대기하다가 시간에 맞춰 유람선을 타니 실내에 에어컨 바람이 나와서 엄청 쾌적했다.

갑판으로 나가니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서둘러 사진 몇 장만 찍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구이린에서 양숴까지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배를 타고 들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것 같다.

점심으로는 구베이 살 때 자주 시켜먹었던 '계림 쌀국수(구이린 미펀)' 맛집을 갔다.

012

현지에서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잔뜩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토핑의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맛은 내가 아는 구이린 미펀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오절이라서 같이 여행간 샘이 선물 받은 쫑즈(연잎에 약밥 같은 것을 싸서 찐 것)를 챙겨 오셨다.

샘의 지인분이 직접 만드신 수제 쫑즈는 엄청 맛있었다.(사실 구이린 미펀보다 맛있었음)

012

밥 먹고 근처에 있는 씽핑구전에 들렀다.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걷기 나쁘지 않은 날씨가 됐다.

012

배낭여행의 성지라고 불린다더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 빼고는 막상 거리는 한적했다.

루이씽 커피에서 커피를 마시고 한 바퀴 산책하듯 돌고 나서는 저녁을 먹기 위해 시지에(西街) 쪽으로 넘어갔다.

양숴는 마을 전체를 큰 강이 둘러싸고 있어서 차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우리가 묵은 숙소 근처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데, 길이 워낙 좁고 한 길로 나있어서 교통체증이 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엔동을 빌려서 이동하는데, 우리는 디엔동을 탈 수 없어서(자전거도 없음) 관광차나 디디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이곳은 '고덕 택시'보다 'Didi 택시'가 훨씬 잘 잡힌다.

상공산 가는 길을 물어보다가 숙소 직원분이 알려주셨다.

어쩐지 처음 기차역에서 고덕택시가 오랫동안 안 잡혀서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디디 어플 사용 이후로는 좀 괜찮아졌다. 

012

시지에 쪽으로 넘어가니 훨씬 사람들이 많고 길도 넓고 '번화한 중심가' 느낌이 있었다. 

양숴에 오면 먹어야 하는 미식 중에 '맥주생선(啤酒鱼)'이 있다.

따종디엔핑에서 맛집을 찾아두고 택시 기사님께 가달라고 했는데, 기사님이 더 맛있는 곳이 있다며 그곳에 내려주셨다.

시지에 입구까지 가면 나오기 힘들 걸 예상해서 기사님이 머리를 쓴 걸까 약간 의심이 되긴 했지만, 예상 목적지보다 일찍 내려서 입구까지는 걸어갔다. 

01

거리 구경을 한 바퀴하고 돌아 나와서 다시 기사님이 추천한 식당으로 갔는데, 추천한 식당답게 정말 맛있었다.

우렁쉥이 같은 요리도 있었는데 이것도 입맛에 맞았다.

죽통밥도 길거리에 많이 팔길래 주문하고 싶었는데, 이 식당에는 그 메뉴가 없었다.

보통 장쑤에서 먹은 생선 요리들은 다 흙냄새가 나서 별로였는데, 여기는 양념 간이 딱 맞고 흙냄새도 거의 안 났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여유 시간은 더 있었지만, 돌아볼 관광지가 이미 문을 닫아서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

다음날은 상공산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출발했다.

조식도 물론 구이린 미펀임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았다.

뿌옇게 안개가 껴서 멀리까지 산의 모습이 내다 보이진 않지만 호텔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상공산은 작은 배를 타고 건너가서 관광지 입구까지는 관광차를 타야 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그냥 작은 차를 잡아 탔는데, 기사님이 요구하는 금액이 생각보다 비쌌다.

보통 유명한 관광지는 순환하는 차량이 정해져 있고, 그 가격이 균일한데 여기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우리가 간 입구는 선착장 근처라서 그런 걸지도?)

결국 가격 협상에는 실패하고 잡은 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중간에 내려서 풍경이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으라고도 해주고, 기사님은 친절한 편이었다. 

트래킹 코스는 경사는 높지만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땀이 비 오듯 흘렀지)

풍경은 진짜 너무너무 멋졌다.

강 사이로 떠다니는 작은 배들을 지켜보면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01

산에서 내려올 때는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그 시간대에 이미 도착해 있는 다른 차를 잡아 탔다. 

기차시간이 임박해져 와서 다급하게 배를 타고 다시 나왔다. 

그런데 선착장까지 오는 디디가 영 잡히지 않는 바람에 호객행위하는 스쿠터를 잡아 탔다.

스쿠터를 타고 가는 내내 가격 협상을 시도했지만 장렬히 실패했다.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은 좋았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디디를 불러 타고 무사히 기차시간 안에 도착했다.

여행을 오기 전 친한 샘이 '양숴를 천천히 오래 보고 싶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양숴에 막 도착했을 때는 막상 너무 덥고 습해서 '이곳은 여름에 오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만 했지만, 막상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양숴의 풍경이 아른거렸다.

-

계림은 양삭에 비해 확실히 큰 도시였다.

이동 경로가 복잡해질까 봐 구이린 기차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구이린 시내까지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배고픔을 참고 호텔 체크인 후 다시 긴 시간 택시를 타고 완샹청 쪽으로 갔다. 

012

분명 구이린 지역 특색 음식이라고 해서 찾은 식당이었는데, 너무 세련되고 예쁜 퓨전 음식들이 차례로 나왔다.

01

뽀짜이판 같은 밥도 맛있었고, 토란 요리와 과일이 잔뜩 들어간 시원한 음료도 맛있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본격적으로 구이린 관광지를 돌았다.

01

코끼리 모양의 상비산 풍경구가 가까운 곳에 있어 그곳을 먼저 들렀다.

너무 덥고 습해서 작은 패션 부채도 하나 샀다.(예쁘기만 하고 하나도 안 시원함)

산책길이 너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정말 날씨만 좋았다면 더 오래 있고 싶었을 것이다.

근처 일월쌍탑이 있어서 구경했는데, 낮에는 확실히 불이 없어서 볼 게 없었다. 밤에는 확실히 예뻤다.

012

 노란색 건물 쪽에 유적지가 있어서 들어가려 했더니 이미 입장 시간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012

계림 하면 '계화'가 또 유명하니, 구이화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구이화 비누 기념품을 여러 개 샀다.

중간에 마사지샵에 들렀다가 좀 쉬고, 구이린 훠궈를 먹으러 갔다.

구이저우에서 먹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신맛이 강한 훠궈인 것은 비슷했지만 여기서 먹은 훠궈가 더 맛있었다.

고추안에 만두소를 넣은 것도 훠궈 재료로 넣어먹으니 맛있었다. 

 

마지막 날은 날씨 문제로 결국 가고 싶었던 계단식 논을 가지 못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동 때문에 바쁘게 흘러간 하루였지만, 이틀을 알차게 여행한 보람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흥미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소소하게 기쁘다.

같이 간 샘과 오랫동안 안부도 나누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다정함과 고마움을 크게 느꼈고, 당분간은 구이린 여행을 그래서 잊지 못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