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19. 12. 18. 22:47

허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글을 쓴다.

이미 비슷한 일을 한 차례 겪어봐서, 이것도 다 흩어질 감정이란 걸 알지만 왠지 모르게 섭섭하고 기운빠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 수록 좀처럼 실감이 안 나기도 했고. 그냥 자연스레 조금씩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목말라하던 연애에 성공했단 소식을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조금 화가나서 그에게 퉁명스럽게 굴었다.(다시 생각하면 참 유치하다)

그가 내게 줬던 선량한 마음과 친절이 적당히 얕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넘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이리도 서운함을 느끼는 건 다 그 탓일게다. 

동료와 친구는 냉탕과 온탕과도 같아서 뜨뜨미지근한 관계를 이어가다가도 그 경계가 뚜렷해질 때면 어쩐지 배반당한 기분이 든다.

남의 연애나 결혼 소식에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내가 어딘가 단단히 꼬인걸까. (아니 그냥 속이 좁은 건지도 모른다.)

반대의 경우였다면 그도 서운했을까. (차라리 서운해 하기를 바란다.)

확실한 건 누군가가 마음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두렵다는 거다.

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한 사람을 마음에 두면 오래 머문다. 이별이 두려워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 초연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번번히 실패를 겪었다. 온통 내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을 땐 나조차도 가늠하기 힘든 상처를 받곤 했다. 게다가 회복탄력성도 좋지 못하다. 

어젠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꿨다. 맨발로 길을 나설 용기는 좀처럼 나질 않는다.

부축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허전해져요 - 오지은 서영호
달을 보며 하는 수영이 어떤 것인지 난 몰랐어
하늘을 오래 보면 별들이 많아지는 것 몰랐어요
그런 것 전부 당신께 배웠으니까 허전해져요
사람의 마음은 얻기도 이어가기도 쉽지 않아
당신을 떠올리면 내가 무엇을 잃었나 알게 되죠
그런 것 전부 당신께 배웠으니까 허전해요